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팍스 실리카' 출범, 韓 포함한 경제안보 동맹 강화… 중국 견제 확대

-미 국무부 “핵심광물부터 반도체, AI 이르기까지 안전한 공급망 구축”

-국무부, 중국 직접 거론 않았지만 “강압적 의존도 줄이는 것 목표” 언급

-미 의회, 미국자본 중국 AI기업 투자 우려…NDAA에 대중국 기술 투자제한 규제 포함

[디지털데일리 강기훈기자] 미국이 인공지능(AI)과 반도체, 핵심광물 등 공급망을 중심으로 경제안보 동맹 강화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견제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한편으로 이는 최근 미 뉴욕 월가의 자금이 중국 AI 기업으로 몰리는 흐름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의회에서 자국 자본이 중국 기술 발전에 활용되지 못하도록 규제안을 통과시키는 등 초당적 대응도 전망된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자국 주도로 한국, 일본 등 8개국이 참여하는 경제 협력체 ‘팍스 실리카(Pax Silica)’가 출범을 발표했다.

국무부는 팍스 실리카를 “핵심광물과 에너지 투입재부터 첨단 제조, 반도체, AI 인프라, 물류에 이르기까지 안전하고 번영하며 혁신 주도적인 실리콘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팍스(pax)’는 라틴어로 평화와 번영, 안정을 의미하고 ‘실리카’는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원료인 실리콘 정제 화합물을 뜻한다. 반도체, AI 등 첨단산업을 뒷받침하는 공급망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관리하고 재편하겠다는 미국의 전략을 담았다는 평가다.

참여국은 미국을 비롯해 한국, 일본, 싱가포르, 네덜란드, 영국,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호주다. 국무부는 이들 국가를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으로 규정하고 “글로벌 AI 공급망을 주도하는 가장 중요한 기업과 투자자들의 본거지”라고 언급했다.

다만 국무부가 공개한 팍스 실리카 팩트시트에는 중국을 직접 거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팍스 실리카 출범은 희토류 등 첨단산업 공급망을 중국이 장악한 상황을 대응하겠다는 성격이 뚜렷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무부는 "강압적 의존도를 줄이고 AI의 기초가 되는 소재와 역량을 보호하며 동맹국들이 대규모로 혁신적 기술을 개발하고 배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협력 분야로는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 및 플랫폼, 프론티어 파운데이션 모델, 네트워크 인프라, 컴퓨팅·반도체, 첨단 제조, 물류·운송, 광물 정제·가공, 에너지 등이 제시됐다. 팍스 실리카 참여국들은 핵심광물과 반도체 설계·제조·패키징 등에서 공급망 취약성을 공동으로 점검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으론 이러한 경제안보 동맹 형성 움직임은 최근 미 월가의 일부 자금이 중국 AI 기업으로 몰리는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견해도 나온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는 미국 투자자들이 AI 모델을 개발하는 중국 기술 기업들의 주식을 적극 매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에 기반을 둔 벤처캐피탈(VC)들은 AI 투자를 염두에 두고 달러 표시 펀드를 조성하고 일부 미국 대학 기금들도 대중국 투자 재개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인해 미 정가에서는 자국 자본이 중국으로 몰리는 추세를 우려하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지난 10일(현지시간) 미 연방하원은 2026년도 미 국방수권법안(NDAA) 을 통과시켰다. 최종안에는 대통령에게 중국의 AI 및 군사 관련 첨단 기술 산업에 대한 미국의 투자를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을 확대하는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이를 두고 중국의 기술 발전에 미국 자본이 활용되는 것을 구조적으로 차단하는 정책과제에 초당적으로 대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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