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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column] '원정의 지킬, 홈의 하이드' 토트넘의 홈 징크스,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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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column] '원정의 지킬, 홈의 하이드' 토트넘의 홈 징크스,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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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 'IF'의 사전적인 의미는 '만약에 ~라면'이다. 은 '만약에 내가 축구 기자가 된다면'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누구나 축구 전문 기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작됐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부수를 발행하고 있는 'No.1' 축구 전문지 '포포투'와 함께 하는 은 K리그부터 PL, 라리가 등 다양한 축구 소식을 함께 한다. 기대해주시라! [편집자주]

"매우 중요한 것은 우리의 홈,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을 마치 요새처럼 만드는 것이다. 우리 홈이 아주, 아주 오기 어려운 곳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모두가 함께해야만 가능하다."

토머스 프랭크 감독이 토트넘 부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남긴 말이다. 하부리그 팀이었던 브렌트포드를 프리미어리그로 이끈 성공적인 커리어를 마치고 토트넘에 온 그는, 무엇보다 홈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시즌 초반만 놓고 보면 그의 구상은 실현되는 듯했다. 리그 개막전에서 번리를 3-0으로 완파했고, 3년 만의 챔피언스리그 홈 복귀전에서도 비야레알을 1-0으로 잡아내며 홈을 '요새'로 만들겠다는 약속에 걸맞은 출발을 보였다.

그러나 그 기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홈에서는 곧바로 연패에 빠졌고, 어느새 리그 홈 경기 4패를 기록하며 홈 성적만 놓고 보면 무려 리그 16위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추락했다. 13라운드 풀럼전 패배는 토트넘이 2025년에만 기록한 10번째 프리미어리그 홈 패배였으며, 이는 클럽 역사상 한 해 최다 패배 기록(1994년·2003년과 동일)에 해당하는 불명예였다.

반면 원정에서는 완전히 다른 그림이 펼쳐진다. 팀은 훨씬 가벼운 몸놀림과 높은 집중력을 보여주며, 프랭크 감독의 전술도 더 유연하게 구현되고 있다. 이번 시즌 치른 7번의 원정 경기에서 단 1패만을 기록하며, 원정 성적만 따지면 리그 3위 수준의 경쟁력을 자랑한다.

특정 상황에서 전혀 다른 모습을 번갈아 드러내는 것을 뜻하는 '지킬앤하이드'. 프랭크 감독의 토트넘이 바로 그렇다. 홈에서는 이상하리만큼 힘을 쓰지 못하며 흔들리지만, 원정만 나서면 활력이 살아나고 완전히 다른 팀처럼 강해진다. 정작 강세를 보여야 할 홈에서 약하고, 더 어려운 환경인 원정에서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펼치는 이 극단적 양면성. 과연 프랭크의 토트넘은 무엇이 문제일까?

# 토트넘의 공격은 멈췄고, 숫자는 그걸 증명한다


토트넘의 공격력은 분명하게 둔화됐다. 특히 홈에서는 그 부진이 더 깊게 드러난다. 올 시즌 홈 8경기에서 기록한 득점은 고작 10골, 경기당 1.25골에 불과하다. 이는 리그 전체를 기준으로 하위 5위권에 해당하는 낮은 기록이다. 단순히 골이 나오지 않는 수준이 아니라, 기대 득점(xG) 지표가 1.05로 매우 저조하다는 점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홈에서의 xG가 토트넘보다 낮은 팀은 선덜랜드(0.99)와 번리(0.59)뿐이다.

이 악화된 흐름은 시즌 전체 데이터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토트넘의 총 xG는 14.9로 리그 17위, 경기당 유효슈팅은 3.4개로 16위까지 떨어졌다. 전환율은 17%로 준수하지만, 이는 마무리 능력의 부족이 아니라 애초에 찬스 자체가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실제로 경기당 유효슈팅 3.2개라는 수치는 2003–04 시즌 이후 최저 기록이다. 반면 리그 1위 맨시티는 xG 29.7, 유효슈팅 5.3개(전환율 16.2%)를 기록하며 뚜렷한 차이를 보여준다.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하락 폭은 더욱 명확해진다. 토트넘은 작년 경기당 유효슈팅 4.9개로 리그 6위를 기록했다. 시즌 막판 유로파리그 병행으로 로테이션을 가동하면서도 효율적인 공격력을 유지했음을 고려하면, 올해의 급락은 단순 부진이 아니라 체질적 변화에 가깝다.

