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인권주간 조직위원회’ 관계자 등이 10일 국가인권위 대구인권교육센터에서 올해 인권뉴스 선정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인권주간 조직위 제공 |
대구 한 산업단지에서 최근 발생한 20대 이주노동자 사망 사건(경향신문 10월30일자 12면 보도) 등이 올해 ‘대구·경북 5대 인권뉴스’로 선정됐다.
시민단체 등이 연대한 ‘대구경북 인권주간 조직위원회’는 10일 국가인권위 대구인권교육센터에서 2025년 인권뉴스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우선 ‘노동권’ 부문에서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 노동자 박정혜씨가 600일 만에 고공농성을 해제한 사안(161명)이 선정됐다. 노동계에서는 고용승계와 외투자본의 먹튀방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5대 인권뉴스 ‘이주노동자 인권’ 부문에서는 지난 10월 발생한 베트남 국적 이주노동자 故 뚜안(25·가명) 사망 사건(151명)이 선정됐다.
그는 올해 10월28일 대구 달서구 호산동 성서산업단지 내 자동차 부품 제조공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역 시민사회·노동계는 뚜안이 정부의 불시 단속을 피하려다 추락사한 것으로 파악했다.
시민단체 등은 이번 사건을 정부의 이주노동자 정책이 빚어낸 구조적 폭력의 결과로 보고 있다. 이에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무리한 합동단속의 즉각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단기취업비자 제도와 사업장 변경 제한, 통제 위주의 출입국 행정, 그리고 이주노동자를 ‘불법’으로 낙인찍는 정책이 노동자들을 불안정한 체류와 생명의 위협으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역 노동계는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대통령실 앞에서 무기한 농성을 진행 중이다.
5년째 멈춘 대구 이슬람사원 건축공사와 관련해 유인 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한국 정부의 해결을 권고한 사안(99명)은 ‘혐오차별’ 부문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이밖에 국가 폭력에도 평화적 방식으로 무사히 개최된 대구퀴어문화축제(84명)가 ‘성소수자 인권’ 부문에 꼽혔다. 올해 인권뉴스 ‘건강권’ 부문에서는 폭염 속 노동 산재(78명)가 선정됐다. 폭염에 노동자들의 건강권 침해 사례가 심각하다는 점이 많은 공감을 받았다.
2025년 대구·경북 5대 인권뉴스는 지난 2~8일 지역민과 인권분야 시민단체 회원 및 활동가 등 32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거쳐 선정됐다. 인권주간 조직위는 올해 88개 주제를 선정한 뒤 설문에 올릴 후보를 38개로 압축해 부문별 순위를 매겼다.
주최측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공공기관에 의한 국가 권력의 남용이 여전했다고 평했다. 특히 기후 위기(폭염)와 노동권, 그리고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더욱 구체화되고 심화됐다는 입장이다.
대구경북 인권주간 조직위 관계자는 “올해 대구·경북은 국가 권력의 불통과 기후·경제적 불평등에 의한 생존 위기라는 이중고를 겪었다”면서 “행정당국은 인권 보호의 책무를 잊고 갈등을 증폭시키는 가해자로 서 있는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조직위는 “다만 가장 많은 시민이 투표한 뉴스가 ‘노동권 투쟁’과 ‘이주민 사망 사건’이었다는 것은 지역민들의 인권 감수성이 다른 사람의 고통에 공감하는 방향으로 성숙해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내년에는 공공기관의 성찰과 함께, 기후 위기 및 빈곤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사회권 보장 대책’이 지자체의 핵심 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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