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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겨울의 행복한 북카페] 우리는 그날 그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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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겨울의 행복한 북카페] 우리는 그날 그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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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겨울 작가·북 유튜버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

우리는 다 보았다. 경찰이 국회를 둘러싸고 들어가려는 국회의원들을 막아서는 것을 보았다. 특전사 부대의 헬기가 국회에 착륙하는 모습을 모았다. 총을 찬 군대가 국회의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모습을 보았다. 시민들은 국회를 둘러싼 경찰과 맞서며 국회의원들을 담 너머로 넘겨주었다. 시민들은 스크럼을 짜고 국회 본회의장을 지켰다. 시민들은 맨몸으로 장갑차를 막아섰다.


『12.3 그날 그곳에 있었습니다』(2025)는 KBS 유튜브 채널의 인터뷰 시리즈 ‘그날, 그곳에 있었습니다’를 활자로 엮어낸 책이다. 계엄의 그날 그곳에 있었던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을 증언한다. 생산직 노동자도, IT 개발자도, 뮤지션도, 대학생도, 환경미화원도, 무역업체 대표도, 식당 자영업자도, 육군 예비역 준장도 계엄을 저지하기 위해 그곳에 달려갔다. 시민들의 증언에서는 집에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반복해서 드러난다. 고양이 밥을 일주일치 부어놓고, 마지막을 각오하며 가족에게 전화하고, 같이 가자는 직원을 말리고, 이름 석 자라도 남기려 헬멧에 이름 스티커를 붙인 마음을 알았다면 일부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이 계엄을 두고 그리 함부로 굴지는 않았으리라.

우리는 다 보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회의장이 아닌 당사로 향하는 모습을 보았다. 김용현이 계엄의 실패를 두고 ‘중과부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보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표결에 참여하지 않는 모습을, 대통령의 체포를 막아서는 모습을 보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한 법원의 결정에 검찰이 즉시 항고하지 않는 것도 보았다. 우리는 다 보았고, 우리가 그것을 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차가운 길바닥에서 사람들과 몸을 맞대어가며 목소리를 모은 몸의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 분노 역시, 조용히 살아 있다.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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