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가 청년들을 만나 한 얘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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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사진=중국 인터넷 |
중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기업인이 있다. 바로 런정페이(81) 화웨이 설립자다. 우리나라에서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이 정도의 존경을 받았을 것 같다.
2016년에는 상하이 홍챠오 공항에서 런 회장이 늦은 밤 홀로 택시를 기다리는 사진이 소셜 미디어에 퍼지며 수십 만명의 중국인이 "좋아요"를 눌렀다. 런 회장은 소탈한 태도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날카로운 식견을 갖춘 것으로도 유명하다. 마침 런 회장이 지난달 상하이에 있는 화웨이 롄추후 R&D 센터에서 국제 대학생 프로그래밍 대회(ICPC) 수상자 및 지도교수들과 나눈 간담회 내용이 중국 인터넷에서 화제다.
런 회장은 이날 인공지능(AI)의 미래, 교육의 본질, 청년의 성장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그는 청년들의 도전을 격려하면서 "연구를 통해 진리의 최고봉(히말라야)을 꿈꿔라. 더 높이 오를 수 없게 되면 내려와라.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내려오는 건 쉬우며 내려오는 길마다 알(성과)을 낳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메타가 1억달러가 넘는 계약금에 천만달러가 넘는 연봉을 줘도 중국에는 부러워하는 사람이 없었다"며 중국의 창업 열기를 전했다.
특히 이날 런 회장은 산업현장에서의 AI 응용을 강조했는데, "석탄 세척의 정밀도를 0.1% 높이면 매년 40억톤의 석탄에서 얼마나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며 고로(용광로)의 열효율을 1% 올리면 얼마나 많은 연료를 절약할 수 있을 것인지" 구체적인 질문을 던졌다.
현장을 속속들이 꿰뚫고 기업이 해야 할 일을 정확히 알고 있는 런 회장의 말은 우리에게도 깨우침을 주는 바가 많다. ICPC 수상자들의 질문에 대한 중국 최고 기업가의 답변을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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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AI의 미래를 어떻게 보시나요?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이며 어떻게 이런 도전을 극복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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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 회장은 AI에 관해서는 전문가가 아니며 20년 뒤부터 향후 1000년까지의 장기적인 변화는 유발 하라리 같은 인류학자가 연구해야 할 문제라고 대답했다. 대신 "화웨이는 향후 3~5년 내에 거대언어모델(LLM), 빅데이터, 대규모 컴퓨팅 파워가 농·공업, 과학기술 산업에 어떻게 적용될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런 회장은 구체적인 예도 들었다. "고로 제철 과정에서 AI 모델을 통해 각 층의 적정 용광로 온도를 파악해서 온도를 적절히 낮추고 연료와 광석 배합 비율을 최적화하며, 2시간 후 생성될 쇳물의 규소 함량을 예측하고 투입될 연료와 철광석의 비율을 결정함으로써 고로의 열효율을 1% 향상시킬 수 있다."
또 런 회장은 "중국은 이미 지하 500~700미터 또는 더 깊은 곳에서 석탄 채굴 무인화를 실현하고 있다. 채굴한 석탄을 지상으로 옮긴 후에는 석탄 세척을 통해 정탄(clean coal)을 선별하는데, AI 모델로 선별 정밀도를 0.1% 높임으로써 산출량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런 회장은 자율주행 기술과 스마트폰용 AI 어시스턴트도 예로 들며 AI로 생산과 소비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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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 새로운 시대 환경에서 화웨이가 어떻게 청년 인재들을 돕기를 희망하시나요? 어떻게 심도 있게 교류하고 협력해야 새로운 성과가 끊임없이 창출되도록 촉진할 수 있을 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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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 회장은 청년들에게 최대한 높은 곳을 지향하라고 격려했다. 높은 곳에 닿을 수 있다면 낮은 곳에 닿으려 하지 말고 상업화의 길을 걷지 말라는 얘기다. 언젠가는 진리가 있는 곳에 손이 닿고 더 높게 올라가지 못하게 되면 '히말라야(정상)'에서 내려오면 되며 도처에서 성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런 회장은 비유적으로 밭을 갈고 소를 기르고 돼지도 기르라고 강조했다.
특히 런 회장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내려오는 것은 쉽다며 능력이 되는 한 청년들에게 가장 높은 곳을 목표로 분투하라고 충고했다.
