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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갈비뼈 부러뜨린 김숙 고소할 것"… 심정지 20분 겪은 김수용의 '품격있는 농담' [별 헤는 밤]

MHN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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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갈비뼈 부러뜨린 김숙 고소할 것"… 심정지 20분 겪은 김수용의 '품격있는 농담' [별 헤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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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 홍동희 선임기자) 지난 10일 방영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공기는 사뭇 달랐다. '기적을 써 내려가는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등장한 코미디언 김수용. 그는 불과 한 달 전, 의학적으로 사망 상태나 다름없는 '심정지 20분'을 겪고 살아 돌아왔다. 보통의 경우라면 눈물과 회한, 그리고 생환의 감격이 스튜디오를 가득 채웠을 것이다. 하지만 '수드래곤' 김수용은 달랐다. 그는 자칫 비장해질 수 있는 죽음의 서사를 특유의 무심한 표정과 위트로 받아치며, 희극인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품격 있는' 삶의 태도를 증명해 보였다.

사건은 지난 11월 13일, 김수용이 동료 김숙, 임형준과 함께 유튜브 콘텐츠 촬영을 위해 찾았던 경기도 가평에서 발생했다. 평소와 다름없던 촬영장, 하지만 그의 몸은 이미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그는 가슴을 콕콕 찌르는 통증을 느꼈지만,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과거 건강검진에서 진단받은 '역류성 식도염' 탓이라 짐작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는 쓰러지기 직전 담배를 피우며 "오늘따라 담배 맛이 유난히 쓰다"라고 느꼈지만, 그것이 생의 마지막이 될 뻔한 미각적 전조임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후, 현장은 아비규환이 될 뻔했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기적의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그가 쓰러진 곳은 딱딱한 아스팔트가 아닌 푹신한 잔디밭이었고, 덕분에 뇌진탕 같은 2차 외상을 피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를 살린 것은 동료들의 신속하고 필사적인 대처였다. 김숙은 말려 들어가는 혀를 잡아당겨 기도를 확보했고, 임형준과 매니저는 교대로 흉부를 압박하며 꺼져가는 심장의 불씨를 살려내려 애썼다.

특히 변이형 협심증을 앓고 있던 임형준이 비상용으로 목걸이에 지니고 다니던 '니트로글리세린'을 김수용의 혀 밑에 투여한 것은 결정적이었다. 의학적으로 의식이 없는 환자에게 섣불리 약물을 투여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으나, 당시의 긴박함 속에서 동료를 살리겠다는 그 간절한 판단이 혈관을 넓히는 데 일조했을지도 모른다. 병원 이송 후 의료진조차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을 만큼 절망적인 20분간의 심정지였지만, 그는 기적처럼 눈을 떴다.


고소 드립, 트라우마를 씻어내는 우아한 농담

방송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그가 생명의 은인들을 대하는 방식이었다. 유재석이 사고 직후 김수용과 통화했던 내용을 전하자 스튜디오는 웃음바다가 되었다. 갈비뼈 통증을 호소하던 김수용이 "퇴원하면 내 갈비뼈 부러뜨린 임형준과 김숙을 상해죄로 고소하겠다"라고 농담을 던졌다는 것이다. 이에 임형준 역시 "형님, 고소하신다는 얘기 들었습니다. 선처 부탁드립니다"라고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이 '고소 드립'은 단순한 개그가 아니다. 여기에는 타인을 향한 깊은 배려와 인간적인 품격이 담겨 있다. 심폐소생술(CPR) 과정에서 갈비뼈가 부러지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구조자 입장에서는 환자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며 죄책감이나 트라우마를 느낄 수 있다. 김수용은 자신의 고통을 '고소'라는 사회적 행위로 희화화함으로써, 생사를 오갔던 그 끔찍한 기억을 웃음으로 승화시켰다. 동료들이 가질 수 있는 마음의 짐을 덜어주려는, 34년 차 베테랑 개그맨만이 구사할 수 있는 고단수의 위로였던 셈이다.


살아있음의 증명, 그리고 경각심

김수용은 웃음 뒤에 묵직한 메시지를 남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오판을 솔직하게 고백하며 "가슴 통증이 오면 역류성 식도염이라 자가 진단하지 말고 무조건 병원에 가라"고 강조했다. 또한 "혼자 있었다면 죽었을 것"이라는 그의 말은 1인 가구가 늘어나는 현대 사회에서 '관계'와 '연대'가 생존에 얼마나 필수적인 요소인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방송 내내 그는 덤덤했다. '다크서클'과 '무기력'의 아이콘이었던 그는 이제 죽음마저 농담거리로 삼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초월적 관찰자'가 되어 돌아왔다. "다시 태어났다는 생각으로 감사하며 살겠다"는 그의 마지막 다짐은 상투적인 문장이지만, 죽음의 문턱을 밟고 온 사람의 입을 통해 나왔기에 그 울림은 남다르다.


우리는 김수용을 통해 배웠다. 건강은 자만해선 안 되며, 전조 증상은 몸이 보내는 마지막 구조 신호라는 것을. 그리고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도 유머를 잃지 않는 태도가 우리 삶을 얼마나 품격 있게 만드는지를 말이다. 20분간 멈췄던 그의 심장은 다시 뛰고 있다. 덤으로 얻은 그의 '두 번째 스물'이 어떤 웃음으로 채워질지, 돌아온 수드래곤의 비상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사진=tvN '유퀴즈 온 더 블록', 미디어랩시소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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