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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스톡커] 내년 미국 '나 홀로 성장', 금리 안 내려도 그만

서울경제 뉴욕=윤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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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스톡커] 내년 미국 '나 홀로 성장', 금리 안 내려도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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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환 특파원의 트럼프 스톡커(Stocker)
연준, 0.25%P 인하···내년 전망은 3.4% 유지
성장률은 1.8%→2.3% 상향···AI·소비 '활황'
"자동화로 고용 없이도 성장···인플레는 관세만"
파월 "중립금리 안"···위원들 예측은 더 엇갈려
"올 GDP도 3% ↑"···'트럼프 최측근' 의장 변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방위 관세 정책에도 내년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금리 인하 속도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조차 내년 미국 경제성장률을 기존 1%대에서 2%대로 대폭 올려잡았을 정도다. 연준은 특히 관세를 부과받은 수입품목 외에는 서비스나 자국산 상품의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점에 주목했다. 이민 정책과 인공지능(AI) 도입으로 고용시장에서 공급과 수요가 모두 악화했지만 자동화 바람으로 기업들의 생산성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이는 최소 2027년까지 성장률이 1%대에 머물 가능성이 높은 한국과는 크게 대비되는 대목이다. 연준도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면서도 예상 밖의 호황에 내년 금리 인하에는 보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지난 10월 1일부터 11월 12일까지 이어진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로 그간 경제 지표가 부족했던 터라 연준 내 개별 인사들의 의견도 그 어느 때보다 엇갈린 분위기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케빈 해싯 백악관 경제정책 보좌관 겸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 최측근을 제롬 파월 연준 의장 후임으로 낙점할 수 있다는 점은 금리 향방의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정적자에 따른 이자 부담 경감, 달러화 약세 유도를 통한 관세 효과 극대화를 위해 금리 인하 속도를 더 높이라고 재촉할 가능성이 있는 까닭이다.

연준, 금리 0.25%P 또 인하…내년말 금리 3.4% 유지, 성장률은 1.8%→2.3%



연준은 10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3.75∼4.00%에서 3.50∼3.75%로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년 말 기준금리 예상치의 중간값을 지난 9월 회의 때와 같은 3.4%로 제시했다. FOMC 위원들이 내년에는 1년 동안 금리를 0.25%포인트 한 차례 더 내릴 수 있다고 평균적으로 전망했다는 뜻이다. 연준의 이번 결정으로 한국(2.50%)과 미국 간 금리차는 상단 기준 1.25%포인트로 좁혀졌다.

연준은 장기적으로 최대 고용률을 달성하고 물가를 2%로 유지한다는 두 개의 목표와 관련해 “두 목표 양쪽의 위험에 신경쓰고 있다”며 “최근 몇 달 고용에 대한 하방 위험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연준은 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 다소 높은 수준(somewhat elevated)이고 경제 전망 불확실성도 여전히 크다”면서도 내년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2.3%로 제시했다. 이는 9월에 전망한 1.8%보다 0.5%포인트나 높인 수치다. 올해 예상 성장률인 1.7%보다도 0.6%포인트 높다.

연준은 내년 실업률 예상치는 9월과 같은 4.4%로 유지했다. 인플레이션은 올해 2.9%에서 내년 2.4%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FOMC에서는 월가의 예상대로 위원 12명 사이에서 이견이 표출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9월 연준 이사로 임명한 측근 스티븐 마이런 이사는 9월, 10월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빅컷(0.50%포인트 인하)’을 주장했다. 반면 제프리 슈미드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와 오스턴 굴즈비 시카고연은 총재는 동결 입장을 냈다. 슈미드 총재는 10월 FOMC 회의 때도 홀로 금리 동결을 주장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FOMC 회의에서 3명이 다른 의견을 낸 것은 2019년 9월 이후 6년만이다.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전인 당시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미중 무역갈등 불확실성이 위원들 간 의견 충돌을 유발했다.


