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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의 직감이 살렸다"···'셀프 감금'에 6억 골드바 갖다 바친 40대, 무슨 일?

서울경제 현수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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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의 직감이 살렸다"···'셀프 감금'에 6억 골드바 갖다 바친 40대,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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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이 40대 남성을 11일간 '셀프 감금' 상태로 몰아넣고 6억2000만원 상당의 골드바를 가로챈 사건이 발생했다.

7일 경찰에 따르면 40대 남성 A씨는 지난달 17일 오후 3시께 근무 중 "계좌가 범죄에 연루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발신자는 '대검찰청 사무장'이라고 소개하며 등기 발송 여부를 물었고, A씨가 "받지 못했다"고 답하자 "다시 연락하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이후 또 다른 번호로 '대검찰청 검사'를 사칭한 발신자가 전화를 걸어 "계좌가 범죄와 무관하다는 피해자 입증 절차가 필요하다"며 압박했다.

이들은 "금융감독원 출입 허가증이 필요하다"며 새 휴대전화와 유심칩 구입을 지시했고, 텔레그램을 통해 원격조종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도록 했다. 또한 '보호관찰' 명목으로 A씨에게 당일부터 호텔과 에어비앤비 숙소 4곳을 번갈아 이용하도록 강요했다. 원격조종 앱으로 A씨의 위치와 행동을 실시간 확인하며 "허락 없이 어디에 가느냐", "말을 듣지 않으면 구속된다"고 위협해 사실상 감금 상태로 만들었다.

조직은 "피해자임을 입증하려면 자산을 국가코드로 등록해야 한다"며 "현금보다 골드바가 처리가 빠르니 골드바를 구매해서 전달하라"고 요구했다. A씨는 지난달 21일부터 28일까지 총 6차례에 걸쳐 6억2000만원 상당의 골드바를 구매해 수거책에게 전달했다. 수거책들은 수원 영통역, 안산 사리역, 인천 부평역·경인교대역, 서울 신촌역·대방역 등 장소를 옮겨가며 골드바를 받았다.

A씨는 6번째 전달이 이뤄진 지난달 28일 사기 피해 사실을 인지했다. 그에게 2억원을 빌려준 누나가 보이스피싱을 의심하고 직접 숙소를 찾아가면서 범행 전모가 드러났고, A씨는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인천 부평경찰서는 피해 규모가 크고 추가 범행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강력팀 형사 등 20명으로 전담반을 구성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1차 수거책인 60대 남성과 2차 수거책인 30대 남성 B씨를 검거했다. B씨는 조사에서 지정된 장소에 골드바를 두는 '던지기' 역할만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3차 수거책 등 나머지 조직원들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4조원을 넘어섰으며,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관들은 신분 노출을 최소화하는 만큼 먼저 신분을 노출하고 각종 요구를 하는 경우는 보이스피싱을 의심해야 한다"며 "시민들이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현수아 기자 sunsh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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