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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AI칩 中 수출로 삼성·SK 반사이익 기대... 관건은 물량과 '수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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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AI칩 中 수출로 삼성·SK 반사이익 기대... 관건은 물량과 '수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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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H200 중국 수출 조건부 허용
엔비디아에 韓 HBM 수출 늘어 '호재'
물량 소화 어려우면 영향 제한될 수도
미국이 판다 해도 중국이 얼마나 살까
'수출세 25%' 우리 기업에 떠넘길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월 30일 부산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내 나래마루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회담장을 나서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월 30일 부산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내 나래마루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회담장을 나서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엔비디아 인공지능(AI) 칩 'H200'의 중국 수출을 조건부로 허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결정이 국내 반도체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납품하는 우리 기업들이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과, 반사이익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견해가 엇갈린다. 엔비디아가 중국에 AI 칩을 판매할 땐 판매 금액의 25%를 미국 정부에 내야 해, 우리 기업에 부담을 전가할 가능성도 나온다.

내년 물량 완판인데... "고객 수요에 적절히 대응"


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H200 중국 수출 허용이 엔비디아에 메모리 반도체를 수출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호재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동안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의 대중 수출 규제 때문에 성능을 크게 낮춘 AI 칩 'H20'만 중국에 판매해왔다. H200은 H20보다 성능이 2배 이상 좋고 가격도 높다. 엔비디아는 자사 홈페이지에 "호퍼1 기반 H200은 초당 4.8테라바이트(TB/s)의 속도로 141기가바이트(GB)의 5세대 HBM(HBM3e) 메모리를 제공하는 최초의 GPU"라며 "H100 GPU에 비해 용량은 거의 두 배, 메모리 대역폭은 1.4배 더 넓다"고 소개했다. 엔비디아가 H200을 중국에 수출한다면, 우리 기업이 수출하는 반도체 물량도 늘 수 있다. H200에는 HBM3e가 6개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져, 5세대 HBM 시장을 주도해온 SK하이닉스가 더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반사이익이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3분기 실적 발표 당시 콘퍼런스콜에서 "2026년 고객 수요를 모두 확보했다"고 밝혀서다. 양사는 "고객 수요에 적절히 대응한다"는 입장이지만, 엔비디아의 수출 물량이 늘어도 이를 소화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얼마 전부터 5세대 HBM을 엔비디아에 납품하고 있지만, 향후 시장을 겨냥해 6세대(HBM4) 개발에 힘을 많이 쏟았다"며 "SK하이닉스도 이미 양산 준비를 마친 6세대와 5세대 비중을 어떻게 할지 지켜볼 대목"이라고 말했다.

"中 기업들 당국 눈치 보느라 단기 효과 없을 가능성"



엔비디아 홈페이지에 소개된 그래픽처리장치(GPU) 'H200'. 엔비디아 홈페이지 캡처

엔비디아 홈페이지에 소개된 그래픽처리장치(GPU) 'H200'. 엔비디아 홈페이지 캡처


미국이 수출을 허용해도 중국이 얼마나 수입할지는 미지수다. H200 수출 허용이 중국의 반도체 기술 발전, 이른바 AI 반도체 굴기에 기여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공공기관에는 미국산 칩 사용을 금지했다"며 "중국 당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민간기업들이 갑자기 수입을 늘릴지는 알 수 없어 단기 효과는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H200 판매액의 25%는 미국 정부에 지불되고, 미국 제조업을 강화하는 데 활용할 것"이라고 조건부로 수출을 허용한 점도 변수다. 일종의 '수출세'를 걷겠다는 뜻이다. 올해 엔비디아 영업이익률(10월 기준)은 약 63%다. 수출세를 내더라도 상당한 수익이 남는 구조지만, 25%라는 적지 않은 금액을 정부에 내야 한다면 엔비디아에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보편 관세 15%를 부과한 후 미국에 수출하는 우리 기업에 부담이 전가됐다"며 "엔비디아도 HBM 납품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수출세 부담을 일정 정도 또는 전체를 떠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1 호퍼
엔비디아가 개발한 GPT 마이크로 아키텍처(미세 설계 구조).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