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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의식을 빌미로 미성년자를 모텔로 유인해 성폭행한 20대 무속인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광주고법 제주 제1형사부(재판장 송오섭 부장판사)는 10일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무속인 A 씨(20대)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200시간의 사회봉사,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5년간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도 명했다.
앞서 A 씨는 지난 2월 채팅 앱을 통해 알게 된 미성년자 B 양을 제주 소재 모텔로 유인해 퇴마 의식을 빙자해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그는 휴대전화를 이용해 범행을 촬영한 뒤 “말을 거역하면 영상을 친구와 부모에게 뿌리겠다”면서 B 양을 협박했다.
A 씨는 같은 날 B 양을 다른 모텔로 끌고가 감금한 뒤 다시 한번 성폭행했다. 범행이 탄로날 것을 걱정한 그는 며칠 뒤 B 양에게 연락해 “주변 사람들을 죽이겠다”며 겁을 주기도 했다.
법정에 선 A 씨 측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 “어렸을 때부터 신병을 앓아 이유 없이 고통을 호소하거나 피를 토하고 기억을 잃곤 했다”며 “퇴마를 한 후 의식이 돌아왔을 때는 제 옷이 벗겨져 있었고 영상이 촬영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해자에게 큰 잘못을 했다. 두 번 다시 퇴마하지 않고 치료도 병행하겠다”고 호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반성하는 점, 초범인 점,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등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이 있다”면서도 “이 사건 범행의 죄질과 방법, 피해자와의 관계 등에 비춰볼 때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또 피해자가 A 씨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반의사불벌죄인 협박 혐의에 대해 공소기각했다.
김예슬 기자 seul5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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