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노진주 기자] 옛 토트넘 동료들과 손흥민(33, LAFC)이 짧지만 강력한 시간을 보냈다. 웃음이 끊이지 않는 농담이 오갔다.
손흥민은 10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과 슬라비아 프라하의 2025-2026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리그 페이즈 6차전 킥오프를 앞두고 경기장에 입성해 관중석을 채운 팬들에게 못다한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손흥민은 지난 8월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무대로 향했다. 토트넘에서 10년간 뛰며 454경기 출전, 173골 101도움을 남긴 그는 한국에서 열린 프리시즌 경기를 소화한 뒤 곧장 미국으로 향했다. 영국 팬들 앞에서 작별을 고할 기회는 갖지 못했다.
그는 영국 팬들을 마주하지 못하고 떠난 것이 항상 마음에 걸렸다. 지난 9월 한 인터뷰에서 “토트넘은 내 추억이 담긴 곳이다. 언젠가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제대로 작별 인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었다.
그 바람이 이번 슬라비아전에서 실현됐다. 토트넘은 손흥민을 공식 초청했다. '찰칵 세리머니'를 비롯해 지난 시즌 유로파리그 우승 당시의 한 장면이 담긴 벽화로 그의 복귀를 기념했다.
손흥민은 벽화를 보고 감탄을 쏟아냈다. “정말 미친 기분이다. 디테일이 놀랍다. 세리머니부터 트로피, 등번호까지 전부 들어 있다. 이 유산이 토트넘에 오래 남으면 좋겠다”고 했다.
회색 롱코트 차림으로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낸 손흥민에게 토트넘 팬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부상 중인 제임스 매디슨과 굴리엘모 비카리오 등 옛 동료들도 찾아와 그를 끌어안았다. 약 4개월 만의 재회였다.
손흥민은 토트넘이 준비한 기념패를 받은 뒤 마이크를 잡고 “나를 잊지 않았길 바란다”라고 운을 뗀 뒤 “정말 놀라운 10년이었다. 앞으로도 늘 토트넘의 일원일 것이다. 여러분과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곳은 내 집이다. 여러분을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다. 언제든 LA로 와 달라. 정말 기쁠 것이다. 모두 사랑한다. 가자 토트넘!”이라고 외쳤다. 관중석에서는 그의 이름이 울렸다.
이날 손흥민에게는 특별 영상 편지도 도착했다. 과거 한 시즌 동안 함께 뛰었던 가레스 베일이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베일은 그를 '리빙 레전드'라 칭하며 “LAFC에서도 성공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이날 토트넘 경기 결과도 좋았다. 토트넘은 슬라비아를 3-0으로 꺾었다. 3승 2무 1패 승점 11이 되며 챔피언스리그 리그페이즈 9위로 올라섰다. 16강 직행 가능성이 생겼다.
전반 26분 상대 자책골로 앞서간 토트넘은 후반 5분 페드로 포로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모하메드 쿠두스가 성공시키며 2-0으로 스코어를 벌렸다. 후반 34분에는 손흥민의 등번호 7번을 물려받은 사비 시몬스가 또 한 번 페널티킥을 넣었다.
토트넘은 손흥민 앞에서 3-0 완승을 거뒀다.
영국 BBC는 "이날 현장은 뜨거웠다. 손흥민의 존재가 올 시즌 차가운 분위기가 감돌던 팀에 긍정적 기운을 불어넣었다"라며 "경기 종료 후 손흥민은 계속 미소를 지었다. 올 시즌 종종 불만을 드러냈던 팬들도 손흥민과 같은 표정을 지었다. 완벽했던 손흥민의 복귀날"이라고 현장 분위기를 설명했다.
손흥민은 경기 후 라커룸에서 토트넘 동료들과 많은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로메로는 손흥민을 발견하자마자 웃으며 다가왔다. 두 선수는 포옹을 나눴다. 미국 무대에서 뛰고 있는 리오넬 메시 이야기도 오갔다. 손흥민은 “올해는 메시가 우승하게 해줬다. 내년에는 내가 우승하겠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히샬리송도 손흥민을 반겼다. 그는 “이 남자(손흥민)는 내 덕분에 트로피를 들었다”라고 말했다. 손흥민은 곧바로 반박했다.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브레넌 존슨 덕분이다”라고 응수했다.
히샬리송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손흥민이 계속 존슨의 이름을 꺼내자 “(다음 시즌 MLS) 결승에서 메시나 만나라”라고 말해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손흥민과 그레이의 만남도 공개됐다. 손흥민은 그레이를 가리키며 “내가 떠난 뒤 문자 한 통도 없었다. 단 한 통도 없었다”라고 서운해했다. 그레이도 할말이 있는 듯보였다. 그는 “이유를 설명해 줄까? 누군가 새로운 번호를 쓰고 있다. 과연 누굴까”라며 손흥민이 연락처를 바꿨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인스타그램으로 연락할 수도 있잖아”라고 말했고, 그레이는 “그러면 요청함으로 들어간다”라고 답해 손흥민을 폭소하게 만들었다.
그레이는 지난해 여름 리즈를 떠나 토트넘에 합류했다. 187cm의 신장을 갖췄다. 상황 판단이 빠르다. 탈압박과 패스 능력도 갖춘 자원이다. 중앙 미드필더와 오른쪽 수비수를 모두 소화할 수 있다. 토트넘은 2024-2025시즌 잉글랜드 챔피언십 올해의 영플레이어로 선정된 점을 높게 평가해 영입을 결정했다.
손흥민과 그레이가 함께한 시간은 길지 않았다. 그러나 추억은 분명했다. 손흥민은 주장으로서 신입 선수들을 세심하게 챙겼다. 함께 지난 시즌 유로파리그 우승 트로피도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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