파월 의장은 FOMC 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내년 미국 경제성장률을 상향한 배경으로 소비와 기업 투자 증가를 꼽았다. 파월 의장은 “외부 기관의 예측을 보더라도 성장률이 전반적으로 개선되는 모습”이라며 “세부적으로는 소비가 견조한 데다 회복력을 보이고 있고, AI와 데이터센터 관련 기업 투자가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내년에는 성장률이 올해 1.7%라는 비교적 낮은 수준에서 다소 반등할 것”이라며 “셧다운 사태의 영향으로 0.2%포인트 정도를 내년으로 옮겨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은 또 “재정정책도 성장에 우호적이고, AI 관련 지출도 지속되고, 소비도 계속되고 있다”며 “따라서 내년 기본 시나리오는 견조한 성장”이라고 짚었다.

파월 의장은 현 금리 수준을 두고는 “중립(neutral) 금리로 추정되는 범위 안에 있다”며 “앞으로 경제 수준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지켜볼 좋은 위치”라고 평가했다. 중립 금리는 경제를 부양하지도 않고 가라앉히지도 않는 연준이 지향하는 수준의 금리를 뜻한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이 발언을 두고 내년 금리 인하를 장담할 수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파월 의장은 “지금부터 1월 FOMC 회의 사이에 많은 데이터를 보게 될 것이고 이를 우리의 판단에 반영할 것”이라며 “일부는 AI 효과일 수 있지만 고용이 크게 늘지 않아도 성장이 계속되고 소득이 늘어날 정도로 구조적인 생산성이 좋아졌다”고 강조했다.

연준의 금리 인하 소식과 파월 의장의 덜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인 발언에 이날 눈치 보기 장세로 출발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1.0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0.67%), 나스닥종합지수(0.33%)도 일제히 상승으로 마감했다. 국제 유가도 금리 인하에 힘입어 장중 상승 반전해 3거래일 만에 처음 올랐다.




파월 “경제 변화 지켜볼 좋은 금리”···위원들 내년 예측은 더 엇갈려




파월 의장은 금리 변동에 대해 연준 내 의견이 극명히 갈라진 데 대해서는 “위원 전원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 아직 너무 높아서 내려와야 하고 고용시장은 약화돼 위험하다’는 데에 동의했다는 점이 흥미롭다”며 “어느 쪽의 위험을 더 크게 보는가의 차이인데 이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이날 공개된 FOMC 회의 경제전망요약(SEP)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치를 점으로 표시해 분기마다 발표하는 표)에 따르면 위원들의 내년 말 금리 수준 예측치는 9월보다 더 분산됐다. 금리가 현재보다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이 2명에서 3명으로 늘어난 반면 현 수준에서 동결될 것으로 본 사람은 6명에서 4명으로 줄었다. 금리가 2.00~2.25%로 급격히 내려갈 것으로 본 사람도 새로 나타났다.

파월 의장은 그러면서 “이런 경우엔 의견이 더 넓게 분포하는 것이 당연한데 12명 중 9명이 결정에 찬성했으니 비교적 폭넓은 지지라고 볼 수 있다”며 자신의 리더십 논란에 선을 그었다. 파월 의장은 “10월과 11월 절반 동안 수집이 이뤄지지 않은 가계 조사 등 일부 데이터는 왜곡 가능성이 있기에 주의 깊게 봐야 한다”며 “실업률 상승 위험과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 둘 다 있다고 보는 위원이 적지 않아서 양쪽 모두 논리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책 수단은 하나뿐이니 둘을 동시에 조절할 수는 없고 어느 시점에 움직이느냐가 핵심”이라며 “지금 누구도 금리 인상을 ‘기본 시나리오’로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앙숙 관계인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와 관련해서도 여전히 비판적인 입장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파월 의장은 “비(非)관세 인플레이션은 올해 진전이 있었다”며 “고용시장은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약간 더 완만하게 식고 있고 인플레이션은 더 낮다. 서비스 인플레이션은 내려오고 있고 상품 인플레이션은 관세가 있는 부문에서만 오르고 있다”고 부연했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두고 연준까지 전향적으로 시각 을 바꾸자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약탈적인 무역 정책이 정말로 빛을 보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 경제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었던 2020년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거뒀다가 2021년부터 회복세를 보였다. 미국 경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한 올 들어서는 관세 충격으로 1분기 0.6% 뒷걸음질쳤다가 2분기로 3.8% 크게 반등했다. 미국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현재의 경제 성장 속도가 1년 내내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의 예상 성장률인 ‘연율’ 기준으로 계산한다. 비교 기준점은 직전 분기다. 이는 GDP규모를 지난해 같은 기간과 단순 비교해 계산하는 한국 등과는 다른 산정 방식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두고 올해 1.0%, 내년 1.8%, 2027년 1.9%로 예측한 상태다.



