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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 민주당 금품 의혹은 ‘관련 사건’ 아니다”?···특검법상 수사 범위,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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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 민주당 금품 의혹은 ‘관련 사건’ 아니다”?···특검법상 수사 범위,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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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정치자금법 위반 송광석 전 UPF 회장 기소"
김건희 특검팀, 8월 인지하고도 수사 안 해
‘서기관 뇌물’ 등 관련성 적은 사건들 다수 수사
법조계 “민주당 수사, 공정성 논란 불식 기회”
지난 7월2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 웨스트 빌딩에서 열린 민중기 특별검사팀 현판식. 연합뉴스

지난 7월2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 웨스트 빌딩에서 열린 민중기 특별검사팀 현판식. 연합뉴스


민중기 특별검사(김건희 특검)가 더불어민주당 전·현직 의원이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지난 8월 인지하고도 수사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선별적 수사’ 논란이 커지고 있다. 김건희 특검은 “김 여사와 직접 관련이 없는 사안”이라서 ‘관련 사건’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이미 3대 특검 모두 특검법상 수사대상으로 명시된 사건 외에 다른 의혹들도 인지해 수사한 사례가 적지 않아 민주당 의혹만 선별해 무마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범죄 단서가 확인될 경우 충분히 관련 사건으로 보고 수사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건희 특검팀은 지난 8일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금품을 줬다’는 의혹을 9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이첩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이 사건이 김 여사와 직접 관련돼 있지 않고, 사건 발생 시점 역시 윤석열 정부 이전이기 때문에 법리상 자신들이 이 사건을 수사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법은 수사 대상 사건을 김 여사와 관련된 사건이나 이 사건을 은폐하거나 관련 수사를 방해하는 행위로 제한한다. 윤 전 본부장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18~2019년 민주당 의원들에게 금품을 건넸다고 특검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특검법에는 특검이 수사할 수 있는 ‘관련 사건’의 폭이 넓게 명시돼 있다. 특검법은 ‘사건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범죄행위 및 특검의 수사를 방해하는 일체의 행위’를 비롯해 ‘(수사 대상) 사건과 관련해 영장에 의해 확보한 증거물을 공통으로 하는 범죄’도 수사 대상으로 정한다. 특검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윤 전 본부장의 수첩과 컴퓨터 등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법 조항대로라면 이번 민주당 금품 수수 의혹도 ‘관련 사건’으로 볼 수 있다.

실제 김건희 특검을 비롯한 3대 특검은 수사대상으로 명시된 핵심 사건과 무관한 다른 사건도 수사해 기소했다. 김건희 특검은 양평고속도로 종점변경 의혹을 수사하면서 김모 전 국토교통부 서기관의 뇌물 수수 정황을 인지해 수사했고,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특검은 김 여사의 ‘집사’ 김예성씨 역시 김 여사와는 무관한 김씨 개인 횡령 혐의를 발견하고 수사해 기소했다.

12·3 불법 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하는 조은석 내란 특검도 불법계엄과 사실상 무관한 국가안보실 인사 청탁 의혹과 관련해 지난 8일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과 윤재순 전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을 직권남용,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해병대 채모 상병 관련 사건을 수사한 이명현 특검도 본 사건과는 거리가 있는 송창진 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부장검사의 위증 사건을 공수처가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며 오동운 공수처장 등을 직무유기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법조계 전문가들도 수사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확보한 증거를 통해 단서를 얻었다면 충분히 관련 사건으로 수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역시 검찰이 의붓딸 스토킹 혐의로 송치된 사건을 조사하다 피해자에 대한 추가 범죄를 인지하고 수사를 개시해 재판에 넘긴 사건에 대해 최근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라며 검찰의 수사와 기소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피의자를 겁박해 억지로 알게 된 사건이 아닌 이상 수사하다가 인지하게 된 사건은 다 관련 사건으로 볼 수 있다”며 “(민주당 상대로 수사하는 것이) 특검 입장에서는 오히려 공정성 시비를 불식시킬 기회”라고 말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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