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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명 사망·2명 실종’ 광주도서관…매몰자 구조 난항에 가족들 “부실시공 사고”

중앙일보 최경호.황희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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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명 사망·2명 실종’ 광주도서관…매몰자 구조 난항에 가족들 “부실시공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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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의 사망·실종자를 낸 광주대표도서관 신축 공사장 붕괴 사고 현장에서 매몰된 작업자 2명에 대한 이틀째 구조·수색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구조당국은 실종자들이 지하에 있는 것으로 보고 수색 중이지만 사고 당시 타설한 콘크리트가 철근 등과 뒤엉키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12일 광주광역시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구조당국은 사고 직후부터 밤샘 수색작업을 벌였으나 이날 오전 10시 현재까지 매몰자를 찾지 못했다.

광주대표도서관 조감도. 뉴스1

광주대표도서관 조감도. 뉴스1


안균재 광주 서부소방서 예방안전과장은 이날 “공사장 내부 폐쇄회로(CC)TV 영상 확인과 공사 관계자 증언 등을 토대로 매몰자 2명이 지하 1층에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철근 등 잔해와 콘크리트가 뒤엉켜 있어 수색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사고는 전날 오후 1시 58분쯤 광주 서구 치평동 옛 상무소각장 부지의 도서관 신축 공사 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2층 구조물이 무너지면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매몰된 작업자 4명 중 40대 미장공과 70대 철근공 등 2명이 구조됐으나 숨졌고, 50대 배관공과 60대 철근공 등 2명은 실종 상태다. 사고를 당한 작업자들은 도서관 공사 시공사의 하청업체 직원들이다.

광주대표도서관 신축 공사장 붕괴 사고 이틀째인 12일 광주 서구 치평동 사고 현장에 대형 크레인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광주대표도서관 신축 공사장 붕괴 사고 이틀째인 12일 광주 서구 치평동 사고 현장에 대형 크레인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건축물 구조안전진단 전문가들은 공사 현장의 철골 구조물 접합 불량에 의해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기둥과 보를 잇는 용접 부위가 하중을 견디지 못해 무너진 것이 직접적인 사고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광주시청 안팎에서는 “길이 168m의 기다란 형태의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 경간(Span·스팬)을 길게 설계한 공법을 도입한 게 사고를 초래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조사 결과 붕괴 당시 현장에서는 옥상층 콘크리트 타설을 지지할 수 있는 지지대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공사 현장 관계자는 “지지대 없이도 콘크리트 타설 공사를 할 수 있는 특허 공법을 가지고 있어 공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특허 공법에는 콘크리트 타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하중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12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상무지구) 광주대표도서관 공사 붕괴현장에서 매몰된 작업자의 친동생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12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상무지구) 광주대표도서관 공사 붕괴현장에서 매몰된 작업자의 친동생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당국은 시간이 지날수록 잔해와 섞인 콘크리트가 굳어지는 탓에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방당국은 “전날 콘크리트가 굳는 것을 지연시키기 위해 뿌린 물이 추운 날씨로 인해 얼어있는 상태”라며 “콘크리트가 완전히 굳지는 않고 손으로 만지면 부서지는 정도”라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매몰자의 생존 확률은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 최영란 광주 서구보건소 보건행정팀장은 “현장 상황과 날씨, 경과된 시간 등을 고려했을 때 정확한 골든타임을 판단하긴 어렵다”며 “보건소 소속 의사 소견 등을 토대로 매몰자 2명의 생존은 어려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을 찾은 매몰자의 가족은 “부실시공으로 인한 사고”라고 했다. 매몰자의 친동생이라고 밝힌 고모(61)씨는 “저도 공사장에서 철근 관련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번 사고는 부실시공으로 보인다”며 “붕괴된 데크가 길이 48m짜리인데 큰 지지대가 양 끝단에 하나씩 밖에 없다. 중간에 기둥이 없다보니 하중을 버티지 못하고 붕괴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는데 건물이 무너졌을 수도 있다”며 “안전불감증이 만연한 공사 현장의 시스템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광주광역시=최경호·황희규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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