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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사는 가짜 SNS 계정… 8센트면 만든다

동아일보 이병구 동아사이언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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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사는 가짜 SNS 계정… 8센트면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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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사태' 권도형, 美법원서 사기혐의로 징역 15년 선고
SMS 인증 서비스 매매 시장 확인

1건당 러 8센트-美 0.26달러 저렴… 규제 센 日 4.93달러로 가장 비싸

러시아-중국어 사용자순 많이 구매… 선거 한달 전 인증 비용 상승 뚜렷

팔로워 조작-코인 사기 악용 우려… SIM 카드 대량 등록 규제 등 필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가짜 계정’ 생성을 방지하기 위해 단문 메시지 서비스(SMS) 기반의 신원 인증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를 우회하기 위해 국가별 SMS 인증 서비스를 사고파는 지하 시장이 생겨났다. 한국 시간으로 12월 10일 기준 100달러면 전 세계에 걸쳐 인스타그램 계정을 2035개 생성할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가짜 계정’ 생성을 방지하기 위해 단문 메시지 서비스(SMS) 기반의 신원 인증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를 우회하기 위해 국가별 SMS 인증 서비스를 사고파는 지하 시장이 생겨났다. 한국 시간으로 12월 10일 기준 100달러면 전 세계에 걸쳐 인스타그램 계정을 2035개 생성할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 플랫폼이 알고리즘에 따라 자동으로 글을 생성하는 ‘봇(bot)’과 조직적인 허위 정보 전파, 범죄에 악용되는 ‘가짜 계정’으로 포화돼 진정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플랫폼 사업자들은 가짜 계정 생성을 방지하기 위해 단문 메시지 서비스(SMS) 기반의 신원 인증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를 우회하기 위한 국가별 SMS 인증 서비스를 사고파는 지하 시장의 존재도 확인됐다. SMS 인증 서비스는 규제가 까다로운 국가에서 가격이 높아지거나 선거 전에 수요가 증가하는 등 시장경제 원리를 따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존 루젠비크 영국 케임브리지대 심리학과 교수팀은 197개국 500개 이상의 온라인 플랫폼에서 SMS 인증 서비스 가격과 재고를 추적하는 무료 플랫폼 ‘케임브리지 온라인 신뢰 및 안전 지수(COTSI)’를 구축하고 연구 결과를 11일(현지 시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공개했다.

● 플랫폼·국가 고르면 가격과 재고 안내

가짜 계정을 활용한 온라인 활동 상당수는 악용될 우려가 있다. 좋아요, 댓글, 조회 수, 팔로어 수 판매부터 개인 데이터 탈취, 암호화폐 사기 등 금융 범죄, 정치적 목적의 가짜 뉴스 전파까지 다양하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등장하고 발전하면서 가짜 계정의 게시글이나 유해 콘텐츠 제작은 쉬워지고 탐지는 어려워졌다.

연구팀은 SMS 인증 서비스를 사고파는 시장이 가짜 계정을 활용한 온라인 ‘조작 경제’의 기반이라고 보고 면밀히 분석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SMS 인증 서비스는 ‘심(SIM) 카드’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데서 시작한다. SIM 카드는 통신사 가입자를 식별하는 실물 또는 가상 칩이다. 전화번호와 연결돼 SMS 계정 인증에 사용된다. 구매자는 계정 인증을 원하는 온라인 플랫폼과 SMS가 발송될 국가를 선택할 수 있다. 이후 해당 국가에 대한 가격과 이용 가능한 인증 횟수가 안내된다. 가짜 계정 인증 서비스를 구매하는 사람들은 플랫폼 차원의 적발이나 계정 등록 실패, 데이터 유출·해킹 피해를 감수한다.

● 가격은 시장 논리 따라… 투명성 강화해야

연구팀은 전 세계 주요 SMS 인증 제공 업체 4곳의 접근 가능 데이터를 활용해 2024년 7월 25일부터 2025년 7월 27일까지 1년간 국가별 SMS 인증 비용과 재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각국 경제·정치 지표와 연계했다. 국가별 SMS 인증 가격,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 등이 조사됐다.

분석에 따르면 SMS 인증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전 세계에 최소 17곳 이상이며 초국적으로 활동한다. 주요 고객은 러시아어 사용자가 가장 많았고 중국어 사용자가 뒤를 이었다.


SMS 인증 건당 가격은 일본이 평균 4.93달러로 가장 비쌌다. 이어 호주 3.24달러, 튀르키예 2.54달러 등 SIM 카드 가격이 비싸거나 규제가 심한 국가에서 가격대가 높았다. 가장 저렴한 나라는 건당 0.08달러인 러시아였고 미국 0.26달러, 영국 0.1달러 순으로 뒤를 이었다. 가격대 형성은 수요와 공급이라는 단순한 시장 논리를 따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COTSI 데이터는 매일 업데이트된다. 한국 시간으로 12월 10일 기준 100달러(약 14만7000원)면 전 세계에 걸쳐 인스타그램 계정을 2035개 생성할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연구팀은 2024년 7월부터 2025년 6월 사이에 인구 100만 명 이상 국가에서 실시된 61개 선거를 대상으로 선거일 3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 주요 플랫폼 7곳에서 SMS 인증 가격과 수익성을 비교했다. 그 결과 텔레그램의 SMS 인증 비용이 선거 전에 유의미하게 상승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계정 생성 수요가 증가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연구팀은 SIM 카드 대량 구매를 어렵게 하거나 SIM 카드 대량 등록 업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 가짜 계정 생성을 막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계정 등록 위치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대량의 가짜 계정 생성 억제에 효과적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연구팀은 “논문 발표 이후 SMS 인증 제공 업체들이 보안을 강화할 경우 연구가 복잡해질 수 있다”면서도 “우리의 연구가 온라인 플랫폼의 신뢰성과 안전성 제고를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이병구 동아사이언스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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