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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이 겨울잠도 안자고 사람 덮친다…온순하던 놈들이 돌변한 이유

중앙일보 하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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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이 겨울잠도 안자고 사람 덮친다…온순하던 놈들이 돌변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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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곰 출몰 및 습격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일본에서 곰이 겨울잠에도 들지 않고 시가지에 출몰해 정부가 대응 방안을 고심 중이다.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일본 북동부 이와테현의 현청 소재지인 모리오카시의 한 대형마트 주차장에 성체 반달가슴곰 1마리가 출몰했다. 영업 준비 중이던 직원들이 신고해 경찰이 마취 총으로 곰을 포획했다. 해당 마트의 부점장은 “도심 한복판에서 곰 대응 매뉴얼을 쓰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14일 일본 이와테현 하나마키시의 사사마 보육원 밖에 곰이 나타난 장면을 담은 영상 화면. 당시 보육원 안에는 약 40명의 어린이가 있었다. AFP=연합뉴스

지난달 14일 일본 이와테현 하나마키시의 사사마 보육원 밖에 곰이 나타난 장면을 담은 영상 화면. 당시 보육원 안에는 약 40명의 어린이가 있었다. AFP=연합뉴스



이같은 상황은 모리오카시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일본 환경성의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일본 전역에서 곰으로 인해 발생한 인명피해는 사망자 포함 총 219명으로 통계 집계 이래 최대치다. 2025년도에는 4월에서 11월 사이에만 230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해 가장 심각했던 2023년을 이미 넘어섰다고 닛케이가 전했다. 소셜미디어(SNS)엔 시민들이 직접 촬영한 곰 출몰 사진 및 영상이 잇따라 공유되고 있다.





곰 원래 온순한데…“지구 온난화로 환경 변한 탓”



반달가슴곰은 본래 경계심이 강해 사람을 피하고, 온순한 동물이라는 게 생태학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그러나 최근 일본 전역에서 출몰하는 곰들은 이전과는 다른 습성을 보여 전문가들이 ‘신세대 곰’이라고 부른다.

아키타현의 곰 대응 전문 부서 소속 직원인 곤도 마미는 “사람을 경계하지 않고, 인간의 생활권을 능숙하게 이용하는 ‘신세대’ 곰이 늘고 있다”며 “신고를 받고 현장에 달려가도 그 자리에 눌러 앉아 감을 먹거나 드러누워 있는 모습은 이제 드문 풍경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같은 변화의 원인으로는 먼저 인간이 곰에게 유리한 먹이 환경을 만들어낸 점이 지목된다. 비영리 단체 ‘일본 반달가슴곰 연구소’의 요네다 가즈히코 이사장은 ”농촌 쇠퇴로 인해 과수가 방치되는 등 인간이 이같은 상황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고 짚었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지구 온난화가 거론된다. 곰은 가을에 도토리 등을 먹고 체중을 늘린 뒤, 11월 하순 경부터 겨울잠에 드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로 겨울 기온이 높아지고 먹이 공급 패턴이 바뀌면서 곰이 겨울잠을 거르거나 기간을 줄이는 경향이 국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곰 개체 수 삭감 및 관리 등을 골자로 한 대책 패키지를 내놨다. 그러나 사냥꾼 고령화 및 인력 부족, 곰 사냥의 난이도 등으로 인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돌진해 오는 곰을 사살하려면 고도의 기술과 담력이 모두 필요한데, 이같은 능력은 단기간에 익히기 어려워 일본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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