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디지털데일리 언론사 이미지

계륵된 인천공항 면세점…복잡해진 셈법에 기업들 '고심'

디지털데일리 유채리 기자
원문보기

계륵된 인천공항 면세점…복잡해진 셈법에 기업들 '고심'

속보
서울·경기 북부 눈 약해져...밤사이 강원 남부 충청· 이남 주의

[디지털데일리 유채리기자] 인천국제공항(인천공항) 면세점 운영 공고를 두고 면세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인천공항에서의 사업이 가지는 이점만큼 위험 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사업 수익성과 다른 기업과의 경쟁까지 고려해야 해 셈법이 어느 때보다 복잡할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인천공항 면세점의 신규 운영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을 공고했다. 이번 재입찰은 임대료에 부담을 느낀 호텔신라와 신세계디에프가 법원에 임대료 조정을 신청했으나, 조정이 결렬되며 사업권을 반납하며 이뤄지게 됐다. 입찰 대상 사업권은 향수·화장품, 주류·담배 사업권인 DF1과 DF2다. 해당 구역은 인천공항 면세점 전체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사업권이다.

주요 쟁점이던 임대료 체계는 기존과 같이 '객당 임대료'를 유지한다. 공항 여객 수에 사업자가 제안한 여객당 단가를 곱해 임대료를 산정하는 방식이다. 최저수용가능 객당 임대료는 두 구역 모두 2년 전 입찰 당시보다 소폭 감소했다. DF1은 5346원에서 5031원으로, DF2는 5616원에서 4994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인천공항공사 측은 "최근 소비 및 관광 트렌드의 변화로 인한 면세업계의 상황을 반영해 지난 입찰 대비 낮게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면세 사업자들은 사업권 입찰에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다. 최저수용가능 객당 임대료 기준선이 하향 조정됐으며, 인천공항 면세 사업 자체가 가진 이점도 커서다. 입찰로 나온 구역은 향수, 화장품, 주류, 담배를 판매하는 데 이 품목들은 마진율이 높다. 또 인천공항 면세점 운영 자체가 브랜드 가치를 높여준다. 인천공항은 지난해 여객 및 화물실적 모두에서 세계 3위를 기록한 국내 최대규모 공항이다. 유동인구는 물론, 상징성까지 갖췄다.




현재 입찰 참여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롯데면세점과 현대면세점 등이 거론된다. 롯데면세점은 현재 시내 면세점만 운영하고 있다. 인천공항 DF5(럭셔리 부티크) 권역에서 운영하고 있는 현대면세점은 후발주자로, 사업 영역 확장과 영향력 확대가 필요하다. 호텔신라와 신세계디에프가 재입찰에 나서리란 의견도 있다. 글로벌 면세기업들의 참여 가능성도 점쳐진다.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와 태국 킹파워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기회비용도 크다. 고환율이 장기화되며 면세품 가격 경쟁력이 약해졌다. 면세점은 제품 매입과 판매가 달러로 이뤄지기 때문에 환율이 상승하면 세금 감소 효과가 상쇄된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 중후반에서 횡보하고 있다. 1400원대 환율이 기준선이 되리란 전망도 나온다. 고환율 장기화로 수익성 압박이 커질 수 있다.


면세 쇼핑의 주 고객층인 중국 관광객의 소비처가 변화한 것도 위기감을 키운다. 최근 중국 관광객들은 면세점보다는 올리브영·다이소 등을 선호하는 추세다. 대규모 단체 관광객에서 개별 여행객으로 변화하며 쇼핑보다는 체험을 중시하는 분위기다. 한국관광공사 분석에 따르면 중국 젊은 세대에게 여행이 스트레스 완화, 심리적 안정 추구의 수단이 된 것도 체험이 부상하게 된 요인 중 하나다.

업계 관계자는 "공항 면세점은 모객을 하지 않아도 잠재적 고객이 있다는 게 이점이다. 인천공항에 입점해 있다는 게 브랜드 유치에도 소구력이 크다"이라면서도 "면세업 자체 경쟁력이 많이 떨어졌다. 여행객 증가로 평균 수속시간도 길어지며 면세를 이용하지 않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구조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금 면세산업은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며 "유커의 활동이 전과 같지 않고, 고물가도 이어지는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단순히 쇼핑만 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라 체험 등 면세업계만의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며 "지금이 불황기라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 상황이 좋아지면 오히려 이점인 부분도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Copyright ⓒ 디지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