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시리즈 등 종료, 새로 판 짜였다
더 이상 일본 독주는 없다...한-일-유럽 3파전
황유민-이동은 쌍끌이로 명예회복 별러
황유민이 지난 10월 초청선수로 참가한 롯데챔피언십에서 역전 우승한 뒤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황유민은 내년 시즌 LPGA투어의 강력한 신인왕 후보 중의 하나다./뉴시스 |
[더팩트 | 박호윤 전문기자] 여자 골프 세계 최고 무대인 LPGA투어의 Q시리즈가 끝났다. Q시리즈는 차기 년도 투어 출전 자격을 부여하기 위해 매년 실시하는 소위 ‘수능 시험’이다. 올해도 세계 각지에서 ‘명예와 돈’을 좇아 몰려 든 루키 그룹과 성적 부진으로 카드를 잃었다가 명예 회복을 위해 다시 도전장을 던진 익숙한 얼굴 등 모두 115명이 출전해 72홀 동안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모두 31명의 합격자를 가려 냈다.
당초 5라운드 90홀 경기를 치를 예정이었으나 대회 장소인 앨라배마주 모빌지역의 날씨가 불순한 탓에 72홀로 축소 진행됐고 공동 24위(5언더파 281타)가 무려 8명이나 돼 모두 31명이 카드를 받았다.
유럽투어에서 활동해 온 스무 살의 헬렌 브리엠(독일)이 합계 13언더파 273타로 수석 합격의 영예를 차지했으며 한국의 주수빈이 1타차로 아쉽게 2위를 기록했다. 국내 투어 최장타자인 이동은(21)도 공동 7위로 장효준과 함께 무난히 투어 카드를 받았으나 기대를 모았던 방신실(21)은 초반 부진을 만회하지 못하고 아쉽게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키가 무려 1m91이나 되는 브리엠은 지난해 역대 최단신(1m50)으로 Q시리즈 수석 합격 뒤 메이저 우승(AIG위민스오픈) 등 2승과 함께 신인왕에 오르며 단숨에 투어 최정상급 선수로 도약한 일본의 야마시타 미유와 상대적으로 비견되며 올시즌 활약 여부가 주목받게 됐다.
LPGA투어 Q시리즈 최종전에서 메달리스트를 차지한 독일의 헬렌 브리엠이 투어 카드를 받고 활짝 웃고 있다./LPGA |
이로써 내년 시즌에는 모두 47명이 새로, 또는 다시 투어에 합류해 경쟁을 펼치게 됐다. 지난 10월 초, 황유민이 초청 선수 자격으로 참가했던 롯데챔피언십에서 우승해 Q시리즈 없이 2년의 시드를 획득했으며 비슷한 시기 2부투어인 엡손투어도 시즌을 종료, 포인트 순위에 따라 상위 15명에게 2026년도 투어 카드를 부여한 바 있다.
참고로 엡손투어는 지난 1999년 퓨처스투어라는 타이틀로 시작돼 당시에는 연간 상위 3명에게만 시드를 부여했는데 한국의 박지은이 10개 대회 출전 만에 5승을 거두는 압도적 성적으로 첫 수혜자가 된 바 있으며 2003년부터는 투어 카드가 5장, 2008년 부터는 10장, 그리고 지난해 부터는 엡손투어의 비중을 더욱 확대해 15명에게 기회를 주고 있다.
일세를 풍미했던 로레나 오초아(멕시코)는 2002년에, 한국의 박인비는 2006년에 각각 퓨처스투어를 통해 1부 투어 시드를 받아 각각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바 있어 엡손투어는 슈퍼스타의 산실 역할을 해오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내년 시즌 LPGA투어의 신인왕 판도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올해는 어느 정도 예측된 일본세의 독무대로 진행됐다. 한국은 윤이나의 선전을 기대했지만 형편없이 못미쳤고 일본이 시즌 내내 신인왕 레이스를 주도하며 결국 1~4위를 독점한 바 있다.
하지만 내년에는 이 같은 특정 국가의 독무대 현상은 쉽지 않을 듯하다. Q시리즈 또는 엡손투어를 통해 올라온 루키들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상당히 박진감 넘치고 재밌는 경쟁 구도가 펼쳐 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경쟁에 유럽파가 가세함으로써 한-일-유럽의 3파전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Q시리즈 최종전을 통해 내년도 시드를 획득한 선수들이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카드를 들고 단체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에서 네번째가 이동은./LPGA |
유력한 신인왕 후보 몇 명을 살펴보자.
#황유민(23·한국) : 비 멤버로 롯데챔피언십 우승
지난 10월 초청 선수로 참가했던 롯데챔피언십에서 막판 역전극을 펼치며 대어를 낚았다. 2020년 김아림이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이래 5년 만에 비멤버 우승이라는 ‘신데렐라 스토리’를 만들어 냈다. 국가대표를 거쳐 2023년 KLPGA투어에 데뷔해 2승을 기록하는 등 정상급 선수로 활약해 왔으며 특히 작은 체구(1m63)에도 불구하고 260야드를 넘나 드는 장타자인데다 공격적인 성향의 골프를 구사, ‘돌격 대장’이란 애칭과 함께 많은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다.
지난 롯데챔피언십에서 보듯 집중력이 뛰어나고 몰아치기에도 능해 경험이 쌓이면 정상권으로의 도약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는 선수다. 특히 내년도 투어 루키 중 유일하게 우승 경험이 있는 것도 경쟁 우위를 점하는 데 심리적으로 매우 유리할 듯. 또한 경쟁자들은 시즌 초반 아시안스윙 등 한정적인 필드로 운영되는 대회에 출전이 불가능한데 반해, 황유민은 우승자 자격으로 출전이 가능해 이 또한 매우 유리한 요인이다.
