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용 혜안서울안과 원장 |
황반원공은 망막 중심부인 황반에 작은 구멍이 생기는 질환으로, 선명한 중심 시야를 담당하는 황반이 손상되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초기에는 시야가 약간 흐릿해지는 정도로 나타나 단순한 시력 저하로 오인할 수 있다. 그러나 질환이 진행하면 글자가 휘어 보이거나 중심부가 비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변형시가 나타나고, 중심 암점이 생기기도 한다. 한쪽 눈에 먼저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반대편 눈이 보완해 변화가 늦게 인지되기 때문에 진단 시기가 늦어지기 쉬운 편이다.
황반원공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은 나이가 들면서 시작되는 유리체 변화다. 눈 안을 채우고 있는 유리체는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수축하고 뒤쪽으로 떨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황반을 잡아당기면서 구멍이 생길 수 있다. 고도 근시 환자는 망막 자체가 얇아 구조적 지지가 약하기 때문에 작은 힘에도 더 쉽게 손상된다. 외상이나 망막박리, 망막 수술 이후처럼 망막이 약화한 때도 황반원공 발생 위험이 커진다. 망막 두께, 안구 구조, 유리체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질환이므로 위험 요소를 가지고 있다면 주의해야 한다.
황반원공을 진단하는 데는 안저검사와 OCT(빛 간섭단층촬영)가 필수적이다. 안저검사에서는 황반 중심에 동그란 구멍이 있는지 직접 관찰할 수 있다. 하지만 구멍의 깊이, 주변 망막의 상태, 망막층의 벌어짐 정도까지는 육안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이를 정밀하게 확인하는 도구가 OCT다. OCT는 황반 단면을 층별로 세밀하게 보여주어 구멍의 크기와 형태, 주변부 부종 여부 등을 정확히 평가할 수 있어 치료 방법과 시점, 예후를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치료는 병의 진행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원공이 형성되기 전 단계에서는 자연적으로 구멍이 닫히는 경우도 있어 경과 관찰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미 완전하게 원공이 생긴 경우에는 자연 치유가 어려워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시행되는 방법은 유리체절제술과 가스 주입술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다. 유리체절제술은 황반을 잡아당기는 유리체를 제거해 망막에 가해지는 힘을 줄이는 과정이며, 이후 안구 안에 특수 가스를 주입해 황반을 눌러 구멍이 닫히도록 돕는다. 수술 후 일정 기간 엎드린 자세를 유지해 가스가 황반 부위를 제대로 압박하도록 해야 한다. 자세 유지는 수술 성공률과 회복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불편하더라도 의료진의 지시를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
황반원공 치료 후 예후는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연구에 따르면 90% 이상의 환자에서 구멍이 성공적으로 닫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황반의 시세포가 완전히 원래 상태로 회복되기는 어려워 시력이 서서히 개선되더라도 정상 수준까지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조기에 발견하고 신속하게 치료해야 한다. 구멍이 작고 발생한 지 오래되지 않은 상태에서 치료를 시작할수록 시력 회복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심 시야가 흐려지거나 직선이 휘어 보이는 등 초기 신호가 나타나면 지체하지 않고 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주용 혜안서울안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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