美재무 “올해도 실질 GDP 3% 성장”···‘트럼프 최측근’ 차기 연준 의장, 내년 금리 ‘변수’




미국 경제성장률과 관련해서는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도 지난 7일 CBS 인터뷰에서 “올해 실질 GDP 성장률이 3%로 마무리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베선트 장관은 “경제가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더 좋았다”며 “우리는 이제 인플레이션을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고 내년에는 물가 상승률이 크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주장했다.

베선트 장관은 그러면서 물가 상승 문제의 원인을 전임 조 바이든 전 행정부에서 또 다시 찾았다. 베선트 장관은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50년 동안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만들었다"며 “민주당은 에너지 분야나 과잉 규제를 통해 공급 부족 문제를 유발했고 그 결과가 지금의 생활 물가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수입품 인플레이션은 전체 지표보다 낮다"며 “지금 인플레이션을 만들어내는 건 서비스 경제이고 관세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현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관세이고 서비스 물가는 안정적이라는 파월 의장과 정반대 의견을 낸 것이다. 베선트 장관은 “노동 계층이 실제로 소비하는 식료품, 휘발유, 임대료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며 “실질소득은 약 1% 증가했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연준 수장이 바뀌는 점도 미국 금리 향방에는 큰 변수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내년 5월까지다. 이사직 임기는 2028년까지이나, 의장직 퇴임과 함께 여기서도 함께 물러날지는 미정이다. 내년부터는 지역 연은 수장들인 수전 콜린스 보스턴연은 총재, 굴즈비 총재, 알베르토 무살렘 세인트루이스연은 총재, 슈미드 총재도 모두 금리 투표권을 내려 놓는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통화완화에 부정적인 매파 인사들이다. 내년에 새 FOMC 회의 투표권자가 되는 이들은 로리 로건 댈러스연은 총재,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연은 총재,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연은 총재, 애나 폴슨 필라델피아연은 총재 등이다.

9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주부터 차기 의장 후보들에 대한 면접을 진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FT는 해싯 위원장이 여전히 선두주자로 거론되고 있으나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FT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4명으로 압축된 후보 명단을 제시했고 이 가운데 2명은 해싯 위원장과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다.

트럼프 대통령도 같은 날 전용기 안에서 취재진들에게 “우리는 서로 다른 사람들 두어 명 보려고 하지만, 나는 내가 원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꽤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에도 백악관 행사에서 해싯 위원장을 컴퓨터 제조업체 델 테크놀로지의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마이클 델 부부에게 소개하면서 “잠재적 연준 의장”이라고 부른 바 있다.

FT는 일부 월가 투자자들이 해싯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지나치게 가까운 사이라서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금리 인하를 추진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싯 위원장은 9일 ‘WSJ 최고경영자 협의회(CEO Council)’ 행사에서 추가 금리인하 전망에 대해 "여지가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FOMC 회의 결과를 앞둔 10일에도 폭스뉴스에서 “확실히 0.50%포인트나 그 이상을 내릴 수 있다”고 자신했다. AI와 소비 효과에 힘입어 내년 미국 경제 전망에 청신호가 켜진 가운데 시장 상황과 맞지 않는 금리 판단 가능성이 생긴 셈이다.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뉴욕=윤경환 특파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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