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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 57% 폭등했는데”…아직 ‘싼 편’이라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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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 57% 폭등했는데”…아직 ‘싼 편’이라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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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은·구리 ‘슈퍼 랠리’…전문가들 “안전자산 넘어 산업 인프라로 재평가”
금·은·구리 등 주요 금속 원자재 가격이 동반 급등하며 글로벌 자산시장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금과 은을 함께 보유하면 안전자산과 산업자재의 성격을 동시에 가져갈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게티이미지

금과 은을 함께 보유하면 안전자산과 산업자재의 성격을 동시에 가져갈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게티이미지


단기 투기 수요가 아닌 구조적 수급 변화와 산업 패러다임 전환이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랠리는 과거와 성격이 다르다는 평가다.

14일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 따르면 국제 금 선물 가격은 올해 들어 지난 12일까지 57% 넘게 상승했다. 트로이온스당 2800달러 아래에서 출발한 금값은 최근 4300달러 선을 돌파했다.

같은 기간 은 가격은 100% 이상 급등했고, 구리 역시 28%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금 수요 전방위 확산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은 각국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매입과 함께 기관·개인 투자자 수요까지 더해지며 가격이 가파르게 뛰었다.


달러 가치 변동성 확대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치면서 금은 단순한 방어 자산을 넘어 ‘핵심 헤지 수단’으로 위상이 격상됐다.

시장에서는 중앙은행의 금 매입 기조가 단기간에 꺾이기 어렵다고 본다.

글로벌 통화 질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금 보유 확대는 재무 안정성을 높이는 가장 직관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은·구리, 귀금속에서 ‘첨단 산업 자재’로 급부상

은과 구리는 산업 수요가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은은 전체 수요의 절반가량이 산업에서 발생한다.

전기 전도율이 가장 높은 금속으로, 전자기판·센서·태양광 셀 등 고정밀 부품에 필수적이다. 태양광과 반도체 산업 확장은 은 수요를 구조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구리는 세계 생산량의 85% 이상이 산업용으로 사용된다. 송전·통신 케이블부터 반도체, 전기차, 조선, 건설, 설비까지 거의 모든 산업 인프라에 쓰인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전력망 확충, 방위산업 확대가 맞물리며 구리는 ‘AI 시대의 석유’로 불릴 만큼 전략적 자산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금리 인하 국면에서는 기업 투자 확대가 동반되는 만큼, 구리 수요 역시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구조다.

◆수요는 ‘급증’, 공급은 ‘제자리’…“구조적 병목”

가격 상승의 근본 배경은 공급 제약이다.

최근 2~3년 사이 산업 전환 속도가 빨라지며 수요는 급증했지만, 광산 개발에는 평균 7~10년이 소요된다.

여기에 환경 규제 강화, 인허가 지연, 기존 광산의 생산성 저하까지 겹치며 공급은 쉽게 늘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은과 구리 모두 이미 구조적 공급 부족 국면의 초입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광산의 돌발 가동 중단이나 정책 변화만으로도 가격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는 환경이다.

◆전문가들 “이번 상승, 새로운 사이클의 시작일 뿐”

전문가들은 이번 금속 랠리를 단기 이벤트가 아닌 새로운 사이클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산업 구조가 전환되는 속도에 비해 공급이 물리적으로 따라갈 수 없다는 점에서 중장기 가격 지지력이 높다는 판단이다.

공급 제약과 산업 전환이 이어지는 한, 금속 원자재의 전략적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게티이미지

공급 제약과 산업 전환이 이어지는 한, 금속 원자재의 전략적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게티이미지


AI·전력·통신 인프라 확장은 단순한 산업 트렌드를 넘어 국가 단위의 인프라 재편이라는 점도 강조된다.

이런 구조적 수요는 경기 변동과 무관하게 은과 구리 가격을 지탱하는 핵심 동력이 될 수 있다.

◆투자 전략, ‘분산·비중 관리’가 핵심…새로운 원자재 시대의 문턱

투자 측면에서는 원자재가 주식·채권과 상관관계가 낮아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가 크다는 점이 부각된다.

다만 변동성이 큰 자산인 만큼 추격 매수보다는 장기 관점의 비중 조절이 중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개인 투자자의 경우 실물 투자보다는 ‘ETF 활용’이 현실적이라는 평가다.

보관 비용과 환금성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환율 변동과 환헤지 여부, 국내 ETF의 프리미엄 여부는 반드시 점검해야 할 요소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원자재 비중을 전체 자산의 5~15% 수준에서 전략적으로 편입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금과 은을 함께 보유하면 안전자산과 산업자재의 성격을 동시에 가져갈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가격이 비싸 보인다”는 인식보다 “왜 비싸질 수밖에 없는가”를 봐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경제 질서와 산업 구조가 재편되는 국면에서 금·은·구리는 가장 직관적인 헷지 수단이자, 동시에 성장 모멘텀을 품은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번 랠리는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 있다. 공급 제약과 산업 전환이 이어지는 한, 금속 원자재의 전략적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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