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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역 등장한 괴물 한마리에 ‘발칵’…“뒤집힌 빵과 치킨, 기묘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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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역 등장한 괴물 한마리에 ‘발칵’…“뒤집힌 빵과 치킨, 기묘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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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IP 협업 마케팅’으로 MZ 공략
KFC, ‘기묘한 이야기’와 팝업스토어 운영
가상 세계관→오프라인 확장…몰입감 강화
“브랜드정체성 강화 수단…고객 유입 증가”
“저 괴물 뭐야? ‘데모고르곤’ 아니야?”

지난 4일 서울 신촌역 인근 KFC 신촌역점에 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 속 데모고르곤이 입을 벌리고 있다.

지난 4일 서울 신촌역 인근 KFC 신촌역점에 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 속 데모고르곤이 입을 벌리고 있다.


지난 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인근 한 건물 앞. 웅성거리며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따라 고개를 들어보니 입을 쩍 벌린 괴물 한 마리가 2층에 박혀 있었다.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 속 괴물 캐릭터인 데모고르곤으로, 당장이라도 뒤집힌 세계(Upside down)에서 튀어나올 듯 팔을 활짝 벌린 채였다. 마치 촉수 같은 나무뿌리들도 주위를 칭칭 휘어감고 있었다. 데모고르곤의 왼손 쪽에는 KFC 치킨 필렛 두개 사이에 햄버거 번이 뒤집힌 모습으로 놓여있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다양한 지식재산권(IP) 영향력이 커지면서 외식·식품업계가 브랜드 경험의 확장 수단으로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팬덤 기반의 인기가 굿즈 수집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확산 등 자발적인 참여로 이어지면서 IP 협업 마케팅이 신규 고객 유입과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평이 나온다.

지난 4일 서울 신촌역 인근 KFC 신촌역점 전경.

지난 4일 서울 신촌역 인근 KFC 신촌역점 전경.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치킨·버거 브랜드 KFC는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 시즌5’와의 협업 캠페인 일환으로 KFC 신촌역점 내 이색 팝업 공간을 운영 중이다. 가상의 설정인 ‘호킨스 프라이드 치킨’을 오프라인으로 구현한 팝업스토어로, 소비자가 세계관 속에 몰입할 수 있는 경험을 제안했다. 기존 버거 번과 치킨 필렛의 구조를 뒤집은 한정판 메뉴 ‘업사이드다운징거’도 함께 출시했다.

기묘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 듯한 느낌을 주는 외관과 다양한 몰입형 참여 이벤트를 통해 색다른 브랜드 경험을 즐길 수 있다. 실제 2층 계단을 시작으로 3층 입구로 이어지는 포털을 지나니 일상적인 KFC와 업사이드다운의 KFC를 잇는 연결 통로와 같은 공간이 등장했다. 계단 곳곳에는 호킨스 마을이 떠오르는 영자신문과 표지판이 붙어있었다.

KFC 신촌역점 ‘기묘한 이야기’ 팝업스토어 입구.

KFC 신촌역점 ‘기묘한 이야기’ 팝업스토어 입구.


3층으로 올라가면 붉은 조명에 휩싸인 메인 공간이 등장한다. 끈끈한 점액으로 둘러싸인 나무뿌리도 입구 전체에 산발적으로 퍼져있었다. 팝업 내부로 들어가니 ‘낯설고 기묘하지만 익숙한 KFC’라는 콘셉트 아래 다채로운 참여형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었다. ‘오더코드존’에서는 점멸되는 전구 알파벳을 활용한 퀴즈 이벤트가 진행됐다. 업사이드 다운에 갇혀 알파벳이 적힌 벽 위에 설치된 점멸 전구로 의사를 전달했던 윌 바이어스처럼 기묘한 이야기의 상징적 장면을 차용해 기획했다.


젊은 층 사이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2400명분의 팝업 예약은 열자마자 마감됐다. SNS에도 “기묘한 이야기를 너무 좋아하는데 이런 팝업 대환영” “사진 찍기 좋다” “데모고르곤 한 마리만으로도 갈 가치가 충분하다” “뒤집힌 버거 아이디어가 참신하다” 등 긍정적인 후기가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대학가 중심 상권에 위치한 KFC 신촌역점에 마련돼 지리적 이점도 살렸다. 인근 대학생이나 외국인 관광객 등도 영상을 촬영해 자발적으로 2차 콘텐츠를 생산 중이다.

KFC 신촌역점 내 ‘기묘한 이야기’ 팝업스토어 오더코드존.

KFC 신촌역점 내 ‘기묘한 이야기’ 팝업스토어 오더코드존.


KFC는 앱 내에서 참여형 캠페인을 진행하며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전방위 협업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KFC 코리아 백민정 CMO는 “기묘한 이야기 협업을 오프라인까지 확장해 더욱 몰입하여 즐길 수 있는 이색적인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다”며 “팝업스토어를 통해 새로운 고객 유입과 브랜드에 대한 흥미·체류 시간을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KFC뿐 아니라 다양한 식음료 기업이 IP 협업 마케팅을 통해 새로운 브랜드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IP 특유의 팬층 구조와 서사적 매력, 감정적 유대감이 소비자 초기 관심을 빠르게 이끌어내며 접점을 형성할 수 있는 강력한 동력으로 작용한다는 판단이다. 메뉴와 패키지 디자인, 매장 공간 등 프로모션 전반에 적용하는 모양새다.


컴포즈커피는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와 협업해 ‘주토피아 2’ 한정판 굿즈 5종을 출시했다. 영화 속 주디와 닉 캐릭터를 디자인에 적용해 실용성과 소장 가치를 더했다. 컴포즈커피는 이번 협업을 통해 고객에게 새로운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고 일상 속 작은 즐거움을 선사하고자 했다. 메가MGC커피도 인기 캐릭터 IP ‘가나디’와 협업한 홀케이크를 선보였다. 가나디가 커피 브랜드와 함께 식품 형태의 제품을 선보이는 첫 사례다.

지난 10월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신라면과 케이팝 데몬 헌터스 협업을 홍보하는 글로벌 캠페인이 송출되고 있다. 농심 제공

지난 10월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신라면과 케이팝 데몬 헌터스 협업을 홍보하는 글로벌 캠페인이 송출되고 있다. 농심 제공


농심 역시 넷플릭스 인기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하는 컵라면을 현실로 구현한 ‘신라면 햄버거컵’, ‘신라면 슈퍼스타컵’, ‘신라면 스파이시퀸컵’ 3종을 최근 한정 출시했다. 영화 속에 표현된 라면의 맛을 실제로 구현한 점이 특징으로, 국내 소비자뿐 아니라 해외 소비자에게도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글로벌 인기에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대규모 캠페인도 진행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패키지가 적용된 한정판 새우깡 역시 새우깡 전체 매출을 견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KFC 코리아 관계자는 “IP의 세계관과 브랜드 정체성을 결합한 색다른 경험은 소비자에게 새로운 재미와 가치를 제공하는 차별화된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앞으로도 고객 취향과 문화 흐름을 반영한 다양한 브랜드 활동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글·사진=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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