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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 쿠폰특수 빠진 골목경기…'정책적 유능함' 보여달라

매일경제 서동철 기자(sdchaos@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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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 쿠폰특수 빠진 골목경기…'정책적 유능함' 보여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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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철 정치부 차장

서동철 정치부 차장


지인들과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광화문 인근의 한 식당을 찾았다. 그곳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다녀갔던 사진이 걸려 있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한 달이 지났을 무렵인 지난 7월 11일 저녁 대통령실 직원들과 함께 이 식당을 찾았다.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업' 정책을 홍보하고 골목상권을 응원하기 위한 취지였다. 당시 이 대통령은 "서민경제를 살릴 획기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내수 회복을 위한 후속책도 선제적으로 마련하겠다"며 지속 가능한 민생경제 회복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는 소비쿠폰이 정부 재정 투입을 통한 서민경제 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각종 지표를 살펴보면 소기의 목적은 이룬 듯도 하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4일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신용·체크카드로 지급한 소비쿠폰 9조6668억원 가운데 9조4610억원이 쓰여 전체 소진율이 99.8%에 이르렀다. 한국은행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쿠폰 지급이 시작된 7월 이후 꾸준히 상승해 11월 112.4를 기록하며 8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하지만 11월 말로 쿠폰 사용이 종료되고 최근 들어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모처럼 온기가 돌았던 소비심리도 다시 얼어붙고 있는 듯하다. 그날 광화문의 그 식당은 이전처럼 손님들로 북적거리는 모습이 아니었다. 밤 9시가 되자 문 닫을 준비를 서둘렀다.

특히 자영업자들의 비명 소리는 지방에서 더 크게 들리고 있다. 세종시청 인근 골목상권 가게들은 올해 들어 손님이 확 줄면서 곳곳의 빈 상가들이 채워지지 않고 있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낮다 보니 창업할 장소를 묻는 이들도 확 줄었다"며 "올겨울을 어떻게 견딜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이야기했다.

물가는 연일 치솟으며 소비자의 지갑을 닫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개월 연속 2.4%를 기록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7.20으로 1년 전보다 2.4% 올랐다.

지난해 12·3 계엄 여파로 연말 특수가 사라져 고통을 겪었던 자영업자들이 올 연말조차 얼어붙고 있는 소비심리로 또 어려움을 겪을 조짐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여권은 '내란 척결'을 앞세우며 내년도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정치놀음'에만 몰두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이재명 정부도 출범한 지 벌써 6개월이 흘렀다. 마중물은 원하는 대로 투입했으니 이제는 대선 때 부르짖었던 경기를 살릴 '정책적 유능함'을 보여줄 때가 되지 않았을까.

[서동철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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