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년 대도약하는 경제, 신뢰받는 데이터’ 기획재정부(국세청·관세청·조달청)-국가데이터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11. 대통령실 제공 |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12.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이재명 대통령은 12일 개인정보 유출 사고 시 해당 기업의 전체 매출액 대비 3%까지 과징금을 매기는 기준과 관련해 “시행령을 고치자. 직전 3년 평균이 아닌 3년 중 최고 매출액을 기준으로 3%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며 “지금은 위반하고도 ‘뭐 어쩔건데’ 이런 태도를 취하는 느낌”이라고도 했다. 전날 업무보고에서 “‘무슨 팡’인가 하는 곳에서 규정을 어기지 않았나. 그 사람들은 처벌이 전혀 두렵지 않은 것”이라고 밝힌 지 하루 만에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엄벌 의지를 재차 강조한 것이다.
● “경제 제재가 약해 위반을 쉽게 생각”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은 이날 세종시에서 열린 개보위 업무보고에서 “반복적·중대한 위반 사례에 대해서는 매출액의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현재 국회에는 과징금을 최대 10%로 늘리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쿠팡은 지난해 매출 41조 원을 기준으로 최대 4조1000억 원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다만 법 시행 전인 쿠팡 사건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이 대통령은 “반복되는 중대 위반 행위에 대한 현재 특례 규정이 있느냐”고 물었다. 송 위원장이 “법에는 전체 매출의 3%로 하게 돼 있지만, 시행령은 직전 3개년 매출 평균의 3%를 부과할 수 있다”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법에서 시행령으로) 갈수록 약해진다”며 3년 중 최고 매출액의 3%로 하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 제재가 약해서 위반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며 “기업들이 위반하지 않기 위한 노력과 비용을 충분히 들여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집단소송제 도입이 꼭 필요하다. 입법에 속도를 내달라”며 “지금 3400만 명가량이 피해자인데 일일이 소송하지 않으면 (피해 보상을) 안 해주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에선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든 것”이란 말이 나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칼을 빼 들었으면 제대로 조치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쿠팡은 자신을 대체할 플랫폼이 없어 이대로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일벌백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 생중계 질책으로 공직기강 잡기
이 대통령은 이날 우체국금융개발원의 업무보고를 받던 중 “‘서민 취약계층을 위한 포용금융 지원이 우체국 금융의 목적’이라고 적힌 부분이 눈에 띈다”며 “우리 사회에서 금융 부문이 가장 자유주의적이고, 배제적이고, 약육강식적이라 서민들이 배제되고 기회를 잃는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포용금융, 배제되는 사람 없이 서민 취약계층도 (금융을) 활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태도는 정말 중요하다”며 “말로만 하지 말고 진짜로 좀 해달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6시간 정도 업무보고를 받으며 일부 기관장들을 생중계로 질책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에겐 “역사 교육 관련해선 ‘환빠’ 논쟁이 있지요”라고 물었다. 환단고기는 정통 역사서로 인정받지 못했다. 박 이사장이 “잘 모르겠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환단고기 연구하는 사람들 보고 비하해서 ‘환빠’라고 부르잖나”며 “동북아역사재단은 특별히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 고대 역사 연구를 안 하느냐”고 질책했다. 이어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박 이사장에게 “언제부터 이사장하고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김언종 한국고전번역원장이 한자 교육을 강조하면서 “학생들이 대통령 성함에 쓰이는 한자 ‘있을 재(在)’ ‘밝을 명(明)’도 잘 모른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그래서 ‘죄명’이라고 쓰는 사람이 있지 않느냐”고 답해 다들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