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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노년’이 미래를 밝힌다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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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노년’이 미래를 밝힌다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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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부산 남구청에서 열린 ‘부산 남구 2026 노인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을 희망하는 어르신이 줄지어서 기다리며 안내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오전 부산 남구청에서 열린 ‘부산 남구 2026 노인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을 희망하는 어르신이 줄지어서 기다리며 안내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이스란 | 보건복지부 제1차관



서울 강동구에서 ‘우리 마을 지킴이’으로 활동하는 박정순 어르신은 매일 아침 단지 주변 보행로를 점검하고, 홀로 사는 이웃의 안부를 살피며 하루를 시작하였다. 일자리에 참여한 뒤 생활에 새로운 리듬이 생겼고, 주민들이 “어르신 덕분에 안심이 된다”는 말을 건넬 때면 삶의 의미를 더욱 깊게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어린이집에서 보조교사로 일하는 정미자 어르신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며 쌓이는 친밀감을 가장 큰 보람으로 꼽았다. 현장의 교사들은 어르신들의 풍부한 돌봄 경험이 큰 힘이 되고, 부모들은 육아 부담이 한결 덜어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노인일자리는 소득 보완을 넘어 세대 간 연결과 지역 공동체 회복에 실질적 기여를 하고 있다. 노년층에게 사회활동은 단순한 업무가 아니라 건강을 지키고 관계를 넓히며, 자신이 여전히 필요한 존재라는 자긍심을 회복하는 과정이다. 실제로 많은 어르신들이 “일자리가 다시 나를 일으켜 세웠다”고 말한다.



사회 전체적으로도 어르신들의 경륜은 공공서비스의 품질을 높이고 지역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중요한 자원이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분석에 따르면 노인일자리 참여 이후 월 평균소득은 17만원 증가하고, 상대적 빈곤율은 10%포인트 이상 감소하였다. 참여 어르신의 의료비 역시 월간 약 7만원 줄어 사회활동이 건강에도 긍정적 효과를 준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2025년에 109만8천개의 노인일자리가 제공되었는데, 이는 연간 9300억원가량의 의료비 절감 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대한민국은 65살 이상 노인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다. 평균수명이 늘고 신체·정신적으로 활발한 신노년층이 확대되면서, 노년을 단순한 ‘부양의 대상’이 아니라 중요한 인적자원으로 바라보는 시각 전환이 필요해졌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고령층에 진입한 지금, 획일적 일자리에서 벗어나 경험과 역량, 지역 특성에 기반한 맞춤형 일자리로 고도화하는 것이 절실하다.



정부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109만8천개였던 노인일자리를 내년 115만2천개로 확대하고, 예산도 2조3천억원 규모로 증액하였다. 2030년까지 130만개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중장기 목표 아래, 사회서비스형·민간참여형 일자리 비중을 42% 이상으로 높여 베이비붐 세대의 다양한 전문성과 경력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일자리 구조에 변화를 줄 것이다.



또한 정부는 지자체·공공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해 지역 특성에 맞는 신규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있다. 돌봄 인프라, 인구 변화 등 지역의 조건을 반영해 현장 수요 중심의 공익형 모델도 확산해 나갈 것이다.



노년층의 일하는 삶은 개인의 행복을 넘어 국가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다. 경륜과 지혜를 갖춘 노년 세대가 사회의 한축을 지탱할 때 초고령사회 대한민국의 미래는 더욱 견고해질 것이다. 우리 사회가 노년을 ‘돌봄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내일을 만드는 이웃이자 동료 시민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가 일어나길 바란다.



노인일자리는 어르신의 활기차고 존엄한 노후를 위한 기반이자,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히는 가장 확실한 투자이다. 정부는 새로운 방식으로 사회와 다시 연결될 수 있도록 든든한 울타리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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