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아시아경제 언론사 이미지

한국어 교과서에 왜 런던 지하철이?[한국어, 세계의 언어로]

아시아경제 이종길
원문보기

한국어 교과서에 왜 런던 지하철이?[한국어, 세계의 언어로]

서울맑음 / -3.9 °
④반복되는 삽화 오류

상황·문법과 맞지 않게 묘사돼
지도에 울릉도·독도 누락되기도
작은 오류도 학습 혼란 일으켜
'신세기한국어(新世紀韓國語) 초급 상'은 영국 런던 지하철 사진으로 한국을 소개한다.

'신세기한국어(新世紀韓國語) 초급 상'은 영국 런던 지하철 사진으로 한국을 소개한다.


외국인 학습자를 위한 한국어 교재에서 삽화 오류가 반복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학습을 돕기 위해 제작된 시각 자료가 오히려 이해를 방해하거나 사실과 다른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2020년 중국 외국어교육과연구출판사가 발간한 초급 교재 '신경전한국어(新經典韓國語) 1'은 삽화가 풍부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일부 그림이 문법 설명과 맞지 않는다. 114쪽의 '아래' 삽화는 '앞'으로 오해될 수 있는 구도로 그려졌고, '맞은편' 삽화 역시 상황과 어긋난다.

250쪽 광화문 길찾기 장면에서는 대화의 주인공이 지나치게 작게 묘사돼 맥락 파악이 어렵고, 실제 목적지인 교보문고도 등장하지 않는다. 327쪽 문법 문제의 삽화는 정답 유추에 필요한 요소가 흑백으로 작게 표현돼 식별이 쉽지 않다.

유사한 문제는 다른 교재에서도 나타난다. 산둥외국어대학교의 '신세기한국어 초급 상'에는 구형 컴퓨터와 CD 이미지가 실려 현대 학습 환경과 동떨어진다. '신경전한국어 1'에서는 영화표에 베이징대 약어 'PKU'가 등장해 일부 학습자를 혼란스럽게 한다. 한국을 소개하는 페이지에 영국 런던 지하철 사진이 실린 사례도 있다.

'신경전한국어1'에서 대화 주인공은 왼 상단에 작게 그려져 있다. 중앙에는 대화와 관계없는 관광객 두 명이 사진기로 세종대왕 동상을 찍고 있다.

'신경전한국어1'에서 대화 주인공은 왼 상단에 작게 그려져 있다. 중앙에는 대화와 관계없는 관광객 두 명이 사진기로 세종대왕 동상을 찍고 있다.


국내 교재 역시 예외는 아니다. '세종한국어 1'에서는 '미안합니다'를 설명하는 삽화가 상황과 표현이 맞지 않는 장면으로 제시됐고,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재미있는 한국어'와 '세종한국어 4A'의 지도 삽화에서는 울릉도와 독도가 누락됐다. 이 같은 문제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고, 문화체육관광부는 오류 시정을 약속했다. 세종학당재단은 전수 조사를 벌여 오류 열아홉 건을 발견하고 수정 조치했다.

해외 대학이 제작한 교재에서도 오류는 드러났다. 미국 아이오와대학교의 '그림과 함께 배우는 초급 한국어 1'은 한국 명절을 설명하면서 부처님 오신 날과 크리스마스를 대표 명절로 소개한다. 불교와 천주교가 한국의 가장 큰 종교라는 설명도 사실과 다르다. 국가유산청이 지정한 한국의 명절은 설, 대보름, 한식, 단오, 추석, 동지이며 종교 인구 역시 불교·개신교·천주교 순이다.


전문가들은 초급 학습자의 경우 삽화를 학습의 기준점으로 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작은 오류도 학습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어 학습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만큼, 교재의 정확성과 감수 과정의 강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윤정 세종학당재단 콘텐츠사업본부장은 "한국어 학습 목적이 유학, 취업, 통번역 등으로 다양해진 만큼 이에 맞춘 교재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교재인 만큼 문화권별 이해를 바탕으로 품질 검증을 강화하고 있다"며 "자체 검수는 물론 국립국어원의 검토를 통해 교재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