또 런 회장은 메타가 1억달러에 달하는 계약금, 천만달러의 연봉을 제시해도 중국에서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며 중국 창업자들의 능력이 출중하며 이들 7, 8명이 공동 창업하면 거의 모든 지분을 가지고 성공할 경우 얼마나 돈을 벌지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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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3. 중국은 인재를 양성해야 하며, 교육 강국이 되어야만 과학기술 강국이 될 수 있습니다. 중국이 어떻게 교육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앞서 나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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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 회장은 기업의 속성은 상업적 가치 창조, 학교의 속성은 인류의 미래 탐구라며 학교는 '0에서 1'로의 혁신을 연구하기 때문에 실패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인재를 양성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학교가 창조한 이론을 현실로 전환하는 역할을 한다.
런 회장이 줄곧 강조한 건 응용이다. 런 회장은 최근 훌륭한 기업가 한 명을 만났으며 그의 "중국의 수력 발전기가 세계 선두 수준이며 터빈식, 충격식 모두 선두 수준이지만, 원천 발명은 오스트리아, 프랑스, 미국 등 서양 국가가 했다"는 발언을 인용했다. 중국의 기차, 증기선, 방직기계 모두 원천 발명국은 서방 국가다. 미적분, 기하학 역시 마찬가지다.
런 회장은 중국이 곧 서방국가를 따라잡아 독창적인 것을 제공할 것이라며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기상 예측 모델은 화웨이의 22세 직원이 고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상 모델은 유럽 기상 위성의 기상 데이터를 활용해서 개발된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식량 생산량, 발전량, 태풍의 정확한 경로를 예측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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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4. 만약 다시 20살이 된다면, 초기 경력을 어떻게 계획하실 건가요? 청년 개인이 경력 초기의 발전계획을 어떻게 계획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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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 회장은 다시 20살이 될 수 없지만, 20살이면 시대의 흐름을 타고 서핑을 해야 하며 과감하게 흐름의 최전선에 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돈이 있느냐 없느냐, 자신의 청춘이 희생되는 게 아닌지, 지표를 지나치게 중시'하지 말고 인류의 미래에 기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아야 한다는 말이다.
런 회장은 19세기 멘델의 유전법칙도 100~200년이 지나도록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하다가 나중에 유전자 연구가 시작됐다며 누가 무엇을 선택하든, 친구나 동료가 무엇을 선택하든 신경쓰지 말라고 말했다. 런 회장은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선택해야 하며 어떤 직업을 선택하든 열심히 노력하라고 말하면서 성공하지 못해도 상관없다고 강조했다. 실패를 통해 수많은 가설을 시험해보게 되는데, 시험해본 가설 하나하나가 청년들이 쌓은 거대한 자산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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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5. 범용 인공지능(AGI)이 언제쯤 실현될 수 있을까요? AGI가 실현되면 많은 전문 분야와 직종이 AI에 의해 대체될 텐데, 중국 청년들은 대학에서 어떤 전공과 진로를 선택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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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 회장은 범용 인공지능에 대해 미국과 중국은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며 미국은 AGI와 ASI(초인공지능)를 통해 인간이란 무엇인지, 인류 사회의 미래는 무엇인지, 원대한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려 하지만, 이에 대한 인식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은 어떻게 일을 하고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며 문제를 해결할지 연구한다고 말했다. 런 회장은 구체적으로 도시 안전, 공중 보건 개선, 광산 생산의 무인화, 시멘트 생산의 무인화를 예로 들었다. 특히 탄광 근로자들이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반지를 끼고 출근하는 모습이 현재의 모습이라고 형상화했다. 런 회장은 먼지가 자욱한 광산,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공사 현장, 수백 미터 고도의 공장에서 생산이 무인화된다면 얼마나 장관이겠냐고 반문했다.
런 회장은 무인화로 인해 남아도는 인력은 사회가 직업 재교육을 통해 다른 일자리로 전환시켜야 하며 이는 새로운 문제라고 짚었다.
한편 런 회장은 간담회 말미에서 AI는 발명이 아니라 응용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를 발명하는 것은 한 IT기업을 키우는 데 그칠 수 있지만, AI를 응용하는 것은 한 국가를 강대하게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IT기업의 인류에 대한 기여도는 2%에 불과하지만, AI의 산업 기여도가 나머지 98%를 차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광산 채굴, 제철, 수력, 의료에서의 기여는 그 가치가 막대하다며 앞서 말한 석탄 세척의 정밀도를 0.1% 높인다면, 0.1%에 40억톤(중국 연간 석탄사용량)을 곱하면 얼마인지 계산해보라고 말했다. 또 중국이 10억톤의 철강을 생산하기 위해서 수십 억 톤의 석탄을 쓰는데, 고로의 열효율을 1% 향상시킨다면 얼마나 절약할 수 있을지 상상해보라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런 회장은 산업 현장에서의 AI 응용을 강조했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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