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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돌연변이?’ 체르노빌 파란 개 정체…과학자 설명은 달랐다

동아일보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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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돌연변이?’ 체르노빌 파란 개 정체…과학자 설명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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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그스 오브 체르노빌 인스타그램 ⓒ뉴시스

도그스 오브 체르노빌 인스타그램 ⓒ뉴시스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주변에서 파란 털을 가진 개들이 잇따라 발견되며 “방사능 변이 아니냐”는 추측이 확산했지만, 전문가들은 “방사능과 무관한 생활 오염 현상”이라고 선을 그었다. SNS에 공개된 사진은 빠르게 퍼지며 과도한 공포를 불러왔고, 일부 해외 커뮤니티에서는 돌연변이설까지 제기됐다.

● 파란 털 현상, ‘화장실 소독액’에 몸 비빈 흔적

지난 10월 체르노빌 유기견 보호단체 ‘도그스 오브 체르노빌(Dogs of Chernobyl)’은 파란색으로 물든 개들의 모습을 SNS에 공개했다. 이를 본 네티즌들 사이에서 “고방사선 환경에서 변이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잇따랐다.

하지만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생물학자 티머시 무소(Timothy Mousseau) 교수는 SNS를 통해 “방사능 때문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원인으로 이동식 간이화장실(포터팟·Porta Potty)에서 흘러나온 파란색 소독액을 지목했다.

무소 교수는 “개들은 본능적으로 배설물 위에 몸을 비비는 행동을 자주 한다”며, 개들이 화장실에서 쏟아진 소독액과 배설물에 몸을 굴리며 털이 파랗게 물들었을 가능성을 설명했다. 그는 “파란 털은 그런 행동의 흔적일 뿐, 돌연변이나 적응 진화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SNS에서 제기된 “체르노빌 개들의 암 발생률 증가설”, “체르노빌과 가까운 벨라루스 국경 늑대의 항암 면역체계 발달” 같은 주장도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혹독한 환경에서 사는 유기견은 생존 기간이 짧아 암 발병 패턴을 관찰하기 어렵고, 연구 가능한 표본 자체도 충분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 ‘고립된 개들’…유전적 차이 확인돼

체르노빌에는 원전 사고 당시 주민들이 급히 대피하며 남겨둔 반려견의 후손 약 500마리가 지금도 일대에서 살아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이 개들이 다른 지역 개들과 유전적 차이를 보인다는 점은 확인했지만, 이를 곧바로 방사능의 직접적 영향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한다.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서 특정 형질이 우연히 축적되는 현상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북부 벨라루스 접경 지역에 있는 체르노빌은 1986년 4월 26일 원자력 발전소의 원자로가 폭발하면서 폐허 도시가 됐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원자력 재해 도시 중 하나로 기록됐다.

김수연 기자 xunnio4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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