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학회-한국은행 공동 정책 심포지엄
3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스카이에서 서울의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생산성 높은 기업 부문으로 전환하는 것만으로도 장기 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는 한국은행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은이 9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 생산 부문으로의 자금 흐름 전환과 성장 활력' 보고서에 따르면 민간신용 규모가 같더라도 생산 부문으로의 신용을 재배분할 경우 우리나라 장기 성장률을 0.2%포인트(p) 높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황인도 한은 경제연구원 금융통화연구실장은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한국금융학회-한국은행 공동 정책 심포지엄'에서 이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한은 연구진은 국내 신용이 가계·부동산 등 비생산적 부문으로 집중되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우리나라 가계신용은 지난해말 기준 GDP(국내총생산)의 90.1%다. △미국(69.2%) △영국(76.3%) △일본(65.1%) 등 주요국 대비 높은 수준이다. 민간신용의 절반(49.7%) 수준인 1932조5000억원이 부동산 부문에 집중돼있다. 반면 기업신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황 실장은 "한정된 자본이 비생산 부문에 집중되면 생산 부문에 대한 자본공급이 제한되고 자본투입 감소가 총산출 감소로 이어지면서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킨다"며 "생산(기업) 부문 내에서도 투자 효율이 낮은 산업에 대출이 집중되면서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2000년대 초 5%대에 달했던 잠재성장률은 최근 2% 내외로 낮아졌다. 한은은 총요소생산성이 낮아지면서 잠재성장률이 하락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연구진이 1975년부터 2024년까지 43개국 자료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민간신용(가계·기업신용) 규모가 같더라도 생산 부문인 기업으로 배분된 신용의 비중이 높을수록 장기 성장률이 뚜렷하게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과 연관도가 낮은 가계신용의 확대가 장기 성장률에 대체로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반면, 기업신용은 투자 확대와 생산성 제고 등으로 성장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기 때문이다.
'생산 부문으로의 자금 흐름 전환과 성장 활력' 보고서의 정책적 시사점 /사진제공=한국은행 |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민간신용 규모가 동일한 상태에서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을 10%포인트 줄이고(90.1→80.1%), 기업신용 비율을 10%포인트 늘리는(110.5→120.5%) 형태로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결과, 우리나라 장기 경제성장률을 연평균 0.2%포인트 제고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평균 성장률을 1.9%로 가정할 때 성장률이 2.1%로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중소기업·고생산성 기업으로 신용이 배분될 때 성장효과는 더 컸다. 반면 부동산 부문에 대한 신용은 성장에 기여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자금 흐름 전환을 위해 △비생산-생산 부문 간 금융기관 대출 인센티브 조정 △중소·신생기업의 사업성과 기술력 평가 인프라 구축 △자본 투자·벤처캐피탈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황 실장은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 강화와 함께 비생산 부문 신용에 대한 '부문별 경기대응 완충자본' 적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기관의 기업신용 취급 유인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대차대조표·담보·보증 중심의 대출심사 관행은 성장잠재력이 높은 신생·혁신기업들의 원활한 자금조달을 제약할 수 있어 개선해야 한다"며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한 자본시장 기능 강화와 벤처캐피탈 활성화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진제공=한국은행 |
김주현 기자 na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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