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성동구가 구민을 대상으로 한 구정 만족도 조사에서 92.9%의 긍정 평가를 받았다는 내용이 담긴 기사를 공유하며 "정원오 구청장이 일을 잘하기는 잘하나 보다. 저의 성남 시정 만족도가 꽤 높았는데 명함도 못 내밀 듯"이라고 언급했다.
이 대통령의 '공개 칭찬'에 정 구청장도 곧바로 "원조 '일잘러'로부터 이런 칭찬을 받다니, 감개무량할 따름이다. 더욱 정진하겠다"고 답글을 올렸다. 여권에 따르면 정 구청장은 올해 안에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친명(친이재명) 의원 여럿이 정 구청장을 지지하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특정 구청장을 직접 지목해 공개적으로 격려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 나설 유력 여권 후보 중 한 명을 콕 집어 칭찬한 것은 더더욱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현재 현직 국회의원을 포함해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군만 어림잡아 6~7명이 넘는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4선의 박홍근 의원이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으며 서영교·박주민·전현희 의원의 출마가 확실시되고 있다. 또한 홍익표·박용진 전 의원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일각에서 이 대통령이 정 구청장에 대해 지지 의사를 간접적으로 표명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앞서 이 대통령은 에이치라인해운과 SK해운이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의 관련 글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해양 중심도시 부산, 한다면 한다. 동참에 감사하다"고 적었다.
전 장관 역시 내년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 출마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후보군 중 한 명으로, 이 대통령의 SNS 글에 의미를 부여하는 정치권 관계자들이 적지 않다.
미국 출장 중인 전 장관은 이날 특파원 간담회에서 내년 출마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대신 "일단 내가 해야 할 일은 어떤 장관이 오더라도,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해양 수도' 인프라스트럭처를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 대통령이 정 구청장 등을 공개 거론하자 야권에서는 "대통령의 선거 개입"이라며 반발이 터져 나왔다. 내년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나경원 의원은 "내년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특정 인물을 노골적으로 띄우는 '선거 개입 신호탄'"이라며 "사실상 여당 서울시장 후보를 겨냥한 명심 오더이자 대통령발 사전선거운동"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나 의원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 사안을 엄중하게 들여다보고, 대통령의 선거법상 중립 의무와 사전선거운동 금지 원칙을 훼손하는 행태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경고를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이 대통령의 글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자 대통령실은 지방선거와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진화에 나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성남시장을 지냈던 이 대통령이 90% 이상 지지율이 가진 의미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잘 알고 있어서 정 구청장을 평가했을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지방선거 일정이 다가오면서 여당 내 유력 주자들의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전현희·한준호·김병주 의원이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한 데 이어 경기도지사 출마가 예상되는 추미애 의원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직 사퇴설도 나오고 있다.
[전경운 기자 / 성승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