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중국군이 일본 해역 인근에서 러시아와 공동 비행훈련에 투입했던 H-6 폭격기. 일본 방위성 보도자료 갈무리 |
중국과 러시아군 비행기가 한반도와 일본 남부 해역 인근에서 공동 비행을 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 사태 때 자위대 개입 시사 발언 뒤 중-일 갈등이 악화한 가운데, 중-러가 동북아시아에서 군사적 연대를 더욱 과시하고 있다.
일본 방위성 통합막료감부(한국의 합동참모본부에 해당)는 10일 중국군 폭격기 H-6 2기와 러시아 폭격기 Tu-95 2기가 9일 동중국해에서 일본 서남부 시코쿠를 거쳐 태평양까지 장거리 공동 비행을 했다고 밝혔다. Tu-95와 H-6은 장거리 타격을 갖춘 전략 폭격기다. 일본 방위성은 이 폭격기들이 일본 오키나와 본섬과 본섬에서 약 300㎞ 정도 떨어진 오키나와현 미야코지마 사이 해역을 비행할 때, 중국 전투기 J-16 4대가 합류했다고 밝혔다. 또 일본과 가까운 동해 쪽에서 러시아 조기경계통제기(A-50)와 러시아 전투기(Su-30) 2대가 확인됐으며, 일본 쪽에선 항공자위대 소속 전투기를 긴급 발진(스크램블)시켜 대응했다고 밝혔다. 이날 중·러 군용기 9대가 동해와 남해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했다가 이탈해 우리 공군 전투기가 전술조처에 나서기도 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텔레그램에 러시아와 중국의 전략 폭격기인 Tu-95와 H-6가 동해와 동중국해 그리고 태평양 서쪽 해역에서 공중 순찰을 8시간 동안 벌였다고 밝혔다.
중·러 폭격기가 동해 등 한반도 주변과 일본 주변에서 연합 훈련을 벌인 일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최근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양국 폭격기가 시코쿠 남쪽 해상까지 공동 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중국군은 최근 일본 오키나와 주변 해역에 항공모함 ‘랴오닝’을 배치한 뒤 대규모 함재기 출격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오키나와 인근에서 중국군 항공모함과 폭격기가 동시에 전개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중-러는 지난 2012년 서해에서 첫 양국 해상 연합훈련을 실시한 이후 연합훈련을 꾸준히 벌여왔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중-러의 밀착은 더욱 강화되고 있으며, 이는 동북아 정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이 이번 중-러 폭격기 공동 비행에 특히 주목하는 이유는 다카이치 총리 대만 유사사태 때 자위대 개입 가능성 시사 발언 뒤, 중국의 압력이 군사 부분으로도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선 중국군이 항모, 폭격기, 전투기를 동원해 오키나와를 둘러싸듯이 집중적인 군사 훈련을 벌이는 것이 군사적 시위라고 의심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중국군이 항모를 동원한 일본 해역 주변 군사 훈련을 지속적으로 벌일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중국 항모 랴오닝은 구축함 3척과 함께 지난 6일 미야코해협을 통과한 뒤 방향을 틀어 7일에는 오키나와 본섬과 남동부에 있는 섬 다이토지마 사이 해역을 지나고 8일부터 다시 남쪽으로 향하는 ‘에스’(S)자 항해를 하면서, 집중적인 함재기 이착륙 훈련을 실시해 의도적 군사 훈련이라는 의심이 나온다. 중국군이 단순히 항모 운용이나 원거리 작전 수행 능력을 강화하려는 것만이 아니라 다카이치 총리 발언을 문제삼은 군사적 제스처 아니냐는 것이다.
일본 방위성은 랴오닝에서 5~8일 실시된 전투기·헬기 이착함 훈련만 140여차례에 이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사이토 아키라 해상자위대 막료장(해군 참모총장)은 9일 언론브리핑에서 “중국 해군의 활동이 매우 활발해지고 활동 해역도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발적으로 영공을 침범해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0일 “전투기는 광범위한 지역을 고속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이착륙 훈련 과정에 상대국 영공에 접근하며 마찰이 일어나기 쉽다”며 “하지만 중국군이 항모를 이용한 이착함 훈련을 계속할 것이라는 일본 쪽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권혁철 선임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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