가장 큰 원인은 핵심 공격 자원의 대량 이탈이다. 지난 시즌 토트넘의 리그 총 공격포인트 104개 중 손흥민·매디슨·솔랑케·쿨루셉스키가 55개를 책임졌고, 이는 전체의 52.4%에 해당한다. 그러나 올 시즌 이 네 명이 모두 이탈했다. 손흥민의 이적, 매디슨·솔랑케·쿨루셉스키의 부상은 팀 공격 구조의 기반을 무너뜨렸다. 새롭게 영입한 시몬스·무아니·쿠두스·텔 역시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창의적이지 못한 토트넘의 중원 조합

미드필더진의 창의성 부족 역시 홈에서 공격적인 축구를 펼치지 못하는 핵심 원인이다. 토트넘에서 활약했던 대니 머피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미드필드가 특히 창의적이지 않다. 공격진도 자신감을 잃어보이고 전방에서 너무 가볍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토트넘은 이번 시즌 베리발, 벤탕쿠르, 팔리냐, 사르를 중심으로 중원을 구성하고 있는데, 네 선수 모두 활동량과 수비 능력은 뛰어나지만 창의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시즌 15라운드까지 명확한 주전 조합조차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프랭크 감독은 15라운드 동안 무려 9개의 미드필더 조합을 시험했다. 경기마다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변화했지만, 오히려 해결하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가장 많이 사용된 벤탕쿠르–사르–팔리냐 조합(3회)조차 최근엔 팔리냐와사르의 교체 비중이 커지면서 사라졌다.

머피는 이러한 혼란에 대해 "조합이 계속 바뀌고, 때로는 10번을 두기도 하고, 때로는 3미들 체제로 가는 등 전체적으로 정돈되지 않은 느낌"이라며 "홈에서는 지나치게 안전한 플레이만 하려 하고, 공을 다루는 자신감도 부족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흥미로운 점은 토트넘의 공격 부진과 중원 조합의 한계가 원정에서는 거의 표면화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에버턴전과뉴캐슬전에서 반 더 벤과로메로가 세트피스 상황에서 멀티골을 기록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듯, 원정에서는 상대에게 주도권을 내주는 대신 세트피스와 역습 같은 제한적 상황만으로도 득점을 만들어낼 수 있다. 실제로 에버턴 원정 3-0 승리에서도 토트넘은 볼 점유나 빌드업으로 상대를 공략하기보다, 수비적으로 버티며 찾아오는 몇 차례의 기회만 극대화해 경기를 가져왔다.

이런 접근은 원정이라는 환경과 잘 맞물린다. 상대가 라인을 올리고 주도권을 가져가면, 토트넘은 공격 전개가 매끄럽지 못하더라도 문제될 것이 없다. 중원의 창의성 부족이나 전진 패스의 부재가 크게 드러나지 않고, 홈팬들의 기대와 충돌할 일도 없다. 즉, 주도권을 내려놓는 순간 현재 토트넘의 약점들은 자연스럽게 가려진다.

반면 홈에서는 상황이 정반대다. 점유율을 기반으로 경기를 장악해야 하고, 스스로 찬스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때 현재의 중원 조합은 공격 전개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지 못하고, 공격진의 결정력보다 기회 자체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구조적 한계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결국 토트넘의 공격 부진과 중원 문제는 원정에서는 상대의 스타일에 숨겨지지만, 홈에서는 오롯이 팀의 문제로 드러나며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 계속되는 홈팬들과의 마찰


