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헤럴드경제 언론사 이미지

트럼프가 띄운 차기 연준 의장…해싯 “금리 더 인하 가능” [더 비저너리-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헤럴드경제 김영철
원문보기

트럼프가 띄운 차기 연준 의장…해싯 “금리 더 인하 가능” [더 비저너리-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서울맑음 / -3.9 °
아일랜드계 경제학자 ‘금리인하·감세론자’
부시·메케인·롬니 대선캠프서 경제 고문
닷컴버블때 ‘다우 3만6000선’ 예측 망신살
트럼프, 해싯 띄우기로 연준 장악 본격화
해싯 “백악관에 안 휘둘릴 것” 입장에도
맨큐 “연준 독립성 희생시킬 수 있는 인물”
천문학적인 돈을 주무르는 기업인, 말 한 마디에 주가가 출렁이는 금융인, 미래를 바꾸는 창업가, 국제정세를 쥐락펴락하는 지도자. [더 비저너리]는 세상의 흐름을 주도하는 파워 리더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무엇이 현재의 그들을 만들었으며, 어떤 철학과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그들의 생생한 스토리를 전해 드립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지난 4월 18일 백악관 웨스트윙 밖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해임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기준금리 인하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파월 의장을 해임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한 데 따른 것이다.  [게티이미지]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지난 4월 18일 백악관 웨스트윙 밖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해임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기준금리 인하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파월 의장을 해임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한 데 따른 것이다. [게티이미지]



“아마 ‘잠재적 연준 의장(potential Fed chair)’도 여기 있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그는 존경받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고마워, 케빈.”(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난 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의 한 행사에서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잠재적 연준 의장(potential Fed chair)”이라고 돌연 소개했다.

이날 백악관에선 컴퓨터 제조업체 델테크놀로지스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마이클 델 부부의 거액 기부 발표 행사가 한창이었다. 미국의 10세 이하 아동을 위해 무려 9조원 이상을 기부했다는 소식은 화젯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느닷없이 해싯을 “잠재적 의장”이라고 부른 순간 화제의 중심은 해싯으로 옮겨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해싯이 차기 연방준비은행(Fed·연준) 의장이 될 것이라는 세간의 기대를 한껏 끌어올렸다. 금리를 현행 3.75~4.00%에서 1%까지 인하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뜻대로 금리를 인하하려면 연준 이사회내 친(親)트럼프 인사가 필요하다. 이 가운데 해싯은 5명의 차기 연준 의장 후보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평가된다.

해싯은 차기 연준 의장이 되고픈 의사를 적극 드러낸 상태다. 그는 지난달 30일 미국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차기 연준 의장 후보들을 언급하면서도 “내가 된다면 기쁘게 대통령의 일을 도울 것”이라고 부응했다.


또한 연준 독립성 훼손을 우려하는 세간의 시선을 의식한듯, 백악관의 압력에 굽히지 않고 자신의 판단에 따라 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도 강조했다.

해싯은 지난 9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주최 행사에서 연준 의장이 된 뒤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금리 인하를 지시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냥 옳은 일을 하면 된다”며 “만일 인플레이션이 2.5%에서 4%로 올랐다고 해보자. 그러면 금리를 내릴 수 없다”고 답했다. 0.25%포인트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10일 FOMC에선 “이보다 더 큰 폭의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자신의 “판단과 정파적이지 않겠다는 확고한 약속에 의존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나의 판단을 신뢰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것이라는 해싯의 장담에도 월가와 학계에서는 그가 차기 연준 의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데 대해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다.


親트럼프 경제학자…경제자문위원회 의장 맡기도
해싯은 1962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그린필드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가톨릭 가정에서 자란 해싯은 전형적인 공화당 주류 경제학자로 성장했다.

해싯은 스와스모어대학에서 경제학 학사 학위를,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9년부터 1993년까지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에서 경제학 조교수로, 1993년부터 1994년까지는 부교수로 재직했다.


해싯은 1992년부터 1997년까지는 연준 연구통계국에서 경제학자로 재직했다. 2000년대 중반에는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에 몸담으며 세제 개혁, 시장 행동, 경제성장을 집중 연구했다.

학계에 몸담은 해싯이었지만 늘 정치와 가까이했다. 그는 2004년부터 2012년까지 3번의 대선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로 출마했던 조지 W. 부시, 존 메케인, 밋 롬니의 선임 경제 고문으로 활동했다.

