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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회의결과 메모 공유’가 이주민 노동자 단속·보호 교육이라는 법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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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회의결과 메모 공유’가 이주민 노동자 단속·보호 교육이라는 법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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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이주노동자차별철폐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더 이상 죽이지 말라 강제단속 중단하라’ 오체투지에서 고 뚜안씨의 아버지가 오체투지 하며 정부서울청사로 향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지난달 30일 이주노동자차별철폐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더 이상 죽이지 말라 강제단속 중단하라’ 오체투지에서 고 뚜안씨의 아버지가 오체투지 하며 정부서울청사로 향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지난 10월 미등록 외국인 단속 과정에서 베트남 청년 뚜안씨(25)가 추락해 사망한 사고와 관련해 당시 단속을 벌였던 법무부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가 법무부 훈령으로 규정된 ‘단속직원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토끼몰이식 단속’ 비판이 반복되는 걸 막기 위해 단속직원들에 대한 형식적인 교육 진행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고 뚜안 사망사건 대응을 위한 대구경북지역 대책위원회’가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 인권교육 자료’를 보면,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는 단속직원들을 대상으로 올해 3월과 9월 각각 한 차례씩 미등록 외국인 단속 교육을 했다. 법무부 훈령인 ‘출입국사범 단속과정의 적법절차 및 인권보호 준칙’은 6개월마다 1회 이상 적법절차 준수, 인권보호, 안전사고 예방 등 단속 관련 교육을 하게 돼 있다. 대구사무소는 표면적으로는 두 차례 교육을 한 것으로 기록했지만, 지난 9월 교육은 ‘회의 결과 메모 공유’라고 적었다. 지난 8월29일 열린 기관장 회의 결과를 공유한 것을 교육내용으로 기재해 놓은 것이다.

지난 3월 교육은 대구사무소 조사과장이 ‘출입국사범 단속과정의 적법절차 및 인권보호 준칙 교육’을 진행했다고 적었다. 다만 당시 교육은 1시간 정도 진행된 것으로 기재됐다. 대책위 관계자는 “1시간짜리나 ‘회의결과 공유’가 제대로 된 교육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교육을 받은 사무소 단속직원들은 사실상 토끼몰이식 단속 논란을 재현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 10월28일 대구 성서공단 내 제조업체 등을 단속한 직원들은 건물을 에워싸고 압박하는 식으로 단속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뚜안씨가 추락해 숨졌다. 뚜안씨는 유학비자(D-2)로 한국에 와 대학 졸업 후 구직비자(D-10)로 체류하면서 성서공단에서 일하고 있었다. D-10 비자로는 제조업체 취업이 제한된다. 뚜안씨는 미등록 외국인은 아니지만 단속 대상에 포함될 수 있어 숨어 있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소 측은 사고 당시 외부에 7명의 안전요원을 배치해 뒀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건물 인근이 아닌 바깥에 배치해 토끼몰이식 단속을 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대책위 관계자는 “안전요원 배치 목적이 추락방지라면 건물 내 창문 앞에 배치해서 창문 쪽으로 추락하지 않도록 해야 했던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부의 과잉 단속 논란은 계속 반복됐다. 2018년 8월에는 미얀마 출신 딴저테이씨가 단속 중 사망했다. 사건 이후 국가인권위원회는 법무부에 책임자 징계를 권고했으나 법무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 단속 과정에서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는데도 현장 단속직원에게 주의를 주는 교육은 형식적으로 진행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대책위는 오는 11일 인권위에 뚜안씨 사건에 대한 ‘긴급구제 진정’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유성오 법무부 이민조사과장은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미등록 이주민 강제단속의 문제점과 근본적 개선방안’ 토론회에 나와 “단속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에 공감한다”며 “추락 고위험 건물에서는 방식을 바꾸려 노력 중이다”고 밝혔다. 부실교육에 대해서는 “인권교육은 아침마다 단속 나갈 때 각 사무소에서 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