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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중재 휴전, 2개월 만에 '흔들'…태국·캄보디아, 국경서 또 무력충돌

중앙일보 하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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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중재 휴전, 2개월 만에 '흔들'…태국·캄보디아, 국경서 또 무력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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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캄보디아-태국 국경 지역에서 발생한 교전 이후 부상을 입은 현지 주민의 모습. AFP=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캄보디아-태국 국경 지역에서 발생한 교전 이후 부상을 입은 현지 주민의 모습.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지난 10월 휴전했던 태국과 캄보디아가 불과 두 달여 만에 또 다시 무력 충돌을 벌였다.

8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태국군은 이날 오전 5시경 북동부 우본랏차타니주 인근 국경 지역에서 캄보디아군과 교전을 했다. 양국은 프랑스 식민지 시절인 1907년 처음 측량된 약 817km 국경선 일부 구간의 경계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100년 넘게 영유권 분쟁을 벌여왔다. 그 여파로 크고 작은 무력 충돌을 지속해 오고 있다.

지난 10월 2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제47차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를 계기로 캄보디아의 훈 마넷 총리(사진 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 오른쪽)이 악수하는 모습을 태국의 아누틴 찬위라꾼 총리(사진 가운데)가 지켜보고 있다.

지난 10월 2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제47차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를 계기로 캄보디아의 훈 마넷 총리(사진 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 오른쪽)이 악수하는 모습을 태국의 아누틴 찬위라꾼 총리(사진 가운데)가 지켜보고 있다.


이날 무력 충돌은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지난 10월 26일 양국이 휴전 협정을 맺은 지 두 달이 채 안 돼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계기로 양국이 휴전협정을 체결하도록 중재했다. 이에 양국은 국경 지대에서 중화기를 철수하고 지뢰도 제거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주요한 외교 성과로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달 10일 태국 시사껫주 국경지대에서 지뢰가 폭발해 태국 군인이 부상을 당하자 태국 정부는 휴전협정 불이행을 선언했다. 이틀 뒤에는 캄보디아 북서부 국경지대에서 총격전이 벌어져 캄보디아 민간인 1명이 숨지는 등 계속 충돌해 오다 이날 본격적으로 교전을 벌인 것이다.

양측은 8일 교전에 대해 “서로 상대방이 선제공격을 해 반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태국군은 성명을 통해 “캄보디아군이 태국군을 향해 (먼저) 발포했다”며 “교전 규칙에 따라 대응했으며 34분 만에 종료됐다”고 밝혔다.

태국군에 따르면 캄보디아군은 태국 동부 부리람주 민간 지역을 향해 BM-21 다연장로켓포를 발사했다. 또 F-16 전투기도 출격했다고 현지 매체가 전했다.


반면 캄보디아 국방부는 태국 측의 선제공격을 주장했다. 캄보디아 국방부는 “최근 며칠 동안 태국군이 도발적 행동을 한 데 이어 두 지역에서 캄보디아군을 공격했으나 보복하지 않았다”며 “사격 중단을 요청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캄보디아 측은 태국군이 공군 전투기를 출격시켰다는 주장도 폈다.

8일(현지시간) 태국이 캄보디아와의 국경 지역에서 공습을 가한 이후, 캄보디아 프레아비히어르주 초에탈 콩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태국이 캄보디아와의 국경 지역에서 공습을 가한 이후, 캄보디아 프레아비히어르주 초에탈 콩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무력 충돌로 인해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태국군 성명에 따르면 캄보디아군의 화기 공격으로 태국 군인 1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또 4개 주에서 38만5000명이 대피했으며 이들 가운데 3만5000여명은 임시 대피소로 이동했다.

캄보디아에서는 민간인 사망자가 4명, 부상자가 10명 발생했으며, 오다르메안체이주에서 포격 소리에 놀라 1100가구가 대피했다고 넷 피크트라 정보부 장관이 전했다.

상황이 악화하자 인근 국가인 말레이시아의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는 성명을 내고 “우리 지역은 오랜 분쟁이 대립의 악순환으로 빠지는 상황을 감당할 수 없다”며 양국에 자제를 촉구했다. 훈 마네트 캄보디아 현 총리의 부친이자 38년 동안 장기 집권한 훈 센 전 총리(현 상원의장)는 “침략자인 태국군이 보복을 유도하려 한다”면서도 캄보디아군에 자제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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