특히 해싯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로 꼽힌다.

해싯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도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이라는 중책을 역임했다. CEA 의장은 마치 경제 담당 교사처럼 대통령에게 객관적인 경제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전문 조언을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트럼프 대통령 옆에서 경제 상황을 시시각각 보고하고 제언하는 역할이다. 1987년 연준의장에 오른 앨런 그린스펀부터 2006년 벤 버냉키, 2014년 재닛 옐런까지 주요 역대 연준의장들이 이 자리를 거쳤다는 점에서 해싯 역시 연준 의장이 되기 위한 길을 걷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2017년 법인세 감세 설계와 대외 홍보를 주도하며 감세 효과를 적극 주창했다.

해싯은 CEA 의장 임기를 마친 후에도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닥치자 백악관 선임 고문으로 잠시 복귀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임에 실패한 2021년부터는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에 잠시 연구원으로 활동했지만, 2025년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동시에 NEC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해싯이 맡고 있는 NEC 위원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제 정책에서 ‘컨트롤타워’와도 같다. 여러 부처에 흩어진 경제 정책을 조율하고, 국정 철학에 맞춰 방향을 잡는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정책인 법인세 인하와 관세 정책을 담당하고 있다.

닷컴버블 때 다우존스 3만6000선 예측 ‘망신살’
해싯은 친(親) 공화당 인물이다. 그렇다고해서 해싯에 대한 평가가 마냥 좋았던 건 아녔다.

해싯이 2012년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롬니의 경제 고문으로 선거 캠프에 합류하자 비판이 쏟아졌다. 그가 제안한 경제정책은 실효성이 없을뿐더러, 허무맹랑한 주장을 늘어놓는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미국의 온라인 잡지 살론은 ‘세계 최악의 경제학자 케빈 해싯, 롬니 캠프에서 일하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해싯의 인생 목표는 공화당 대선 후보들의 경제 정책이 얼마나 훌륭한지 기자들을 설득하는 데 있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경제 예측에 있어서 해싯의 실적은 재앙적이다”고 평가했다.

특히 2000년대 초에 들어서 다우존스가 3만6000선에 들어설 것이라는 해싯의 과거 예측은 현재까지도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해싯이 AEI에서 근무하던 1999년 10월, 그는 신문 칼럼니스트 제임스 글래스먼과 함께 ‘다우 36,000: 주가 상승기에 돈 버는 새로운 전략’이라는 책 한권을 출판했다. 저서에서 이들은 주식시장의 리스크가 과대평가 돼 있다면서 미국 주식의 가치가 현재보다 4~5배는 높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기적으로 주식이 거의 무위험에 가깝다는 것이 이들의 논리였다.

당시 다우존스는 1만을 약간 넘는 수준에 불과했다. 1만을 웃돌던 다우존스가 불과 3~5년 내로 현 수준의 3배가 넘는 3만6000을 찍을 것이라는 이들의 주장은 월스트리트를 뜨겁게 달궜다.

하지만 해싯의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해싯이 책을 펴낸 이듬해인 2000년에는 닷컴버블이 터졌다. 닷컴버블은 2000년 초반까지 인터넷·IT 기업들의 가치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폭등했다가 급락한 대규모 투기적 거품 현상이다. 이 무렵 다우존스는 상승하기는커녕 무려 7286까지 폭락했다.

해싯이 예측했던 다우존스 3만6000은 책이 출판된지 22년이 지난 2021년이 돼서야 처음으로 도달했다. 이후에도 해싯은 “(책을 낸 지) 10년 후에도 다우가 3만6000이 아닌 1만에 더 가깝다면 1000달러를 자선단체에 내겠다”며 발언하기도 했지만 결국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기부에 동참했다.

트럼프 등에 업고 유력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오른쪽)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미소 짓고 있다.  [로이터]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오른쪽)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미소 짓고 있다. [로이터]



수많은 구설수에도 해싯은 트럼프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 아래 현재 가장 유력한 연준 의장 후보로 떠올랐다. 연준 의장 후보로는 해싯을 포함해, 전 연준 이사 케빈 워시, 현직 연준 이사 크리스토퍼 월러와 미셸 보우먼, 그리고 블랙록 임원 릭 리더 등 5명이 물망에 올랐다.

