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스테이블 코인 발행처와 관련한 의견/그래픽=임종철 |
금융위원회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규정하는 '가상자산 2단계 법안'을 두고 한국은행과 막판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한은이 '은행의 지분 비중이 51%를 넘는 컨소시엄'에 발행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금융위는 '은행이 참여하되 지분율을 강제하지 않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이달 내에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규정하는 가상자산 2단계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지난 1일 당정 협의회에서 민주당은 정부안 제출 마감 시한을 오는 10일로 못박은 상황이나, 금융위와 한은은 아직 이견을 좁히지 못한 상황으로 정부안 제출이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 협의회에서 일부 의원들도 금융위에 '한은과 협의한 안을 가져오라'고 주문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법정화폐나 특정 자산의 가치에 연동되도록 설계해 가치 변동성이 적은 가상자산이다. 미국 테더사가 미국 달러의 가치에 연동해 발행한 USDT가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도 USDT의 지급결제 활용도가 커져가자 대외 자본유출 등을 우려하며 정치권을 중심으로 '원화 스테이블 코인' 도입 필요성이 제기된다.
금융위는 한은과 발행 주체, 한은의 관여 범위 등을 놓고 이견을 조율하고 있다. 특히 한은은 금융안정성을 위해 발행 주체를 은행권이 51% 이상 지분을 가진 컨소시엄에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금융위도 '은행 중심의 컨소시엄'에는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 20일 국정감사에서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은행이 참여하는 컨소시엄 형태가 바람직하지 않느냐'는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동의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다만 51% 이상이라는 지분율을 규정하는 데는 부정적인 입장으로 전해진다. 미국 테더사 등도 은행이 아닌 일종의 핀테크 기업으로, 금융혁신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핀테크를 포함한 비은행권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은행이 지분 대부분을 가졌을 때는 '유통'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오프라인 결제 시장에 쓰이게 되면 카드 등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나, 은행은 카드사가 가진 오프라인 결제망이 없기 때문이다.
은행이 과도한 지분을 보유할 경우에는 '직불카드'와 같은 실패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2000년대 초반 신용카드 사태 이후 예금잔액 이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은행권이 직접 발행하는 직불카드가 발행됐으나, 결제가 가능한 가맹점을 모집하지 못해 사실상 사장된 상황이다.
이에 현재 정치권이 원화 스테이블 코인의 '용도'는 생각하지 않고, '발행'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울러 한은의 관여 범위와 관련해서도 이견이 있다. 한은은 스테이블 코인 발행인에 금감원이 검사를 나가도록 하는 요청권을 요구하고 있으나, 금융위는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따른 민간위원회인 가상자산위원회 등에 한은의 참여는 '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지분이 51%면 되고, 49%면 안 되는 것이냐"며 "은행에 담보 자산을 100% 예치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면서 핀테크 등이 금융혁신을 주도할 수 있게 열어주는 방안이 합리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도엽 기자 us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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