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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가치 없는 디지털 라부부”…뱅가드 경고

이데일리 최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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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가치 없는 디지털 라부부”…뱅가드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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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자산 아닌 투기적 수집품”
장중 9만달러 붕괴, 증시-코인 괴리 커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자산운용회사인 뱅가드 그룹이 비트코인에 대해 투기적 수집품이라고 일축했다.

1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뱅가드 그룹이 최근부터 고객들에게 현물 비트코인 ETF를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지만, 회사의 한 고위 투자 책임자는 암호자산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은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뱅가드의 글로벌 주식 퀀트 부문 책임자인 존 아메릭스(John Ameriks)는 “비트코인은 생산적인 자산이라기보다는 인기 있는 봉제 인형과 유사한 투기적 수집품(speculative collectible)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며 “이 토큰이 장기 투자에서 회사가 중시하는 수익, 복리, 현금 흐름의 특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메릭스는 최근 뉴욕에서 열린 블룸버그의 ‘ETF 심층 분석’ 콘퍼런스에서 “기초 기술이 지속적인 경제적 가치를 제공한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는 한 비트코인을 ‘디지털 라부부’ 이상의 것으로 생각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자체의 경제적 가치가 있다기보다 사람들이 원해서 수급에 따라 비싸진 물건이라는 뜻이다. ‘라부부’는 홍콩 출신 아티스트 카싱 룽(Kasing Lung)이 디자인한 팝아트 피규어 시리즈 ‘더 몬스터스(The Monsters)’의 대표 캐릭터다.

비트코인 모형과 라부부 인형.(사진=이미지투데이)

비트코인 모형과 라부부 인형.(사진=이미지투데이)


블룸버그는 13일 비트코인을 경제적 가치가 없는 ‘디지털 라부부’ 인형으로 비유했다. (사진=블룸버그)

블룸버그는 13일 비트코인을 경제적 가치가 없는 ‘디지털 라부부’ 인형으로 비유했다. (사진=블룸버그)


이같은 발언은 비트코인이 최근 수개월 간 하락 국면을 겪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으로 뉴욕 증시가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비트코인은 11~13일 장중에 9만달러가 붕괴됐다. 이후 13일 오전 9시15분 현재 9만달러대를 기록 중이다. 이는 올해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지난 10월 시세(약 12만6000달러)보다는 20% 넘게 하락한 것이다.

앞서 뱅가드는 “자체 가상자산 ETF나 뮤추얼 펀드를 출시할 계획은 없다”면서도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분석을 바탕으로 뱅가드 브로커리지 플랫폼에서 대부분의 제3자 가상자산 ETF 및 뮤추얼 펀드를 허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블랙록의 전 임원이자 블록체인 옹호자인 살림 램지가 뱅가드 CEO로 취임한 지 1년여 만에 이뤄졌다. 뱅가드가 이달 이같이 발표한 것을 두고 디지털자산 업계에서는 뱅가드 등 기존 금융권이 디지털 자산의 중요성을 주목한 것으로 해석했다.

관련해 13일 블룸버그는 뱅가드가 디지털자산 현물 비트코인 ETF를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암호자산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은 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뱅가드의 경영진들은 과거에도 암호화폐를 투자 대상으로 어떻게 보는지에 대해 주저하지 않고 밝혀 왔고, 암호화폐를 투기적이라며 비판하는 입장을 취해 왔다.

뱅가드의 아메릭스는 “비트코인이 투기적 성격이 아닌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특정한 상황들이 존재할 수 있다”면서 “고인플레이션 환경이나 정치적 불안정 시기 등 특정한 맥락에서 이 코인의 가치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아메릭스는 “그러한 상황에서 가격이 일관되게 움직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면 그때는 어떤 투자 논리가 성립할 수 있는지, 포트폴리오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보다 합리적으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아직은 그런 근거가 없다. (비트코인 등 암호자산의) 역사 자체가 너무 짧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