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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누구보다 李에 충성"…'친청' 자처한 DJ맨 박지원, 왜 [who&why]

중앙일보 강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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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누구보다 李에 충성"…'친청' 자처한 DJ맨 박지원, 왜 [who&w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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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최고령인 박지원(5선·전남 해남-완도-진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당내 ‘친청(친정청래)’ 움직임 선봉에 섰다. 박 의원은 지난 6일 “김대중 총재님도 총재직에서 물러난 적이 있었지만, 다시 당을 뭉치게 하는 리더십을 발휘해 성공했다”고 정청래 대표를 DJ에 빗댔다.

자타공인 ‘DJ맨’이 당내 선거에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가치 차등을 없애려다(1인 1표제) 실패 위기에 몰린 정 대표를 공개 옹호한 것이다.

박 의원은 9일 중앙일보와 만나서도 “1인 1표제는 과거 김대중 총재 때부터 (민주당에서) 대의원제 취약 지역을 보강시켜주는 보완책이었다”며 “1인 1표제가 옳고, 수도권과 호남에서만 모든 것이 이뤄진다는 지적을 감안해 ‘1인 1표 플러스 보완’을 해야 한다”고 정 대표를 감쌌다. 당 최고위원 보궐선거와 맞물려 ‘친명(친이재명) 대 친청’ 구도가 부각되고 있지만, 박 의원은 “내가 보면 정 대표가 이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이 누구보다도 강하다”며 “나는 정 대표가 당선됐을 때부터 언행이 일치하는 유일한 정치인이라고 이야기했다”고도 했다.

‘정 대표가 자기 정치를 한다’는 진영 일각의 지적을 본인 대신 반박한 것이다. 박 의원은 “권력욕이 없는 사람은 정치할 필요가 없다”고 정 대표를 추켜세우면서 “정 대표는 1년 잔여 임기 더하기 2년, 그러니까 ‘1+2 정치’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여권엔 이런 박 의원의 행보의 의도를 궁금해하는 이들이 적잖다. 지난 7일 민주당 중앙위에서 1인 1표제가 부결된 뒤 정청래 지도부 소속 의원들 사이에서도 ‘친청’ 낙인을 경계하는 듯한 분위기가 일부 생겨났기 때문이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부결 당일 “친명만 있을 뿐 친청은 없다”고 했고, 임오경 민원정책실장도 9일 “저도 우리 모두도 친명”이라는 페이스북 글을 올렸다.

지난 전당대회 때 박찬대 의원을 공개 지지한 박 의원이 노골적 친청을 자처하는 이유로는 우선 “정 대표의 ‘호남 구애’에 박 의원이 화답하는 그림”(전직 의원)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전남 서부권의 맹주인 박 의원이 호남에서 66%의 지지를 받아 전당대회에서 승리한 정 대표와 호남 지지층을 매개로 ‘전략적 제휴’를 시도한다는 해석도 설득력이 있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호남 텃밭을 비빌 언덕으로 정하고 권리당원에 구애를 이어가는 정 대표 행보에 박 의원이 동참하는 형국”이라고 했다. 의원단 내 지지 기반이 넓지 않은 정 대표 입장에서도 ‘정치 9단’ 박 의원의 지지는 의미가 있다.

박 의원은 7월 5일 전남 나주에서 열린 ‘당찬대 원팀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누가 당 대표가 돼야 이재명 대통령이 성공할 수 있겠는가, 이것만 생각하면 박찬대”라고 연설했다. 다만 박 의원은 이에 대해 “전대 때 특정인을 지지하지 않았다. 정 대표에게도 가서 축사했다”며 “당에 갈등과 분파가 있으면 정권 재창출이 되겠느냐. 지금은 지도부 중심으로 뭉쳐 내란을 청산하고 개혁해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박 의원이 내년 6월 임기를 시작하는 차기 국회의장 레이스에 도전할 가능성에 주목한다. 민주당 수도권 의원은 “박 의원을 포함해 의장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중진 의원 3명 정도가 최근 경쟁적으로 현안 관련 메시지를 내고 있다”며 “비서실장·국정원장·장관·대표·원내대표를 모두 지낸 박 의원에게 이제 남은 건 국회의장 정도 아니겠느냐”라고 했다. 차기 의장 경선에 정 대표의 입김이 얼마나 작용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민주당이 지난해부터 의장 후보 선출에 당원 투표 20%를 반영하기 시작한 걸 감안하면 정 대표의 ‘당원 주권주의’는 탐나는 구호다.


박 의원은 9일 인터뷰에서 정 대표와 함께 추미애 법사위원장·최민희 과방위원장을 콕 집어 “가장 잘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나는 굉장히 그분들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잘 자고, 잘 걷고, 내가 이 나이(83세)에 임플란트 하나 안 한다”고 최근 회의장에서 조는 모습으로 생긴 체력 논란을 반박했다. 의장 출마 의사를 묻자 “묻지 말라”, “답변하지 않을 것”, “아직은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라는 답이 차례로 돌아왔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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