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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여 의장단' 전국법관회의마저 "내란재판부 위헌" 반발 나섰다

중앙일보 김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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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여 의장단' 전국법관회의마저 "내란재판부 위헌" 반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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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법왜곡죄 신설 법안에 대해 전국법관대표회의가 8일 “위헌성 논란과 함께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크므로 신중한 논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위헌성을 지적된 지 사흘 만에 각급 법원 대표 판사들도 우려를 밝힌 것이다.

'2025년 정기 전국법원장회의'가 지난 5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리고 있다. 김종호 기자

'2025년 정기 전국법원장회의'가 지난 5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리고 있다. 김종호 기자





與 법안 비판 현장 발의·의결…“위헌, 사법 독립 침해”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이날 경기 고양 사법연수원에서 정기회의를 열어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비상계엄과 관련된 재판의 중요성과 이에 대한 국민의 지대한 관심과 우려에 대하여 엄중히 인식한다”는 조항과 함께 이 같은 내용을 공식 입장으로 의결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각급 법원에서 선출된 대표 판사들의 회의체로 구성원은 126명이다.

당초 내란전담재판부와 법왜곡죄 법안에 대한 논의는 사전에 발의되지 않았는데, 이날 현장에서 한 판사가 ‘다른 구성원 9인의 동의를 얻어 상정을 요구’(내규 6조)하면서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입장 표명 여부’를 묻는 투표가 먼저 진행돼 재석 79명 중 과반인 67명이 찬성한 후, 이 안건이 79명 중 50명 찬성으로 공식 입장이 됐다.

이 안건이 현장 발의로 상정된 만큼 최종 표결까지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고 한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자체에 대한 반대의견 표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는가 하면 반대로 “사법부 불신에서 비롯된 것임을 고려할 때 법안의 위헌성에만 초점을 맞추어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국민을 설득할 수 없으므로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개진됐다.

한 참석 판사는 “내란전담재판부와 법왜곡죄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까지 통과해 최종 통과를 눈앞에 둔 만큼, 판사들이 어떠한 식으로든 의견 표명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공감대가 있었다”며 “견해차는 일부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해당 법안들이 지닌 위헌성과 사법 독립 침해 가능성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사전에 상정된 안건들도 모두 의결됐는데, 역시 민주당 법안에 대한 우려 내용이다. 법관 근무 평정 시 대한변호사협회 등 외부 평가가 반영되게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인사제도 분과위는 “단기적 논의나 사회 여론에 따라 성급하게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 등의 안건을 사전 상정했고, 이날 재석 92명 중 76명 찬성으로 의결했다.

해당 안건은 “법관의 인사 및 평가제도 변경은 재판의 독립과 법관 신분 보장, 나아가 국민의 사법 신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법관의 인사 및 평가제도 변경은 충분한 연구와 폭넓은 논의를 거쳐 법관들의 의견뿐 아니라 국민의 기대와 우려도 균형 있게 수렴하여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등 문구가 포함된 내용이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대법관 증원과 대법관 추천위 다양화와 관련된 안건도 사전에 상정돼 재석 89명 중 78명 찬성으로 의결됐다. “상고심 제도 개선은 충분한 공감대와 실증적 논의를 거쳐 사실심을 약화시키지 않는 방법으로 추진돼야 한다” “대법관 후보 추천위 구성의 다양성과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등이다.






여당 성향으로 분류되는 의장단 논란에도 안건들 의결



이날 회의는 민주당의 사법부 압박 속에 열린 전국법원장회의 후 사흘 만에 연이어 열린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법원행정처와 전국법원장회의는 그간 민주당의 사법제도개편에 대한 여러 우려를 표했었고, 지난 5일에도 “법안의 위헌성으로 인해 재판 지연 등 많은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회의 전까지만 해도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사법 독립 원칙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할 거라는 회의감도 있었다. 그간 우리법·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가 주로 의장단을 맡는 등 친민주당 성향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법원 내부에선 “소수의 정치편향 판사 입김이 과다대표되는 집단”이란 불만도 있었다.


그런데 현장 발의 끝에 사법 독립 원칙을 강조하는 입장이 나오면서 법조계에선 “사법부 압박이 최고조에 오르면서 전국 판사들의 의견도 분출되기 시작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의 사법부 압박이 시작된 후 처음 열린 지난 5월 26일 임시회의 및 속행 회의인 지난 6월 30일 회의가 각각 2시간여 논의 끝에 아무 입장 없이 끝났던 점과 비교해도 입장이 분명해졌다.

법원 관계자는 “민주당의 사법 제도 개편 취지에 찬성해온 일부 판사들도, 지나친 사법부 내란 몰이에 회의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특히 내란전담재판부나 법왜곡죄, 외부의 법관 평가 등 법관 독립을 정면 침해하는 법안이 점점 현실화하자, 그간 침묵하던 판사들이 각급 대표 판사들에게 여러 의견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 서울중앙지법 판사는 “이제는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전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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