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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 다 쓰는데 한국선 안 된다니”… 조선업계, 유해 물질 추가 지정에 ‘시름’

조선비즈 서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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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 다 쓰는데 한국선 안 된다니”… 조선업계, 유해 물질 추가 지정에 ‘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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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가 지정하려는 유해 화학물질 목록에 선박 건조에 쓰이는 재료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선업계가 대응 방안을 찾는데 고심하고 있다.

1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개정된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 시행령에 따라 새로 지정되는 50여 종의 유독 화학물질에 아연파우더와 메틸에틸케톡심 등 조선공정에서 사용되는 물질이 포함됐다. 시행령의 효력은 내년 1월 1일부터지만, 보통 1~4년의 유예기간을 둔다.

방오(防汚) 도료는 선박 표면에 해양 생물이 달라붙는 것을 막는다. 물에 닿는 선박 하부는 대부분 붉은 색으로 칠해져 있는데, 방오 도료의 주성분이 붉은색을 내는 아산화구리(Cu2O)이기 때문이다. /조선DB

방오(防汚) 도료는 선박 표면에 해양 생물이 달라붙는 것을 막는다. 물에 닿는 선박 하부는 대부분 붉은 색으로 칠해져 있는데, 방오 도료의 주성분이 붉은색을 내는 아산화구리(Cu2O)이기 때문이다. /조선DB



이미 지정된 것들까지 포함하면 조선사들이 선박 건조에 사용하는 재료 중 유해 물질로 지정된 것은 총 10여 종에 이른다. 선박 하부에 조개·해양 생물이 달라붙지 않도록 하는데 쓰이는 방오(Anti-fouling) 도료의 원료인 피치리온, 산화구리, 큐멘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는 유해 물질 추가 지정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정부는 특별한 목적이나 필요한 이유가 있을 경우 특화 고시를 통해 예외적으로 규제를 완화해 준다. 이에 업계는 유해 물질에 포함되는 재료가 특화 고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도장 등 공정에 쓰이는 재료에서 유해 물질의 함량을 대폭 낮추는 식으로 대응하는 방안 등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22년 정부가 유해 물질로 지정해 2027년부터 사용이 규제될 예정이었던 산화구리는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화학물질안전원의 특화 고시 목록에 포함됐다. 산화구리는 항바이러스 성질이 있어 항균·살균 목적으로 산업계에서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물질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TBT라는 화합물을 주로 사용했지만, 독성이 강해 2000년대 초부터 많은 조선사들이 산화구리로 대체했다”고 말했다. 그는 “산화구리는 전세계에서 공통으로 사용하는 물질이라 국내에서도 사용이 제한되면 안 된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었다”며 “새로운 물질도 특화 고시에 포함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현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강판의 성능이 해수에서도 유지돼야 하는 만큼 조선업은 표면 처리와 도료 등의 공정에서 화학물질을 많이 쓸 수 밖에 없는 업종”라며 “환경과 건강이 중요하지만, 동시에 산업 현장에서의 필요성도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일원 기자(112@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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