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인천에서 인도를 걷던 모녀를 향해 돌진하는 전동 킥보드. 해당 킥보드는 면허도 없는 여중생들이 타고 있었다. [인천연수경찰서 제공] |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지난 10월 인천에서 인도를 걷던 모녀를 덮친 전동 킥보드 사고로 중태에 빠졌던 30대 엄마가 가까스로 의식을 회복했지만 현재 기억 상실 상태인 것으로 전해져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13일 KBS에 따르면 사고 당시 두 살배기 딸을 지키려 몸을 던진 30대 여성 A씨는 사고 엿새 만인 10월 24일 극적으로 의식을 되찾았다. 그러나 또 다른 비극이 찾아왔다. 기억을 잃은 것이다.
남편 B씨는 “뇌가 손상돼서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기억상실이라고 해야 할지, 아이들에 대한 감정조차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B씨는 “아이들이 밤마다 발작하면서 울고 공격적인 성향까지 보인다”며 “엄마가 없어서 그런 건지 트라우마 때문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재 가족은 매일 치료와 간병을 반복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사고는 지난 10월 18일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서 발생했다. 인도를 걷던 모녀를 향해 전동 킥보드가 빠른 속도로 돌진했고, 엄마 A씨는 몸을 던져 딸을 감싸 안았다. 딸은 무사했지만 A씨는 머리를 바닥에 강하게 부딪히며 다발성 두개골 골절로 중태에 빠졌다.
사고를 낸 중학생 2명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상과 도로교통법상 무면허 운전 혐의로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다. 이들은 만 14세 이상으로 형사처벌 대상이지만, 미성년자이고 보험에도 가입돼 있지 않아 실질적인 피해 보상이 어려운 상황이다. 피해 가족은 결국 민사소송 외에는 뚜렷한 방법이 없는 처지다.
B씨는 “한 달에 거의 수천만 원씩 비용이 들어가는데, 상대는 무면허·무보험에 미성년자라 아무런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다”며 “현행법상 피해자가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는 것 같더라”라고 토로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처음으로 전동 킥보드 대여 업체에도 책임을 물었다. 경찰은 면허 확인 없이 킥보드를 대여해 무면허 운전을 방조한 혐의로 최근 대여 업체 책임자를 불구속 입건하고, 행위자와 함께 법인도 처벌하는 양벌규정에 따라 해당 업체도 함께 입건했다. 업체는 면허가 필요한 개인형 이동장치(PM)를 가해 중학생에게 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전동 킥보드는 원동기면허 이상을 소지한 만 16세 이상만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단속과 관리가 느슨한 현실 속에서 무면허 킥보드는 여전히 무법지대다.
실제로 지난달 서울 전역에서 진행된 경찰 불시 단속에서 단 2시간 만에 200건이 넘는 킥보드 교통법규 위반이 적발됐다. 전문가들은 국가 주도의 책임보험제 등 제도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