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공동취재사진 |
통일교의 여야 정치인 금품 제공 의혹을 수사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전담수사팀(팀장 박창환 총경)이 11일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을 구치소로 찾아가 조사하면서 수사에 착수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뒤늦은 사건 이첩으로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초고속 속도전’에 나선 것이다. 사실관계가 확인된 뒤엔 금품 수수의 ‘대가성’ 여부에 따라 수사의 향방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전날 민중기 특별검사팀으로부터 관련 기록을 이첩받아 23명 규모의 수사팀을 구성한 뒤 하루 만에 윤 전 본부장 조사에 나서며 수사를 개시했다. 경찰은 윤 전 본부장을 3시간가량 조사하며 특검과 법정에서 한 진술의 취지를 다시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이 급하게 속도를 내는 이유는 공소시효 문제 때문이다. 윤 전 본부장은 특검에 2018~2019년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3천만~4천만원과 함께 명품 시계 2점을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대가성이 없어도 처벌하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으로, 2018년에 금품이 전달됐다면 공소시효가 이미 지났거나 임박한 상황이다.
‘직무 대가성’을 동반한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는 금품 수수라면 액수에 따라 공소시효가 늘어날 수 있다. 수뢰액이 3천만원을 넘으면 공소시효는 10년이 되고, 1억원을 넘으면 최대 15년까지 늘어난다. 2018년 무렵에 일어난 사건의 경우 결국 ‘대가성 있는 금품 수수’ 입증에 수사의 지속 여부가 결정되는 셈이다.
이날 사퇴한 전 전 장관은 “불법적인 금품 수수는 단연코 없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반면 통일교 내부 문건인 ‘특별보고’에는 전 전 장관이 “우리 일에 협조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윤 전 본부장에게서 관련 진술을 받아낸 뒤 정치자금법 위반과 뇌물죄를 적용한 내사 사건으로 분류했다고 한다. 단순 불법 정치자금으로 결론 내릴 것이 아니라 금품 수수의 대가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판단한 셈이다.
이를 위해선 윤 전 본부장의 진술과 수사 협조가 필요한데, 윤 전 본부장이 이전 진술을 유지할지도 주목된다. 정치자금법 위반과 뇌물죄 모두 공여자도 처벌받기 때문에 윤 전 본부장 입장에서는 자신의 형량이 늘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윤 전 본부장의 ‘태도 변화’도 감지된다. 윤 전 본부장 주변에서는 윤 전 본부장이 전날 결심 공판에서 통일교의 지원을 받은 정치인들의 실명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제 재판에서 그는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
경찰 내부에서는 특검팀이 지난 8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도 수사를 ‘묵히다’ 뒤늦게 사건을 넘겼다며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주요 정치인 수사에는 정교한 ‘다지기’ 작업이 필요한데, 불쑥 공소시효가 만료됐을지도 모르는 민감한 사건을 떠넘긴 셈”이라며 “어려운 여건에서 전력 질주해야 할 처지”라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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