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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로 시작해 K-뷰티·ESS로 간다… 2026년 투자 유망주

조선비즈 엄여진 부국캐피탈 PE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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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로 시작해 K-뷰티·ESS로 간다… 2026년 투자 유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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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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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을 앞두고 시장은 요동치고 경제지표도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방향성은 더 뚜렷해지고 있다. 이미 투자자는 금리 인하를 전제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현재 국내 증시 흐름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전제는 유동성 회복이다. 이에 따라 올해 강했던 종목이 내년에도 여전히 좋을 전망이다.

유동성 회복기, 가장 먼저 움직이는 ‘바이오’

우리는 유동성 장을 수차례 겪어 왔다. 유동성 회복 국면에서 국내 증시는 성장주가 상승세를 주도했고, 그중에서도 바이오 연구개발(R&D) 기업이 상승세의 주역으로 활약해 왔다.

바이오 기업의 가치는 파이프라인(신약 개발 후보)과 라이선싱 아웃(Licensing-out· 기술이전)에 대한 기대로 결정되는데, 특히 국내 바이오 업계는 태생적으로 R&D 중심으로 생태계가 형성돼 있어서 이벤트 드리븐(Event-driven·이벤트에 따른 가격 변동을 예측해 수익을 창출하는 전략) 투자가 주효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금리가 내려가며 유동성이 돌아오는 환경에서 가장 강한 탄력을 받게 된다.

코스닥 시장 자체도 기술, 플랫폼, 임상 등 각종 이벤트에 주가가 민감하게 움직이는 구조다. 그러므로 글로벌 대형 제약사가 이끄는 미국 증시와 달리, 한국은 중소형 바이오 R&D 기업의 각종 모멘텀과 기술이전에 대한 기대감이 곧 투자 심리를 결정한다.

바이오 종목이 몸집에 비해서 유독 국내에서 성장주로서 활약하는 데는 이러한 이유가 있다.

엄여진 - 부국캐피탈 PE금융팀장, 연세대 경영학,전 신영증권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

엄여진 - 부국캐피탈 PE금융팀장, 연세대 경영학,전 신영증권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



기술이전 뉴스 하나로 회사의 시가총액이 몇천억 단위로 급등하거나 급락하는 업종이다 보니, 금리 하락 사이클에서 형성되는 위험 선호 국면에서 자금이 가장 먼저 쏠리는 곳 역시 R&D 중심 바이오 기업이다. 실제로 국내 바이오 투자 관점에서 참고할 만한 흐름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최근 6개월간 바이오 관련 업종 거래 대금이 정보기술(IT) 업종보다 선행해 증가한 현상이나 미국 내 바이오 상장지수펀드(ETF)가 일제히 강세를 보이는 것, 모두 긍정적 신호다. 유동성이 확대되는 시기에는 바이오 기업의 호재가 많았다. 2015년 초대형 라이선싱 아웃 계약이 최초로 쏟아졌던 시기, 2019년 유전자 치료제 관련 업종이 주목받던 시기, 2021년 플랫폼 기반 바이오 기업이 주목받던 시기 모두 지금 같은 유동성 확대기였다. 내년 역시 이와 유사한 투자 사이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내년에는 글로벌 제약사가 활발하게 투자하는 영역인 면역 항암제 분야에 주목해 볼 만하다. 이미 국내 유수 기업이 강력한 라이선싱 아웃 후보로 거론되고 있어 대규모 계약 체결과 함께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후기 임상에 진입한 기업도 금리 민감도가 낮아지면서 다시 시장에서 각광받을 수 있다. 파이프라인을 다각화해서 기술을 플랫폼화한 기업도 전통적으로 국내 투자자의 선호도가 높은 유형인 만큼 꾸준히 관심을 가질 만하다.

