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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체 핵보유 갈망할 것…트럼프 안보전략 핵심을 보라"

중앙일보 강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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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체 핵보유 갈망할 것…트럼프 안보전략 핵심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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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입장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내놓은 국가안보전략(NSS)의 핵심으로 봐야 할 지점은 ‘애치슨 라인’과 ‘괌 독트린’이 교묘하게 융합돼 적용돼 있다는 점입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진행한 서명식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진행한 서명식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퍼드대 동아시아학 교수는 11일(현지시간)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더 중요한 건 NSS가 비핵화는 물론 북한이라는 언급마저 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반도가 미국의 새 방어라인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의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언론인으로 한국과 일본을 직접 취재했던 미국 내 대표적인 동아시아 외교·안보 전문가로 꼽힌다. 그에게서 지난 4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내놓은 첫 NSS의 의미를 들어봤다. 33쪽 분량의 NSS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분야 구상이 종합적으로 정리돼있다.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퍼드대 교수.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퍼드대 교수.



Q : 애치슨 라인과 괌 독트린이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A : “1950년 1월 국무장관이던 딘 애치슨은 알래스카에서 일본과 필리핀으로 이어지는 방어선인 애치슨 라인을 만들었다. 그리고 5개월 뒤 스탈린의 승인 하에 김일성의 남침이 이뤄졌다. 또 1969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베트남 전쟁 말기 ‘아시아 국가들은 안보를 스스로 책임질 것을 장려할 권리가 있다’는 괌 독트린을 선언했다. 그 결과가 한국에서 제 7보병사단의 철수였다.”
미국 국가안보전략 주요 내용. 연합뉴스

미국 국가안보전략 주요 내용. 연합뉴스



Q : 두 사안이 결합됐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A : “NSS에서 저지선으로 제시한 ‘제1도련선’은 애치슨 라인처럼 한국을 배제하고 있다.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는 괌 독트린에서 더 나아가 한국과 일본에게 제1도련선 방어에 대한 역할을 분담할 것을 분명히 했다. 정작 동맹국에 국방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특히 북한과 맞서고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 북한과 핵무기, 심지어 한반도에 대한 언급조차 없다.”

제 1도련선은 일본 남부와 오키나와·대만·필리핀·보르네오를 잇는 선이다. 중국이 전략적 공간 확장을 위해 통과해야 하는 차단선에 가깝다. NSS는 “미국이 제1도련선 어디에서든 침략을 저지할 군대를 구축하겠지만, 단독으로 수행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명시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월 11일 당 창건 80주년 경축 열병식이 전날 김일성광장에서 성대히 거행됐다고 보도했다. 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이 이날 처음 공개됐다. 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월 11일 당 창건 80주년 경축 열병식이 전날 김일성광장에서 성대히 거행됐다고 보도했다. 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이 이날 처음 공개됐다. 뉴스1



Q : 북한과 대치한 한국의 역할은 무엇인가.

A : “일단 주한미군의 재배치 완료 때까지 (한반도는) 스스로 돌보라는 의미다. 당장 대만 유사시에 개입을 요구받는 쪽은 일본이 될 것이다. 헤그세스 장관은 국방비 지출과 관련 한국을 ‘모범국가’라고 했다. 반면 그에게 일본은 아직 모범국가가 아니다. 다만 장기적으로 한국은 북한 때문에 미국에 의존해야 하고, 이는 대만 사태 때 한국군도 개입할 수도 있다는 의미가 된다.”

Q : 한국에서 안보 불안이 확대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A : “NSS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바로 그것이다. 미국은 이제 동맹국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고, 동맹국들이 미국을 위해 뭔가를 해주는 것에만 신경을 쓸뿐 미국이 동맹을 위해 해줄 필요는 없다는 선언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라. 미국이 북한 방어에 관심이 없다면 한국이 왜 대만에서 일어나는 일에 신경을 써야 하나. 그게 왜 한국의 의무인가.”


10월 28일 일본 요코스카 미 해군기지에 정박한 핵추진항모 조지 워싱턴함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소개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손을 번쩍 들어보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일본 총리 중 처음으로 미 핵추진항모에서 연설했다. AFP=연합뉴스

10월 28일 일본 요코스카 미 해군기지에 정박한 핵추진항모 조지 워싱턴함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소개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손을 번쩍 들어보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일본 총리 중 처음으로 미 핵추진항모에서 연설했다. AFP=연합뉴스


스나이더 교수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발언으로 격해진 중·일 갈등 국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침묵하는 배경을 묻자 “트럼프의 대중 전략은 오로지 수익 창출에만 맞춰져 있다”며 “그 목표를 방해하는 어떤 것도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Q : 트럼프의 태도에 대해 한국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A : “근본적으로 돈과 정치와 권력의 문제다. 시작은 다카이치 총리의 지나친 발언이었고, 결과적으로 실수가 됐지만 이제와서 물러날 수도 없다. 여성인 다카이치 총리는 강한 이미지가 필요했고, 이는 경제 상황이 안 좋은 시진핑 주석 역시 관심을 애국주의로 돌릴 유용한 카드를 공짜로 얻었다. 트럼프는 당장 (중국에 대두를 팔아야 할) 농민들만 생각하고 있다. 트럼프는 중국을 자극하는 리스크를 안고 다카이치 총리를 지지할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10월 31일 경북 경주시 라한셀렉트호텔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갈라만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0월 31일 경북 경주시 라한셀렉트호텔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갈라만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Q : 그럼 한국은 어떤 대중 전략을 세워야 하나.

A : “중국은 한·일을 갈라놓으려 한다. APEC 회의 때 시 주석은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매우 우호적이었지만, 다카이치 총리와의 회담은 매우 짧고 긴장감이 넘쳤다. 사실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발언’까지 의도했는지 모르지만, 시 주석이 다카이치 총리를 밀어붙여 시험하려 했던 건 틀림없어 보인다. 위험한 상황이다. 국내 정치까지 겹쳐 통제 불능이 될 가능성도 있다.”


외교적 위기에 몰린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9일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는 일본 영토”라는 돌발 발언을 내놨다. 한국과의 공조가 필요한 시점에 나온 국내 정치용 발언일 가능성이 있다.

스나이더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뒤흔들어 버린 동맹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며 여러차례 허탈한 웃음을 반복했다. 그러면서 “결국 한국인들은 핵무기로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을 더 강하게 갖게 될 것이고, 결국 그런 일(자체 핵보유)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했다. 이어 “한국의 핵보유가 가능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이제 중국과 북한은 절대로 가만히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라며 동아시아의 안보 위협이 고조될 가능성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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