해싯이 연준 의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은 지배적인 상황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공식적으로는, 차기 연준 의장 인선 작업은 아직 진행 중이다. 이 절차가 사실상 거의 끝나가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랜 측근인 해싯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특히 WSJ는 해싯이 유력 후보가 된 배경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두 가지 핵심 기준인 ‘충성’과 ‘시장 신뢰도’를 충족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해싯은 추가 금리인하를 포함해 트럼프 대통령의 전반적인 경제 정책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파월 의장의 임기가 끝난 내년 5월부터 연준의 금리 정책 방향성이 비둘기파적으로 기울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동안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숀 스파이서는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부터 핵심 직책은 자신의 방향과 우선순위를 이해하는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따라서) 개인적으로 깊은 관계가 없는 사람을 파월의 후임으로 임명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트럼프에게 가장 괴롭힘 당할 것” “트럼프 꼭두각시”
연준은 올해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복귀한 이후 전례없는 외압을 받고 있다. 금리인하를 추진해야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잇단 발언에 연준의 독립성마저 위협 받는 상태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책사’로 알려진 스티브 마이런을 연준 위원으로 심어 연준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물론 기준금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 12명의 투표로 결정되기 때문에 연준 의장이 바뀐다고 해서 연준이 내리는 주요 결정을 의장 한 사람이 독단적으로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연준 의장은 FOMC 회의 의제를 설정하고 논의의 방향을 결정한다. 위원회를 대표하는 유일한 목소리로 시장과 직접 소통하는 막강한 영향력도 가진다. 의장이 어떤 경제 데이터를 강조하고 어떤 정책을 우선순위에 두느냐에 따라 위원회 전체 논의와 결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같은 중책을 행정부와 정책적 코드를 맞추는 인물이 맡게되면 FOMC 내부 표결 구조와 관계없이 연준의 정책적 무게 중심이 행정부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다시 말해 해싯은 연준의 통화정책을 트럼프 행정부의 입맛대로 맞출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인 셈이다.

하지만 해싯은 금리 인하 요구를 뿌리칠 수 있었던 파월 의장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에게 휘둘리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밑에서 일하면서 해싯은 현실에 무관심한 ‘당파적 행동대원’처럼 행동해왔다”면서 “정파적 인물이 아닌 기술 관료를 지명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라고 짚었다.

부시 전 대통령의 경제 자문이었고 세계적 저서 ‘맨큐의 경제학’의 저자 그레고리 맨큐는 폴리티코에 “해싯은 요즘 TV에 나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옹호하면서 도무지 말이 안 되는 주장들을 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으로 연준의 독립성을 희생시킬 여지가 있는 인물이 연준 의장이 되는 것은 정말 무서운 일이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 나인티 원의 존 스톱포드 운용본부장은 “시장은 해싯을 트럼프 대통령의 ‘꼭두각시’로 보고 있으며, 이는 연준의 신뢰도를 조금씩 잠식한다”고 했다.

한 때 해싯과 공동 논문을 쓰고 과거 해싯의 CEA 의장 지명을 지지했던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소(CERP)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해싯이 늘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면서도 “하지만 백악관에서 활동한 모습을 보니 그가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이건 연준에서 필요한 모습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해싯이 학계에서 주로 재정과 세금 정책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경제학자라는 점에서 연준의 핵심 업무인 통화정책 운영할 자질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밖에 현재 통화정책에서 연준 위원들끼리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는 내부적 분열을 해싯이 바로잡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 제기된다.

이미 월가에선 해싯이 트럼프 대통령과 지나치게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점을 두고 강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월가의 채권 투자자들은 미 재무부에 “해싯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무리한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미 국채 시장이 흔들리고 대규모 투매가 발생할 수 있다”며 사실상 반대의견을 표명했다.

해싯이 연준이 될 경우 제2의 트러스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트러스 사태는 지난 2022년 영국의 리즈 트러스 총리가 재원 대책 없이 감세안을 발표해 국채 시장이 급락한 사태를 뜻한다. 이와 관련해 한 월가 인사는 “아무도 ‘트러스 사태’를 다시 겪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영철 기자

이 기사는 헤럴드경제 회원전용 콘텐츠 ‘HeralDeep’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회원으로 가입하시면 ‘더 생생한 국제 정세와 금융, 지구촌을 쥐락펴락하는 인물 스토리’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