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한겨레 언론사 이미지

대북정책 두고 통일부·외교라인 번번이 이견 노출…이 대통령 나설까

한겨레
원문보기

대북정책 두고 통일부·외교라인 번번이 이견 노출…이 대통령 나설까

속보
미 뉴욕증시 새해 첫날 3대 지수 소폭 상승
조현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8월18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조현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8월18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한·미 간 대북 정책을 조율할 협의체 출범을 두고 통일부와 외교라인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어느 부처가 북한 문제를 다룰 미국과의 협의 주체가 될 것인지를 두고도 경쟁이 치열하다.



12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정연두 외교전략정보본부장과 케빈 김 주한미국대사대리는 이르면 16일 대북정책 협의를 위한 첫 정례 회의 일정을 논의하고 있다. 양국이 정책 협의체 구성을 서두르는 것은 우리 정부가 내년부터 북한과의 대화·교류를 적극 추진하기로 한 만큼 이를 둘러싸고 동맹 간의 사전 조율 필요성이 대두했기 때문이다.



대북정책과 관련한 대미 협의 채널을 두고 통일부와 외교라인이 갈등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 시절 외교부가 참여해 가동된 한미 워킹그룹을 둘러싼 양쪽의 평가가 다르기 때문이다. 당시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주도 아래 한미 워킹그룹을 꾸렸지만, 워킹그룹이 사실상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을 과도하게 제약하는 등 미국의 사전 승인기구처럼 기능했다는 내부 비판이 컸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2021년 코로나 팬데믹 확산에 때맞춰 활동을 종료시켰다.



통일부는 외교부가 주도해 미국과 대북정책 조율에 나설 경우 문재인 정부 시절의 한미 워킹그룹의 문제점이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외교부가 주도하는 대북정책 공조 회의와 관련해 “한반도 정책, 남북관계는 주권의 영역으로 동맹국과 협의의 주체는 통일부”라고 공개 반발한 바 있다. 이는 통일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것과 달리, 외교부는 한미동맹의 일관성, 북한 군사위협 억제 등을 중요시하는 데서 비롯되는 문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10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임 뒤 첫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열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맨 왼쪽),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오른쪽)과 자료를 보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10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임 뒤 첫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열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맨 왼쪽),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오른쪽)과 자료를 보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통일부를 이끄는 정 장관이 외교부 출신 위성락 안보실장과 이견을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당장 정 장관은 내년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계기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는 만큼 한미 연합훈련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위 실장과 외교부는 선을 긋고 있다. 외교부는 이날 입장을 내고 “한미 연합훈련은 우리 안보를 위한 연례적·방어적 성격의 훈련으로 한반도 및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고 있으며, 한미 대비태세 및 전시작전통제권의 조속한 전환을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월23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밝힌 엔드(E·N·D, 교류·관계정상화·비핵화) 이니셔티브의 우선순위, 9·19 군사합의 선제 복원 등 주요이슈를 두고 사사건건 부딪쳤다.



두 기관은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큰 목표는 같지만 접근 방식과 우선순위 차이 때문에 자주 긴장·경쟁 관계에 놓였다. 작은 의견 차이도 쉽게 ‘정책 주도권 경쟁’으로 비화하는 탓에 갈등이 더 부각되는 측면도 있다. 특히 한미연합훈련 조정 등 핵심 이슈에서는 대통령이 누구 손을 들어주느냐가 곧 정부의 방향으로 굳혀지게 된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11월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11월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엔 정 장관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안보실장 지휘를 받는 차관급 1·2·3 차장이 모두 참여하는 현행 체계를 두고, 안보실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강화해 균형을 무너뜨린다는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부처의 존재 목적을 고려하면 경쟁과 긴장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다만 그 긴장이 생산적으로 작동할 수 있어야 하는 만큼 내부에서부터 절충과 조정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외교안보 당국자들 사이에선 다음주로 예정된 외교·안보 부처의 대통령 업무보고 전에 이재명 대통령이 내부 조정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끝나지 않은 심판] 내란오적, 최악의 빌런 뽑기 ▶

내란 종식 그날까지, 다시 빛의 혁명 ▶스토리 보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