#헬렌 브리엠(20·독일) : Q시리즈 메달리스트
이번 Q시리즈 수석 합격자로 1m91에 달하는 월등한 신체 조건에서 나오는 폭발적인 장타가 돋보인다. 이제 20살에 불과함에도 올해 유러피언여자투어에서 준우승 세 차례 포함 톱10 7회로 상금 순위 9위에 올랐을 만큼 안정감이 있다.
올시즌 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아문디에비앙챔피언십에서 공동 56위를 기록한 바 있다. 전 여자아마 세계랭킹 1위 출신. 샷 정확도, 트러블 관리 능력 등이 신인 중에선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기복이 적고 멘탈도 강해 장기 레이스에 강점이 있다는 평가. 그러나 유럽과는 사뭇 다른 미국의 잔디 등 코스 적응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사쿠라이 코코나(21·일본) : Q시리즈 공동 10위
어린 나이에도 벌써 JLPGA투어에서 통산 5승을 올린 강자. 18세 때인 2022년 2부투어인 스텝업투어에서 역대 시즌 최다승인 5승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알린 뒤 정규 투어 데뷔 시즌이었던 2023년 무려 4승을 몰아치며 단숨에 일본 정상권 선수로 도약했다. 지난해는 우승 없이 주춤했으나 올해도 지난 8월 CAT레이디스에서 우승, 여전한 기량을 과시했다.
시세이도레이디스오픈에서 정규투어 첫 우승을 기록한 사쿠라이 코코나는 1년 전 자신을 아시아지역 국가대항전인 ‘시몬느 아시아퍼시픽컵’에 초청했던 대회 주최측(AGLF)에 보낸 감사 편지. "세계적인 톱클래스 선수들과 함께 승부를 겨룰 수 있는 기회를 줘서 큰 자극을 받았고, 그 자극이 지금 우승의 동기가 됐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전했다./AGLF |
큰 대회 우승 경험이 많은 것이 장점이며 어릴 적부터 국제 경험도 쌓아 투어 적응에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격적인 경기 운영 스타일이 어떤 결과를 낳을 지, 또 한 시즌을 버틸 체력 등이 변수로 지적되고 있다. 시세이도레이디스오픈에서 정규투어 첫 우승을 기록한 직후, 1년 전 자신을 아시아지역 국가대항전인 ‘시몬느 아시아퍼시픽컵’에 초청했던 대회 주최측(AGLF)에 편지를 보내 "세계적인 톱클래스 선수들과 함께 승부를 겨룰 수 있는 기회를 줘서 큰 자극을 받았고, 그 자극이 지금 우승의 동기가 됐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전할 만큼 섬세하고 예의가 바른 선수이기도 하다.
국내 최장타자인 이동은이 LPGA투어 Q시리즈를 무난히 통과, 내년 시즌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사진은 국내 대회에서 티샷하는 모습./KLPGA |
#이동은(21·한국) : Q시리즈 공동 7위
황유민과 함께 LPGA투어에서 차세대 한국을 대표할 주자로 기대를 받고 있는 선수. 이번 Q시리즈가 첫 도전이었음에도 큰 위기 없이 무난히 카드를 따냈다. 올시즌 메이저 타이틀인 DB그룹 제39회한국여자오픈에서 자신의 프로 첫 승을 따낸 바 있고 준우승 2회 등 톱5 4회와 11차례의 톱10으로 상금 6위, 대상포인트 5위에 랭크됐다. 특히 평균 261야드로 1위에 오른 장타력이 돋보이며 아이언 샷도 안정감이 있어 그린 적중률 6위(77.11%)를 마크하기도 했다.
#멜라니 그린(23·미국) : 2025엡손투어 1위
남플로리다대학 출신으로 4년간 전미 올컨퍼런스팀으로 활동했고 올해 엡손투어에 데뷔해 일약 1위에 올랐다. 아이슬랜드리조트챔피언십과 가디언챔피언십 등 2차례 엡손투어 우승과 10차례의 톱10을 기록했다.
#하라 에리카(26·일본) : 2025엡손투어 5위
루키로서는 적지 않은 나이지만, 그 만큼 경험이 많고 안정감이 있는 선수. 올해 엡손투어에 데뷔해 와일드호스클래식에서 1승을 올리는 등 모두 18개 대회에 출전해 9번의 톱10을 기록했다. 2020년 JLPGA 투어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바 있고 2020, 23년 두차례 최고 권위의 일본여자오픈을 제패하는 등 통산 5승을 기록 중이며 그 중 3승이 메이저 우승이다.
장타력과 정확도, 경기 운영 능력 등이 고루 균형을 이루고 있는 스타일로 평가받고 있으며 지난 2023년 K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한화클래식에 출전, 당시 윤이나와 함께 장타력을 견준 바 있어 국내 팬들에게도 어느 정도 익숙하다. 일본 선수 중에서는 패션 감각이 뛰어난 것으로 정평이 나 있기도 하다.
2026년 시즌의 신인왕은 누가 될 것인가. 사이고 마오-야마시타 미유에 이은 일본의 3연패인가, 아니면 2023년 유해란 이후 3년 만에 한국이 타이틀을 되찾을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2015년 김세영 이후 한국(6회)-태국(2회)-일본(2회) 등 아시아 지역만을 맴돌던 타이틀이 유럽이나 미국으로 넘어갈 것인가. 재미난 승부가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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