실적 턴어라운드의 무대, K-뷰티의 역습

역사적으로 유동성 장세에서는 바이오가 주도하는 한편, 실적 장세에서는 화장품이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역할을 해 왔다. 2026년에는 어쩌면 이 두 가지 흐름을 동시에 볼 수 있겠다. K-뷰티 열풍으로 화장품 업종도 호재가 많다. 화장품 업종은 중국 소비 회복이라는 테마에 더해, 개별 기업의 실적 역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화장품 업종은 그간 거의 유일하게 고성장을 이어 왔음에도 지난 2~3년간 시장의 높은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하는 실적을 내며 침체 아닌 침체를 겪어 왔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폭발적 성장을 보여줄 기업을 찾아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많은 대형·중소형 기업이 비효율 브랜드를 정리하고, 마케팅비 구조를 재편하거나 중국 중심 판매 구조에서 벗어나 미국·동남아·중동으로 판로를 넓히는 등 체질 개선을 거쳤다. 덕분에 이제 외형이 조금만 회복돼도 영업이익이 빠르게 개선될 수 있고, 주가 상승세도 더 가파를 수 있다.

국내 화장품 기업은 프리미엄 기능성 화장품을 내세워서 전 세계 시장을 공략 중이다. 더마 라인(피부과적 접근 방식을 결합한 화장품), 항노화 제품, 앰플 중심 고농축 스킨케어, 홈케어 디바이스와 연동되는 제품 등은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동남아·중동 시장에서도 수요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매출 역시 예전보다 더 높은 고마진으로 성장하고 있다. 저가 화장품은 여전히 침체를 겪는 가운데 프리미엄 기능성 스킨케어 화장품이 성장세로 돌아서고 있다.

또한 미국 시장에서는 국내 화장품 기업이 온라인 중심에서 오프라인 채널까지 진입하면서 시장 내 입지가 강화되고 있다. 미국은 소비 성향이 기능성 중심이고 가격대가 높아 수익성이 가장 좋은 곳임에도 국내 기업에는 거의 미개척 시장이나 마찬가지였기에, 앞으로 성장 여력이 크다.


이제 프리미엄 화장품 시장은 단순한 소비재 섹터로만 치부할 게 아니다. 국내 기업의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은 피부 시술 대중화와 맞물리며 스킨케어의 고기능성화를 전 세계적 흐름으로 만들고 있다.

AI 시대의 진짜 수혜주, 전력망과 ESS

마지막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전력 인프라 산업은 인공지능(AI) 시대에 장기적으로나 단기적으로 단연코 최고의 투자처다. ‘AI 수혜주’로 반도체, AI 솔루션, 모델 등의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인기를 끌겠으나, AI가 본격적으로 확장할수록 가장 빠르고 심각하게 공급 부족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바로 전력이다. AI 데이터센터 하나는 중소 도시 수준의 전력을 필요로 하며, 전기차 보급 확대와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기존 전력망 변동성을 극단적으로 키울 것이다. 이 변동성을 해결하는 핵심 기술이 바로 ESS다. ESS 없이는 대규모 데이터센터도,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도, 전기차 충전 인프라도 모두 불가능하다.

게다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이후 전 세계는 전력 인프라 투자 사이클이 다시 시작됐다. 중동은 대규모 태양광발전 프로젝트에 ESS가 필요한 상황이며, 유럽은 에너지 독립의 일환으로 ESS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국내 기업은 배터리 생산,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Battery Management System), 컨테이너 설계 등에서 세계적 수준의 역량이 있는 한편, 셀 안정성과 열확산 차단 등의 기술로 화재 리스크도 해소하고 있어, 이 같은 투자 사이클의 수혜를 볼 전망이다.

2026년은 유동성과 실적, 정책 모멘텀이 모두 집중되는 특별한 해다. 이미 바이오 R&D와 화장품, ESS라는 확률 높은 선택지가 투자자 손에 쥐어져 있다. 내년에는 바이오 업종 투자로 국내 유동성 사이클의 시작점을 잡고, 화장품 업종 투자로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진출로 인한 고성장세를 누리며, ESS 업종 투자로 AI 시대의 최대 수혜를 누려보자.

엄여진 부국캐피탈 PE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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