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잃은 20대 청년이 누리꾼 응원 덕분에 다시 삶의 의지를 다졌다. /사진=스레드 갈무리 |
부모와 누나를 잇달아 잃은 20대 청년이 SNS(소셜미디어)에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올렸다가 수천 개의 응원 댓글을 받고 다시 삶의 의지를 다진 사연이 전해졌다.
13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경남에 거주하는 20대 남성 A씨는 지난 10일 자신의 SNS에 "엄마 아빠 오늘 보러 가겠다. 너무 힘들었다. 올해까지는 버티려 했지만 더는 어렵다. 큰누나 미안하다"는 글을 남겼다.
A씨가 그간 SNS에 남긴 글을 보면 부모님은 2년 전 자취 중이던 A씨를 만나러 오던 길에 교통사고로 숨졌다. 이후 작은누나는 직장 내 괴롭힘을 겪다 부모 사망 9일 만에 세상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글이 온라인상에서 확산하자 하루 만에 2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누리꾼들은 "부모님이 아직 오지 말라고 했다" "겨울이니까 붕어빵 먼저 먹어보자. 그러다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다시 가을이 온다" 등 A씨를 위로했다.
A씨를 직접 돕겠다는 이들도 나타났다. 아들만 셋을 키운다는 누리꾼은 "별생각 다 들면 우리 집 와. 방 한 칸 내어줄게. 아들 셋 육아하다 보면 배고파서 밥 달라고 하게 된다. 따뜻한 밥 한 끼 먹고 다시 생각해 보자"고 했다.
이 밖에도 과일가게 주인은 "올해 귤 맛있다. 같이 먹자"고 손을 내밀었고 카페 운영자는 "신메뉴 택배로 보내줄게. 평가해달라"고 말했다. 대만 누리꾼은 번역기로 "대만에 놀러 오면 먹거리와 볼거리를 소개해 주겠다"고 적었다.
한 누리꾼은 A씨에게 DM(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내 그의 위치를 확인한 뒤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 경찰은 A씨 안전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신고한 누리꾼은 A씨와 연락이 닿아 통화도 했다며 "서럽게 크게 울길래 간다고 했더니 괜찮다더라. 일이 커져 어쩔 줄 모르는 듯했다. 1999년생밖에 안 된 어린 친구였고 큰누나는 해외에 있다더라"라며 안타까워했다.
이후 A씨는 SNS를 통해 "경찰관분들이 집까지 찾아오셔서 한참 얘기 나눴고 병원 입원을 권유하셨다"며 "상담 후 내일 바로 입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랫동안 혼자였고 내 삶은 스스로 버티는 것뿐이라 생각했는데 나 하나 때문에 이렇게 많은 분이 걱정해 주실 줄 몰랐다"며 "정말 감사하고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김소영 기자 ks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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