이번 시즌 토트넘은 홈팬들과의 갈등이 반복되면서 팀의 분위기와 경기력 전반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첼시전 패배 직후 제드스펜스와 미키 반 더 벤이 프랭크 감독의 악수를 외면한 채 터널로 향하는 장면은 팬들의 실망을 더욱 키웠고, 경기장을 가득 메운 야유는 상황의 심각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풀럼전에서도 갈등은 이어졌다. 비카리오의 실수로 실점하자 일부 홈팬들은 그에게 거친 야유를 퍼부었다. 프랭크 감독은 이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고, "그런 행동을 한 이들은 진정한 토트넘 팬이라 부를 수 없다"고 말하며 팬들과의 관계가 이미 깊게 틀어졌음을 인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경기 후 포로의 격앙된 퇴장, 그리고 팬들에게 인사하는 베리발에게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장면까지 이어지며 선수단 내부의 감정도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줬다.

런던 연고 더비에서 사상 첫 프리미어리그 4연패를 당한 것도 팬들의 인내심을 무너뜨렸다. 홈 관중 수는 빠르게 감소하고 있으며, 시즌 개막전 61,077명에서 최근 챔피언스리그 슬라비아 프라하전은 47,281명으로 크게 줄었다. 팀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손흥민의 작별 인사가 예정돼 있었음에도, 부진한 홈 성적과 부담스러운 티켓 가격은 팬들의 발걸음을 경기장 밖으로 향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홈팬들과의 갈등은 단순한 분위기 문제가 아니라 경기력에 직결되는 심각한 요소로 번지고 있다. 토트넘에서 활약했던 대니 머피는 BBC 인터뷰에서 "관중의 불안은 선수들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상황이 좋을 때는 팬들의 자신감이 힘이 되지만, 좋지 않을 때는 그 반대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원정에서는 자유롭게 뛰던 선수들도 홈에서는 실수 후 들릴 불평을 의식해 더 안전하게만 플레이하려 한다"고 말하며, 홈팬들과의 긴장 관계가 '홈 이점'을 약화시키는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홈팬들과의 신뢰 회복 없이는 토트넘이 홈을 다시 요새로 만들기 어렵다는 점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불안한 현재와 기대해 볼만한 미래


원정 경기에서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토트넘은 지금 매우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몇몇 선수들의 돋보이는 활약이 팀 분위기를 지탱하고 있지만, 홈에서의 부진이 계속된다면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경쟁에서 밀려나는 것은 물론, 최악의 경우 유럽대항전 진출마저 실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홈 경기력의 하락은 단순한 분위기 문제를 넘어 시즌 전체의 흐름을 뒤흔들 수 있는 심각한 요소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팀 내에는 분명히 희망적인 부분도 존재한다. 새롭게 합류한 쿠두스와시몬스는 시간이 지날수록 팀 전술에 적응하며 자신들의 스타일을 뚜렷이 드러내고 있다. 두 선수의 전진성, 창의적인 움직임, 빠른 공격 템포는 프랭크 감독이 지향하는 축구와 자연스럽게 맞물리고 있으며, 직전 시즌에 비해 빌드업의 완성도와 공격 전개 방식도 한층 다양해진 모습이다. 이는 프랭크 감독의 철학이 점차 팀에 뿌리내리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다.

부상자들의 복귀도 토트넘의 반등 가능성을 더욱 높인다. 쿨루셉스키와 매디슨 같은 핵심 자원들이 돌아오면 공격에서의 창의성과 템포 조절 능력이 크게 향상될 것이며, 기존 주력 선수들까지 정상적으로 가동된다면 팀 밸런스는 훨씬 안정될 수 있다. 특히 이 두 선수는 공간 활용과 패스 선택에서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어, 복귀 그 자체가 홈 경기력 회복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결국 현재의 토트넘은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홈에서의 부진을 끊지 못한다면 상위권 경쟁은 어려워지겠지만, 팀 전력의 정상화와 신입 선수들의 완전한 적응, 그리고 팬들과의 관계 회복이 맞물린다면 충분히 반등 가능성도 존재한다. 모든 전력이 갖춰지고 팀 분위기가 안정되기 시작한다면, 토트넘은 다시 홈에서 강한 모습을 되찾고 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글= 'IF기자단' 6기 이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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