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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미나이에 어퍼컷 날린 챗GPT, 새 버전 기습공개

매일경제 원호섭 기자(wonc@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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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미나이에 어퍼컷 날린 챗GPT, 새 버전 기습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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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차세대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3'로 세계 최고 성능을 달성했다고 선언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오픈AI가 'GPT-5.2'를 공개하며 반격에 나섰다. 오픈AI는 '콘텐츠 제국' 월트디즈니컴퍼니와 손잡고 동영상 AI 시장 공략에도 본격 나섰다.

구글의 거센 추격 속에서 기술 경쟁력 강화와 대중적 콘텐츠 확보라는 두 갈래 전략을 동시에 꺼내 든 셈이다. 11일(현지시간) 오픈AI는 차세대 AI 모델 GPT-5.2를 공개하고 유료 사용자를 대상으로 배포를 시작했다. 구글이 제미나이3를 출시하며 AI 성능 평가 사이트인 'LM아레나'를 비롯한 주요 벤치마크에서 1위를 휩쓴 지 3주 만의 대응이다. 구글이 제미나이3를 내놓으며 격차를 줄이자 오픈AI는 지난주 핵심 자원을 챗GPT 개선에 집중하는 '코드 레드'를 선언하고 GPT-5.2 출시에 집중했다.

오픈AI에 따르면 GPT-5.2는 이전 모델 대비 처리 속도가 빨라졌고, 코딩과 번역, 글쓰기 능력이 전반적으로 향상됐다. GPT-5.2는 즉답(Instant)·사고(Thinking)·프로(Pro) 세 가지 모드로 구성됐다. 즉답 모드는 일상적인 업무와 학습에 필요한 빠른 응답에 초점을 맞췄고, 사고 모드는 코딩·수학 문제·긴 문서 요약 등 복잡한 작업에 적합하도록 설계됐다. 프로 모드는 장시간 작업과 추론이 필요한 고난도 질문을 처리하는 데 활용된다. 오픈AI는 새 모델이 수학·과학·코딩 능력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에서 최고 성능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오픈AI는 GPT-5.2가 "실제 업무 환경에서 활용되는 지식 노동에 가장 적합한 자사 최고 수준의 AI"라고 설명했다. 스프레드시트 작성, 프레젠테이션 제작, 이미지 인식, 긴 문맥 이해 능력에서 성능이 크게 개선됐다는 것이다. 오픈AI가 공개한 사례에 따르면 GPT-5.1이 프로젝트 관리 데이터를 단순히 정리하는 수준에 그쳤다면, GPT-5.2는 보고서 구조를 새로 짜고 일정과 산출물을 재구성해 제출용 문서로 완성했다.

기술적 방어와 함께 오픈AI는 콘텐츠 측면에서도 디즈니라는 강력한 파트너를 확보했다. 디즈니는 10억달러를 투자해 오픈AI 지분을 확보하고, 미키마우스·인어공주·스타워즈의 요다 같은 대표 캐릭터를 내년부터 동영상 생성 AI '소라'에 제공하기로 했다.

이 같은 행보의 배경에는 구글의 동영상 생성 AI '베오'와 이미지 생성기 '나노 바나나 프로'에 정면으로 대응하려는 전략과 함께 오픈AI가 안고 있는 불안한 수익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오픈AI는 올해 말 기준 연간 매출을 200억달러로 전망하고 있지만, 여전히 적자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핵심 수익원인 챗GPT의 주간 이용자는 8억명에 달하지만, 이 가운데 유료 이용자는 6% 수준에 그친다. 방대한 일반 사용자 기반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성장성과 기업 가치가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내부에 확산하고 있는 이유다.


디즈니와의 협업은 이러한 상황에서 단순한 콘텐츠 제휴를 넘어 사용자 경험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텍스트 중심 챗봇을 넘어 누구나 직관적으로 즐길 수 있는 영상 생성 AI에 글로벌 콘텐츠 지식재산권(IP)을 결합해 일반 사용자 유입을 확대하겠다는 계산이다.

한편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전직 테크기업 임원이 챗GPT와 대화하는 과정에서 망상이 강화돼 어머니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과 관련해 유족이 오픈AI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챗봇이 편집증적 의심을 검증 없이 받아들이며 비극을 키웠다는 주장이다.

[실리콘밸리 원호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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