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 주상복합 아파트 엘시티 전경. /사진 뉴스1 |
2026년 부동산 시장은 악재와 호재가 맞선다. 경제성장률은 2025년보다 다소 높을 것으로 전망되나, 내수 경기회복은 더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집값과 직결되는 아파트 입주 물량이 줄면서 수급 불균형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2026년 6월 지방선거 이후 정부의 세제 개편 논의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점도 시장을 긴장케 하는 변수다. 전세난에 따른 월세화 가속, 기후 위기와 소비 패턴 변화에 따른 상가 침체 등도 2026년 시장 흐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026년 전국 아파트값이 0.8%, 수도권은 2% 오를 것으로 예상했고 대한건설정책연구원도 비슷한 전망치(수도권 2% 상승)를 제시했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는 제자리걸음을 의미한다. 필자는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 상승이 2026년 이어지더라도 그 상승 폭은 둔화할 것으로 본다. 지방은 지난 몇 년간 침체에서 벗어나 회복 초입에 들어설 개연성이 크다.
박원갑 -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
세제 개편, 새해 시장의 핵심 분수령
2025년에만 6·27 대출 규제, 9·7 공급 확대, 10·15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등 세 차례 대책이 시행됐지만, 시장은 완전히 잡히지 않았다. 새해도 서울 강남권 중심의 불안이 이어지면 정부가 마지막 카드로 세제 개편을 꺼낼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유세 당시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공언한 만큼 정부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 시절 과도한 세금 압박이 역풍을 부른 경험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세율을 직접 건드리기보단 공시 가격 현실화나 공정시장가액비율(공정 가액) 상향 같은 ‘미세 조정형 증세’ 가 우선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공동주택 공시 가격은 시세 대비 약 69% 수준이고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과표 산정에 활용하는 공정 가액 비율은 1주택자 기준 60%다. 실제 과표는 시세의 41%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세율을 올리지 않아도 이 비율만 조정하면 사실상 증세 효과가 나타난다. 시행령 개정만으로 가능한 점도 정부 부담을 줄이는 요소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2026년 5월 종료 예정)의 재연장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유예가 끝날 경우 일부 보유자는 만료 전 매도를 서둘러 매물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고가 1주택자 장기 보유 특별 공제(최대 80%)가 축소된다면 ‘똘똘한 한 채’ 수요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최근 경제 수장은 보유세 인상, 거래세 인하라는 고전적 원칙을 다시 언급한다. 그러나 고령층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한국의 인구구조를 고려하면 보유세 인상은 상당한 반발이 예상된다. 2024년 기준 60세 이상이 낸 종부세는 57%에 달한다. 정부의 세제 조정 조합이 2026년 시장 심리의 향배를 가를 것이다.
전세 대란 오나
2026년은 전세난 문제가 심각하게 전개될 수 있다. 여러 정책으로 전세 유통 매물이 감소하고 있어 요즘 중개업소에는 전세 매물이 귀하다고 한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건 정책 등 다양한 변수가 작용해서다.
2020년 7월 ‘주택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시행 이후 기존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활용해 장기 거주, 전세 유통 물량이 크게 줄었다. 여기에 지난 6·27 대출 규제에 ‘대출을 내서 집을 사면 6개월 내 입주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투자 목적의 매입이 감소했다. 임대를 놓을 수 있는 여지도 줄은 것이다.
10월 20일부터 시행된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조치 역시 전세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현재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과천·광명·성남 분당구·수원 영통 등)에서 아파트를 사려면 2년 이상 실거주해야 해 집을 사더라도 세를 놓을 수 없고 이는 곧 전세 감소로 이어진다. 가뜩이나 빌라 전세 사기 여파로 수요가 아파트로 몰리고 있다. 양도세 장기 보유 특별 공제를 받기 위해 자기 집을 전세로 놓고 본인도 전세로 살던 고가 1주택자가 자기 집에 입주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런 요인이 겹쳐 전세 품귀가 심화할 수 있다. 이미 매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작은 충격에도 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지방, 수도권과 갭 메우기 본격화
2021년 말까지 수도권과 지방은 동조화 현상이 나타났지만, 이후는 흐름이 끊겼다. 지방은 넘쳐나는 미분양과 젊은 층 이탈, 지역 경제 침체 등으로 서울·수도권과는 따로 노는 장세다. 그러나 2026년에는 침체 수렁에 빠졌던 지방 아파트 시장이 꿈틀거릴 것으로 여겨진다. 거래가 늘면서 일부 가격도 회복할 전망이다.
지방 부동산 시장이 바닥 탈출 기미를 보이는 건 대출 규제에서 제외된 게 1차 이유다. 지방은 6·27 대출 규제 대상에서 빠졌고 지난 7월부터 시행된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6개월간 유예됐다. 또 지방도 2026년부터 입주 물량이 줄어들고 정부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에 대한 양도세·종부세 혜택, 세종시 완성·2차 공기업 지방 이전 등 대선 공약도 무시할 수 없다. 이 중 2차 공기업 이전은 수도권의 튼실한 주택 수요가 ‘남하(南下)’하는 효과가 있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2011년 수도권은 하우스푸어로 고통을 겪은 반면, 지방은 5대 광역시 아파트 중심으로 거래 가격이 20.3% 뛰었다. 혁신 도시 개발과 공기업 이전에 대한 기대가 폭발했기 때문이다.
다만 지방 아파트 시장을 미분양과 기존 아파트로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 시장 온도 차이에 따른 착시 현상이 생길 수 있어서다. 기존 아파트 값이 회복된 다음 미분양이 점차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지방 아파트 시장은 지역마다 다르지만, 수도권과 간격을 좁히면서 회복세를 보이는 곳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시장 체질이 강하지 않아 그 속도는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
2026년은 급매물 발굴의 해
내 집 마련을 준비하는 수요자가 2026년 유심히 봐야 할 것은 통계 시세가 아닌, 매물 단위의 가격이다. 시세는 대체로 느리게 움직이는 평균값이다. 가격의 방향을 바꾸는 건 항상 개별 매물이다. 특정 매물 가격이 갑자기 내려가거나 반대로 희소 매물이 빠르게 소진될 경우 반전의 신호가 만들어진다. 새해 시장에서 매물 움직임을 읽는 능력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할 것이다. 내 집 마련 전략의 핵심은 결국 매물, 특히 급매물을 탐색하는 능력이다. 최소 10개 동 50개 단지 정보의 탐색 구역을 설정하고 지역 중개업소와 신뢰 기반 네트워크를 미리 구축해야 한다. 기회를 잡으려면 현장에서 발품을 팔고 수시로 중개업소에 들러 정보를 얻는 게 중요하다. 미리 원하는 가격대를 제시하고 매물이 나오면 먼저 연락을 달라 부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선호 주거지역에서 여러 후보 주택을 동시에 살피고 이 중 예산에 맞춰 가장 저렴한 매물을 찾는 게 핵심이다. 특히 바쁜 직장인이라면 ‘직주근접(1시간 이내)→역세권→가격순’으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좋은 입지는 자산 가치가 크고 싸게 산 집은 회복기에 더 높은 수익으로 보답할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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