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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 버리고 용접 … AI가 몰고온 JX

매일경제 원호섭 기자(wonc@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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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 버리고 용접 … AI가 몰고온 J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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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 시장 격변 ◆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오클라호마시티에 사는 태비 더글러스 씨(37). 불과 몇 달 전까지 모니터 앞에서 복잡한 코딩을 하던 그의 손에는 이제 용접 토치가 들려 있다. 그는 미국프로풋볼(NFL) 데이터를 분석해 인공지능(AI) 기반 컨설팅을 제공하는 서머스포츠의 소프트웨어(SW) 엔지니어였다. 그러나 생성형 AI가 업무 영역을 빠르게 침범하면서 지난 5월 실직하고 말았다. 2018년 대학을 졸업한 뒤 줄곧 몸담았던 개발자의 길을 접고 직업학교인 '툴사테크'에서 용접 일을 배우고 있다.

더글러스 씨는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AI가 코딩을 대체하고, 경영진은 AI만 믿고 개발자를 소외시키는 상황에서 더 이상 '창의적 문제 해결'은 내 몫이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그가 대안으로 선택한 것은 용접이었다. 그는 "용접은 금속의 특성을 이해하고 미세하게 조절해야 하는 만큼 AI가 아직 흉내 낼 수 없는 영역"이라며 "무엇보다 내 땀의 결과가 눈앞에 실물로 남는다는 점이 안도감을 준다"고 말했다. AI의 급격한 발전이 미국 노동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이른바 AI가 일으키는 직업 대전환(Job Transformation·JX)이다. JX의 중심에는 한동안 기피 대상으로 여겨졌던 블루칼라가 자리 잡고 있다. 화이트칼라의 상징이었던 테크업계가 구조조정 태풍에 휘말린 사이, AI가 아직 침투하기 어려운 블루칼라 직업군이 2030세대에게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JX 현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젊은 세대에게 '힙(Hip)'한 문화로도 번지고 있다. 틱톡에서 수백만 조회 수를 기록하는 '렉시 더 일렉트리션'이 대표적이다. 젊은 여성 전기 기술자인 렉시는 헬멧을 쓰고 전선을 연결하는 일상을 영상으로 공유하며 수백만 명의 팬을 거느리고 있다. 과거 '기름밥'이라고 홀대받던 직종이 이제 '자유롭고, 전문적이며, AI로부터 안전한 직업'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미국 고용 관련 통계도 이런 현상을 보여준다. 올해 미국에서 테크기업의 채용공고는 3년 전보다 30%가량 줄었다. 대형 기술기업의 젊은 세대 직원 비중도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미국 직업학교의 용접, 배관, 냉난방공조(HVAC), 자동차 정비 과정의 등록자 수는 2020년 대비 20% 증가했다. 미국 국립교육통계센터에 따르면 미국 직업학교 학생 수는 2030년까지 연 6% 성장세가 예상된다.

JX(Job Transformation)


AI 대전환(AX)의 급격한 진행에 따라 직업 생태계에서도 대전환이 동시에 발생하는 현상을 표현하기 위해 매일경제신문이 만든 신조어.

[실리콘밸리 원호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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