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한겨레 언론사 이미지

종파 분열·극빈 경제·이스라엘 위협...내란 종식 1돌 시리아 3중고 넘을까

한겨레
원문보기

종파 분열·극빈 경제·이스라엘 위협...내란 종식 1돌 시리아 3중고 넘을까

서울맑음 / -3.9 °
8일(현지시각)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열린 해방기념일 행사에서 아흐마드 샤라아 시리아 대통령이 손을 들며 청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8일(현지시각)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열린 해방기념일 행사에서 아흐마드 샤라아 시리아 대통령이 손을 들며 청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14년간의 내전을 끝내고 시리아가 종전 1년을 맞았다. 이스라엘의 견제와 내부 종파·민족 분열, 최빈국 수준으로 무너진 경제 등 산적한 문제를 안고 있는 시리아가 정상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시리아 국영 사나통신 보도를 보면, 아흐마드 샤라아 시리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각) 수도 다마스쿠스 대통령궁에서 해방기념일 연설에서 “우린 과거의 유산과 역사적인 결별을 선언하며 정의와 선의, 평화로운 공존 위에 세워진 새로운 여명의 시대를 맞이한다”고 말했다. 샤라아 대통령과 내각 장관들은 이날 우마이야드 광장 일대에서 열린 열병식에 참석했고, 수천명의 시민들이 모여 시리아 국기를 흔들며 축하했다. 라타키아, 타르투스, 다라 등 시리아 전역에서도 군대 행진과 축하 행사가 열렸다.



지난해 같은 날 샤라아 대통령이 이끄는 반군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 다마스쿠스로 입성해 14년간의 내전을 끝냈다. 반군은 러시아와 이란의 지원으로 수세에 몰려 있었지만,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시리아에 대한 지원이 줄어든 틈을 타 총공세를 펼쳐 53년간 대를 이어 독재 정치를 펴온 아사드 정권을 몰아냈다.



러시아와 싸웠던 샤라아는 정권을 잡은 뒤 자연스레 서방과 아랍 세계로 눈을 돌렸다. 시리아는 지난 1년간 아사드 정권이 53년 동안 받은 것보다 더 많은 수의 세계 정부들로부터 공식 방문을 받았다. 샤라아 대통령도 지난 2월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만난 것을 시작으로 21차례 국외 순방을 했다고 시리아 공영 사나통신은 보도했다. 여기엔 시리아 대통령으로는 1967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 나서 연설한 일도 포함되어 있다.



8일(현지시각) 시리아 서부 홈스에선 광장에 모인 사람 위로 불꽃놀이가 벌어지고 있다. AP 연합뉴스

8일(현지시각) 시리아 서부 홈스에선 광장에 모인 사람 위로 불꽃놀이가 벌어지고 있다. AP 연합뉴스


한때 알카에다와 연계돼 테러리스트로 지정되기도 했던 샤라아 대통령의 국제 무대 데뷔에 큰 역할을 한 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중동 순방 때 처음으로 만난 샤라아를 두고 “젊고 매력적인 터프가이”라며, 시리아 제재 해제를 약속하는 파격적인 조처를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백악관으로도 초대해, 샤라아 대통령은 지난 11월 지난 11월 1946년 독립 이후 미국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한 첫 시리아 대통령이 됐다. 그러면서도 샤라아 대통령은 지난 10월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며 러시아와 관계도 관리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시리아는 내전 종료 직후 전국 대표자 회의를 열어 샤라아에게 5년간 대통령직을 맡기고 이 기간에 헌법을 마련한 뒤 대통령 선거를 실시하기로 한 상태다. 이 5년 동안 비교적 젊은 나이인 43살에 정권을 잡은 대통령이 퇴임후 신변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독재 정권으로 갈 길을 닦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한 시선이 있다. 샤라아 대통령은 지난 6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도하포럼에서 ‘장기 독재 정치를 펼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한 나라 전체의 운명을 한 사람에게 묶어둬서는 안 된다”라며 “시리아의 미래를 특정 개인에 결부시키지 않고 제도와 시스템에 기반해 세워야 한다”라고 부인했다.



세계 최빈국 수준으로 떨어진 경제 재건과 함께 여러 민족, 종파로 나누어진 내부 통합도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 7월 남부 수와이다에선 소수 민족 드루즈족이 베두인족과 충돌해 1천여명 넘게 사상자가 나왔다. 아사드 정권의 기반이었던 알라위파의 일부 무장세력이 지난 3월 반란을 일으켰다가 1500명 이상이 사망하기도 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알라위파 전직 장교들이 반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난 4일 보도했다. 북동부의 쿠르드족 자치정부도 지난 3월 올 연말까지 중앙정부로 통합하겠다고 합의했지만, 진전이 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정상회담에서 시리아를 제재하는 ‘시저 시리아 민간인 보호법’을 16개월 간 유예했는데, 이 법을 완전히 폐지하지 않은 것은 아직은 완전히 시리아를 신뢰할 수는 없단 판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8일(현지시각) 시리아 이들립에서 해방기념일을 맞아 열린 기념 행사에서 한 소녀가 아빠의 어깨 위에 앉아 기뻐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8일(현지시각) 시리아 이들립에서 해방기념일을 맞아 열린 기념 행사에서 한 소녀가 아빠의 어깨 위에 앉아 기뻐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대부분의 국가들이 협력의 손을 잡은 상황에서 거의 유일하게 시리아를 견제하고 있는 나라가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2월 아사드 전 정권이 축출당하자 자국 안보가 위험해졌다며 골란고원 완충지대를 넘어와 9곳의 군사 기지를 만들었다. 이후 수와이다 드루즈족 보호를 명분으로 시리아 국방부 등에 대한 1000건에 달하는 공습과 400건의 지상 침공을 감행했다. 수개월째 미국이 이스라엘과 시리아 사이에 안보협정을 중재해왔지만, 시리아 남부에 군인을 주둔하지 말라는 등의 이스라엘의 무리한 요구로 협상은 공전하고 있다. 최근 중동 전문 매체 ‘더 크레이들’은 이스라엘의 시리아 남부에 대한 야욕에는 여러 경제안보적 목적이 결합되어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과 연결된 시리아 남부의 수자원에 대한 접근을 확보하고, 이스라엘 가스전의 경쟁자인 카타르가 시리아를 거쳐 유럽으로 가도록 계획 중인 가스 라인을 견제하기 위해서란 것이다.



미국 워싱턴 기반 싱크탱크 중동연구소의 찰스 리스터 시리아 담당 선임연구원은 지난달 25일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에 한 기고에서 “시리아의 새 지도부는 다마스쿠스에 입성한 첫날부터 이스라엘에 평화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당혹스럽게도 이스라엘은 시리아에 적대적으로 행동해왔다”며 “이제라도 이스라엘은 전세계 다른 국가처럼 시리아에 기회를 줘야한다. 이 기회를 놓치는 것은 역사적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샤라아 대통령은 해방기념일 연설에서 “국민 여러분은 승리가 시작일뿐임을 세상에 보여주었다. 근면, 행동, 정의, 연민을 통해 회복력 있는 국민의 이야기를 이어가고, 사랑하는 조국을 선진국 대열에 올려놓자”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끝나지 않은 심판] 내란오적, 최악의 빌런 뽑기 ▶

내란 종식 그날까지, 다시 빛의 혁명 ▶스토리 보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