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훈식 비서실장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3실장 및 수석비서관 ‘대통령실 6개월 성과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7일 “특별감찰관을 꼭 임명하겠다”면서도 절차상 국회가 추천해 후보자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8일 “현재 입장이 없다”며 국회로 추천 요청이 와야 하는 것이어서 조만간 국회에서 논의가 있을 것이라는 취지로만 반응했다. 대통령실은 특별감찰관 임명 뜻은 있지만 국회가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고 있다고 책임을 돌리고, 후보자 추천을 주도해야 할 집권 여당은 대통령실이 후보자 추천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는데도 추천 계획조차 밝히지 않는 미온적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7월 회견에서 “특별감찰관 임명을 지시해 놓았다”고 했음에도 5개월이 넘도록 기본적인 절차마저 진척이 없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대통령 배우자와 친인척, 수석비서관 이상의 대통령실 참모 등의 비위를 감시하는 특별감찰관은 국회가 후보자를 3명 추천하면 대통령이 3일 안에 지명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금까지 특별감찰관 추천을 논의한 적이 없다고 한다. 지난달에도 대통령실은 여야 합의로 추천하면 임명할 수 있다고 했지만, 정작 여당은 명확한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추천을 미루고 있다.
이렇게 자꾸만 시간을 끌수록 과연 여권에 대통령 주변의 리스크를 관리할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국회가 추천하면 임명하겠다’는 말은 지난 정부도 똑같이 했다. 당선인 시절부터 특별감찰관제의 부활을 공언한 윤석열 전 대통령은 국회가 추천하면 당연히 임명할 것이라고 했지만 국민의힘은 추천을 뭉갰고, 윤 전 대통령은 이를 핑계 삼다가 흐지부지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취임 직후 특별감찰관 기능을 회복시키겠다며 국회 추천을 요청했지만 민주당은 부정적이었고 청와대는 국회 추천이 없다는 탓을 하며 임기 내내 임명하지 않았다.
이재명 정부는 이런 식으로 시간을 허비해선 안 된다.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은 권력의 후광 효과 때문에 이권 개입 등 각종 비리의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이를 집권 초부터 철저히 감시하고 견제해 확실히 끊어내지 못하면 결국 그 부패가 정권의 둑을 무너뜨리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윤석열, 박근혜 정부에서 목격한 그대로다. 국정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특별감찰관 임명은 미적댈 일이 아니다. 민주당은 이달 안에 후보자를 추천하고 대통령은 중립적 인사로 즉각 임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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