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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아노미 부를 3대 毒法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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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아노미 부를 3대 毒法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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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판사 대표 회의체인 전국법관대표회의가 8일 정기회의를 갖고 여당이 추진 중인 사법개혁 입법에 대해 논의했다. 회의는 내란재판부 설치 및 법왜곡죄 신설과 관련해 "위헌 및 재판독립 침해 우려가 있다"며 "사법제도 개선에는 국민 요구와 법관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금 여권은 법원 의견은 무시하고 지지층 기대에만 부합하는 제도 변경을 시도한다는 인상을 준다.

여권이 이른바 사법개혁이란 이름으로 강행하려는 입법은 일일이 거명하기 숨 가쁠 정도로 가짓수가 많다. 그중에서도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왜곡죄 신설, 외부인이 다수인 위원회에 법관 인사를 맡기는 법원행정처 폐지가 심각한 위헌 논란을 낳고 있다. 당사자인 법원은 물론 대한변호사협회 등 법조계, 심지어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조국혁신당까지 헌법상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 침해를 이유로 반대한다.

내란전담재판부는 특정 사건을 특정 법관에게 맡기자는 것으로 공정한 사건 배당 원칙에 반하며 사실상 미리 결론을 정해놓고 재판하자는 주장이다. 법왜곡죄는 판사의 소신을 구속함으로써 권력이 사법부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 인사권을 비롯한 사법행정 기능을 외부로 이관하면 그 자체로 사법권 독립은 침해된다. 이 법 중 하나라도 통과되면 오랜 세월 시행착오를 거치며 확립된 삼권분립의 균형, 독립 재판의 전통은 하루아침에 금 갈 수 있다. 이는 다수 의석 정당이 입법으로 강제하는 제도적 퇴행이라는 점에서 독재 시절 권력 개입 및 법관 개인의 훼절과는 차원이 다르다. 보다 근원적·역사적인 후퇴다. 사법부는 아노미에 휩싸일 것이고 법과 제도가 갖는 신뢰는 추락할 것이다.

이날 여당은 위헌 시비를 의식해 해당 법안들의 본회의 상정을 미루고 각계 의견을 더 수렴하기로 했다. 위헌이 걱정이라면 여당이 할 일은 백지화밖에 없다. 어떤 법 기술을 동원한다 해도 의도가 불순한 독법(毒法)을 멀쩡한 법으로 만들 수는 없다. 이 법의 목적이 사법부 길들이기에 있음을 상식이 있는 국민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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