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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교황 레오 14세, 트럼프의 유럽 비난에 "동맹 파괴"

파이낸셜뉴스 박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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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교황 레오 14세, 트럼프의 유럽 비난에 "동맹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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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첫 미국인 교황 레오 14세, 9일 우크라이나 젤렌스키와 만나
우크라 종전 협상에 "유럽 없으면 비현실적, 이해 못하는 사람 있어"
트럼프, 연일 유럽 동맹 비난 "쇠퇴중, 말만 하고 해내지 않아"
독일 총리, 트럼프 비난에 "유럽은 美에서 보다 독립적이어야 한다"
레오 14세 "트럼프의 일부 발언은 美-유럽 동맹 파괴 시도"



레오 14세 교황(오른쪽)이 9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함께 이탈리아 로마 인근 카스텔 간돌포의 사저에서 인사하고 있다.A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지난 5월에 미국인으로는 역대 최초로 교황에 오른 레오 14세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유럽 비난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트럼프의 일부 발언들이 미국과 유럽의 동맹에 해가 된다고 지적했다.

미국 AP통신에 따르면 레오 14세는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교외 카스텔 간돌포의 사저에서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났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대해 "유럽 국가들을 포함하지 않은 평화협정의 합의 과정은 그 자체가 비현실적이다. 지금 전쟁은 유럽에서 일어난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 뿐 아니라 지금 당장의 안전 보장은 물론이고 미래의 평화에 대해서도 보장을 해야 한다. 유럽은 그 과정에 참가해야 하는데, 불행하게도 모든 사람들이 이것을 이해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레오 14세는 "그러나 나는 유럽 정상들이 모두 단합해서 함께 해결책을 찾는다면 좋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레오 14세가 언급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트럼프로 추정된다. 그는 9일 공개된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유럽이 “쇠퇴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유럽의 정치 지도자들에 대해 "그들은 약하다. 너무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한다"고 비난했다. 이어 "그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 유럽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서 "말만 하고 해내지는 않는다. 전쟁이 계속되기만 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미국 트럼프 정부는 지난 5일 공개한 새 국가안보전략(NSS)에서도 오랜 동맹인 유럽을 비난했다. NSS에는 유럽이 '문명의 소멸이라는 엄혹한 전망'을 맞고 있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이어 트럼프 정부는 NSS에서 반(反)이민 정책을 주장하는 유럽 극우정당들을 지원한다고 예고했다. 이에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지난 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자크들로르 콘퍼런스에서 "동맹국은 다른 동맹국의 정치적 삶이나 민주적 선택에 개입하겠다고 위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어떤 비전을 가졌고 표현의 자유가 무엇인지 미국이 유럽 대신 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독일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는 10일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일부는 이해할 수 있고, 일부는 납득할 수 있다. 그리고 일부는 유럽적 관점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메르츠는 "미국인들이 유럽에서 민주주의를 구하려 할 필요가 있나 싶다"며 "만약 그럴 필요가 있으면, 우리 스스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유럽과 독일은 안보 정책과 관련해 미국으로부터 좀 더 독립적이 돼야 한다는 판단이 확고해졌다"고 밝혔다.

레오 14세는 9일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정부의 새 NSS를 읽어 봤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전략이 "오랜 세월 동안 유럽과 미국 사이에서 유지되어온 진정한 동맹 관계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생각된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레오 14세는 "트럼프의 일부 발언들은 내가 미국·유럽 동맹의 현재와 미래에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파괴하려는 시도로 읽혔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어떤 사람들은 트럼프의 그런 노력에 동의할지 모르지만, 내가 보기엔 절대 다수는 좀 다른 생각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달 우크라이나에 종전안 초안을 보냈던 트럼프는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종전) 협상에서 우위에 있는 건 러시아"라며 "그(젤렌스키)가 그걸(미국의 최신 종전안) 읽으면 좋을 것이다. 그의 부관들, 그의 최고위층 사람들도 그걸 좋아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젤렌스가 협상안을 거부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상황 파악을 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해야 할 것"이라며 "그는 지고 있으니까"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번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많은 땅을 차지했다", "러시아가 우위에 있다", "러시아가 더 강한 위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왼쪽)가 지난 10월 13일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의 가자지구 평화 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AFP연합뉴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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