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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년 만 '필리버스터 중단 조치' 후폭풍…해외는 성경책 낭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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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년 만 '필리버스터 중단 조치' 후폭풍…해외는 성경책 낭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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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국회에서 61년 만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강제로 중단되면서, 비교적 자유로운 발언이 허용되는 해외 사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필리버스터는 국회법 제106조의2에 따른 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 행위이다. 이는 무제한 토론으로 회기 진행을 방해하거나 표결을 막는 것으로, 의석 수로 법안 의결을 저지하기 어려운 소수당이 주로 사용한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국회(정기회) 제16차 본회의에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하던 중 의제와는 관련없는 발언을 이어가자 여야 의원들이 나와 언쟁을 벌이고 있다. 2025.12.09 yooksa@newspim.com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국회(정기회) 제16차 본회의에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하던 중 의제와는 관련없는 발언을 이어가자 여야 의원들이 나와 언쟁을 벌이고 있다. 2025.12.09 yooksa@newspim.com


국민의힘은 10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전날 본회의에서 나경원 의원의 필리버스터 도중 마이크를 끄고 정회를 선포한 것에 대해 "전대미문의 폭거이자 편파적 횡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우 의장이 자의적·독단적으로 토론을 중단시켜 국회법을 위반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나 의원은 전날 오후 더불어민주당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가맹사업법 개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시작했으나, 우 의장이 "의제와 관련 없거나 허가받은 발언의 성질과 다른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며 13분 만에 발언을 중단시켰다.

한국은 지난 2012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당시 필리버스터 발언 범위를 '안건 관련 내용'으로 제한하는 데 여야가 합의한 바 있다.


다만 국민의힘은 과거 민주당 역시 주제와 직접 관련 없는 발언을 했다며 '이중 잣대'라고 반박한다. 송 원내대표는 예로 필리버스터 중 시를 낭송한 이학영 의원, 소설을 읽은 최민희 전 의원,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른 강기정 현 광주시장 등을 거론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 역시 필리버스터 최장 시간(11시간39분)을 기록한 지난 2016년 본회의 당시 테러방지법의 폐해를 지적하면서 정의화 국회의장, 새누리당, 국민의당 등을 겨냥해 두루두루 비판했다.

반면 미국·이스라엘 등 일부 국가는 의제와 무관한 발언도 폭넓게 허용하는 등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분위기다.


미국에서 세계 최장 필리버스터 기록(24시간 18분)을 세운 스트롬 서먼드 상원의원은 1957년 민권법안 반대를 위해 성경, 독립선언서, 조지 워싱턴의 퇴임 연설문 등을 낭독하며 시간을 끌었다. 2013년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도 오바마 정부의 건강보험 개혁안을 저지하기 위해 동화 '그린 에그스 앤 햄'을 읽는 등 21시간 넘게 발언을 이어갔다.

이스라엘에서도 2009년 국가예산법 반대 과정에서 야당 의원들이 다이어트 비법을 언급하거나 자작곡을 부르고, 축구 경기 스코어를 소개하는 등 이색적 방식의 필리버스터가 이뤄졌다.

이와 관련해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해외와 국내의 필리버스터 제도는 엄연히 다르다"며 "국내에선 안건 외 내용을 말할 수는 있지만, 회의가 소란해지면 국회의장이 언제든 질서유지권을 발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치적 공방의 대상이 될 수는 있으나, 중단 조치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며 "여야 합의가 필요한 민생법안까지 필리버스터로 막는 것은 제도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최수영 시사평론가는 "필리버스터는 소수당의 마지막 저항 수단으로 남겨둔 것"이라며 "24시간이 지나면 자동 종료되는데 그 전에 강제 중단한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적 공존 차원에서 야당의 목소리를 어느 정도 허용할 필요가 있다. 이번 조치처럼 야당의 공간을 지나치게 좁히는 것은 정국을 경색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allpas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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